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면담' 후폭풍, 내전 치닫는 국민의힘
'당황·불쾌' 추경호, 비공개 전환 직후 자리 이탈
"처음 들어…국회 운영 관련 사안, 의총으로 결정"
'친한계' 추 원내 비판…지역 정치권, 한 대표 공격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한 한동훈 대표의 '3대 요구'를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모두 거절하고, 한 대표가 정면돌파를 선택하면서 여당 내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간 계파 갈등이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투톱'이 공개 충돌을 불사한 가운데, 지역 보수인사들까지 참전하고 있다.
한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 당직자 회의에서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전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며 '특별감찰관 설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먼저'라며 사실상 특감 설치를 거절했으나 한 대표가 다시 꺼낸 것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히 요구하고 결국 관철시킬 것"이라면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이후로 미루지는 않겠다. 민주당과의 약속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 문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옆자리에 배석한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탄핵 선동을 막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한 대표 면전에서 특별감찰관 추진을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입장을 표한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11월 국회 밖에 나가서 롱패딩 장외투쟁을 한다고 한다"며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압박하려 드는 것, '윤 정권 탄핵'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정권 흔들기'라는 술책에 흔들림 없이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회의에서는 당내 난맥상이 더 뚜렷이 드러났다. 추 원내대표는 비공개 전환 직후 회의장을 나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의 모두발언에 대한 사실상의 '불만 표시'였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말없이 자리를 떠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다시 오지 않았다"며 "'당황' 플러스 '불쾌함' 아니었겠나"라고 했다.
회의 종료 후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작심한 듯 한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한 대표와 특별감찰관 설치와 관련해 사전 협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직접 처음 들은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특별감찰관은 국회 운영과 관련된 사안이고, 의총을 통해 결정할 부분"이라며 "다른 의원이 쉽게 결정한다고 해서 거기에 함께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추 원내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시각 당직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한계는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설치' 주장을 적극 옹호했다. 한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한 핵심 당직자는 비공개 회의에서 상설위원장들에게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모든 것에 이미 지쳤다"며 "이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런 정치 싸움에 대해 국민들이 지긋지긋해 하니 이제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회의 종료 직후 추 원내대표의 '작심 발언'을 접한 또 다른 친한계 당직자도 추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오후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을 반대한다면 그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추 원내대표가) 원내 결정 사항이라고 하는데, 그럼 지금까지 김 여사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지 않고 뭐 했는지 모르겠다"며 "민심이 등을 돌릴 때 원내는 특별감찰관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별감찰관을 통해 김 여사를 감옥에 넣으려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무조건적 특검 공세'를 사전 방어하겠다는 것인데, 추 원내대표가 반대만 한다면 결국 당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지러운 분위기는 여의도 바깥에서도 확인됐다. 친윤계로 꼽히는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열린 친윤(친윤석열)계 외곽 조직 포럼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세미나에서 한 대표와 지난 주말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 지사는 "한 대표가 본인의 페이스북 글을 문제삼고 '당원이 어떻게 당 대표에게 욕을 할 수 있냐'고 따졌다"며 "검찰스럽다. 그런 걸 하나 감당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당대표를 하느냐"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한동훈 저격수'라고 쓴 기자를 비판하면서 "저격 할만한 대상이 되어야지 저격이라는 용어를 쓰지, 내가 어떻게 새카만 후배를 저격하느냐"며 "엉뚱한 짓 하지 말라고 한 수 가르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이 반전 없이 예상 그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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