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비디오 대여점, 추억으로 사라지나

7일 오후 찾은 인천 동구의 한 소설·만화책 대여점. 천장 가까이 닿은 책장에는 소설책과 만화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한때 가게 한쪽을 채웠던 비디오테이프와 DVD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70대 유모 씨는 1993년 비디오 대여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유씨의 가게는 비디오 대여 체인점 가운데 한 곳이었다.당시 비디오와 DVD는 2박3일 기준 1천~2천 원에 빌려줬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비디오 대여점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가게를 찾았고 학생들은 만화책을 빌리러 드나들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손님들이 영화를 고르기 위해 찾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과 스마트폰 확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유씨의 가게도 변화를 피해가지 못했다. 비디오와 DVD 대여는 중단했고 현재는 소설책과 만화책 대여만 하고 있다.
문제는 소설·만화책 대여점도 운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씨는 "예전에는 만화책을 찾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휴대전화로 본다"며 "소설책과 만화책 대여만으로는 운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과거 하루 수십 명이 찾던 가게가 지금은 하루 5~10명 정도만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배 판매를 함께 하고 있어서 그나마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여점을 찾은 손님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은 익숙한 듯 책장을 둘러본 뒤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골라 계산대로 향했다.
대여문화의 변화는 가게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비디오와 DVD를 빌리면 2박3일 안에 반납해야 했지만 지금은 정해진 반납기한이 없다.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인 만큼 책을 다 읽은 뒤 편할 때 가져오면 된다.
유씨는 "예전에는 반납 날짜를 따졌지만 지금은 그런 게 의미가 없다"며 "책을 빌려가면 다 읽고 아무 때나 가져다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에서 비디오와 DVD를 대여하는 점포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한때 골목마다 있던 비디오 대여점은 사라졌고, 일부 점포만 소설·만화책 대여점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들이 편의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비디오 대여점 등 기존 대여문화는 자연스럽게 쇠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훈 기자 jbh99@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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