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다하는 건희의 방송" KBS 기자들 '박장범 반대' 봇물
박장범 사장 임명제청 후폭풍…취재·촬영기자들 연명한 비판 성명 쏟아져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3년 입사한 최저연차에서 2007년 입사한 고참까지, KBS 기자들이 '파우치 앵커'로 불리는 박장범 앵커가 사장이 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KBS기자협회 성명 이후 25일 현재까지 15개 기수 기자들의 이름이 박힌 성명서 10여 건이 KBS 사내 게시판에 게시됐다. 모든 기수 성명에선 박장범 앵커가 '파우치 앵커'라 불리게 된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특별대담이 거론됐다.
성명은 박장범 앵커를 박민 사장 체제의 첫 '뉴스9' 앵커로 접한 중저연차 기자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7년차에 접어든 45기 기자들이 “용산만 바라보는 후보자는 그야말로 '자격 미달'”이라 비판한 뒤, 지난해 입사한 50기 기자들이 현장에서 “KBS가 뭘 할 수 있냐”는 말을 들어야 하는 자괴감을 밝히며 “이런 배움은 거부한다”고 밝혔다.
팀장급인 37·38기 취재·촬영기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명품백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취한 조치는 무엇인지, 대가성은 없는지 등 정작 국민이 궁금해할 질문은 박장범 앵커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왜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해야할 질문을 하지 않았는지 이제는 모두가 안다”고 했다.
46·47기 기자들은 “(박 앵커가) 리포트와는 무관한 내용을 앵커 멘트에 넣거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일도 잦았다. 이런 일은 유독 정권과 여당에 관련된 보도에 집중됐다”며 “존경할 수 없는 선배이자, 따를 수 없는 리더인 그에게 KBS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39기 기자들은 박 앵커가 지난해 총선 출마설이 불거진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에 대해 “가는 곳마다 함께 사진 찍자는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특이한 장관, 역대 어느 법무장관과도 다른 장관”으로 칭한 사례를 들어 “공영방송 앵커 자리에 앉아 그는 대통령과 여당의 시선에서 뉴스를 전했다. 그리고 여권 성향 이사들로부터 사장 후보자로 임명제청됐다”고 지적했다.
48기 취재·촬영기자들은 “후보자가 앵커로서 '조공 방송'을 자처하는 사이 국민의 신뢰와 함께 기자로서의 자존감도 무너졌다”며 “KBS 뉴스 '추락의 얼굴'이었던 그가 'KBS의 얼굴'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밝혔다.
42기 기자들은 “박장범 후보자는 경영계획서에서 '제작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데스크 기능을 강화해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영부인의 금품 수수 논란과 관련해 정작 중립성을 훼손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제작 보도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권 비판 등 특정 보도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43기 취재·촬영기자들은 “박 후보자는 후배들이 써 온 기사를 한참 보고 나서는 꼭 훈계의 말을 덧붙였다. 기사를 쓴 기자는 '말의 무게'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다”라고 회상한 뒤 “박 후보자가 저희에게 말한 것처럼 '말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34기 취재·촬영기자들은 “1년 전 갑자기 사장이 바뀌었다. 누구냐고 하니 높은 분의 술친구라고 했다. 그래서 또 사장이 된다고 하더니 바뀌었다. 파우치란 한마디에 누군가 매우 흡족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파우치가 술친구를 이겼다. 용산에서 그 한마디를 외치려고 박장범은 기자들의 반발에도 앵커멘트를 멋대로 고쳐 읽어왔다”고 꼬집었다.
41기 취재·촬영기자들은 “논란의 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팻말을 소개한 대목을 짚으며 “이 팻말에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쓰여 있다. 최근 우리 뉴스에 쏟아지는 비난, 비판, 손가락질의 큰 책임은 메인뉴스 앵커이자 대통령 대담의 진행자인 박 후보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40기 취재·촬영기자들은 “치욕의 '파우치'는 이제 언급하기조차 싫다”며 “제보는 뚝 끊겼다. 위기가 감지된다. 대신 보도국 전화는 '수신료 항의' 전화로 빗발친다. 정말 위기다. 더한 위기가 닥쳐올 분위기다”라고 했다.
35기 취재기자들은 “이제 KBS는 '정성을 다하는 건희의 방송”이라는 박 앵커 관련 기사의 댓글을 전한 뒤 “우리의 자부심이 통째로 '파우치'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 때도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비극”이라며 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차장급 연차인 33기 기자들은 쏟아지는 성명서를 보며 “선배로서 동료로서 미안했다”며 “박 후보자가 진정한 공영방송인이라고 손꼽은 '묵묵히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후배이자 동료들이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박장범 후보자, 당신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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