시나브로 평화를 맞이한 히로시마

온통 죽음이 덧그려진 땅에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다. 도시의 이름을 부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원폭의 그림자’. 인류 최초 원자폭탄 투하의 아픔을 이겨내고 시나브로 재건한 히로시마는 온몸으로 평화를 외치고 있었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 평화기념자료관
広島 平和記念公園 & 平和記念資料館

사진=월간 아웃도어

히로시마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마음이 복잡해지는 도시다. 36년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독립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해 해방을 맞았기 때문이다. 당시 히로시마의 사망자는 14만 명, 한국인 피해자도 3만 명에 달할 만큼 원자폭탄 투하의 결과는 참담했다. 원폭 투자 중심지에 자리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는 당시 피해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위령탑과 위령비 등이 곳곳에 있으며, 한국인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한국인원폭희생자 위령비도 자리한다. 공원에서는 원폭이 투하된 오전 8시 15분에 맞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차임벨이 매일 1분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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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핵심은 ‘평화’다. 공원 곳곳에 평화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평화대교, 평화의 종, 평화의 탑, 평화의 샘, 평화의 시계탑 등 모든 구조물이 평화를 외친다. 원자폭탄의 위험성과 잔인함을 알리고 더 이상 원폭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계의 영구 평화를 염원하는 공원은 푸른 잔디와 정원, 거대한 구조물이 조화를 이룬다. 여행자들에게는 원자폭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히로시마 시민들에게는 아픔의 현장인 동시에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아이러니한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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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입구에 자리한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은 원자폭탄으로 인한 피해의 실상을 알리는 전초기지다.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우선순위로 만든 것이 평화기념자료관이다. 1955년에 개관한 평화기념자료관은 크게 동관과 본관으로 구성되었으며, 동관 1층에서 관람을 시작하면 본관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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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관에는 피폭 전의 히로시마와 피폭 후의 히로시마를 비교하는 전시물을 비롯해 당시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피폭 잔해와 피해자들의 의복이 전시돼 있다. 제2차세계대전의 사건들과 태평양전쟁의 역사적 사실들을 연도표로 확인할 수 있으며, 사고의 현장을 모형으로 제작해 당시의 현장을 실감나게 표현해 놓았다. 이 외에도 원폭 참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피해자들과 도시의 처참한 잔해들이 사진으로 전시돼 있으며, 원폭 이후 히로시마의 상황과 재건 과정 등을 사진과 모형, 수기 등을 통해 자세히 기술해 놓았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자료관은 언제나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이 대부분. 자료관은 원폭 투하와 그에 따른 피해를 알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지만 과거 일본군 전쟁 범죄에 관련한 내용이나 가해 사실은 언급해 놓지 않아 전시 내용의 편향성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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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広島市中区中島町1及び大手町1-10
city.hiroshima.lg.jp/site/hiroshima-park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広島県広島市中区中島町1-2
08:30~18:00
성인 200엔, 고등학생 100엔, 중학생 이하 무료
+81822414004
hpmmuseum.jp

원폭돔原爆ドーム

사진=월간 아웃도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상공에서 폭발한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순식간에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히로시마 인구의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피폭 당했으며, 그중 30%가 수개월 내에 사망했을 만큼 어마어마했던 원폭의 위력은 건물과 사람 할 것 없이 남김없이 파괴했다. 원폭돔은 폭심지 인근에 자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형태가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어 현재까지도 히로시마 원폭의 상징으로 여기지고 있다. 그 결과 1996년, 핵무기의 참상을 전하는 건축물로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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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과 인접한 곳에 자리한 원폭돔은 히로시마를 상징하는 구조물이다. 지금은 ‘원폭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원래는 1915년에 체코의 건축가 얀 레첼Jan Letzel이 건축해 히로시마현에서 생산한 물품을 전시 및 판매하던 ‘히로시마현 산업장려관’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산업장려관은 원폭 투하 후 중심지에 유일하게 남은 건물로 당시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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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현은 재건 사업을 진행하며 원폭돔을 영구 보존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평화기념공원과 함께 히로시마의 상징물로 보존하고 있다. 강력한 열폭풍의 흔적으로 철골이 고스란히 드러난 건물 내부에는 폭발 당시의 건물 자재가 여전히 널브러져 있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원폭돔이 폭심지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형태가 남아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자폭탄이 터진 위치와 원폭돔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이 터질 당시 폭탄의 충격파를 측면이 아닌 수직 방향으로 받아 건물의 중심부가 지금처럼이나마 보존될 수 있었다.

원폭돔
広島県広島市中区大手町1丁目1−10
city.hiroshima.lg.jp/site/atomicbomb-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