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바칩니다”… 박서보 ‘최후의 묘법’ 베일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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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박서보(1931∼2023) 화백이 마지막까지 혼신을 기울여 완성했으나 아직 알려진 바 없는 새 묘법(Ecriture·描法)과 이 묘법으로 작업한 작품들이 내달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몬지에 자리한 대형 갤러리 화이트큐브는 이 갤러리 수장고에서 박 화백의 신작 중 한 점인 '묘법 No. 221109'를 공개했고, 이를 '뉴스페이퍼(신문) 묘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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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위에 흰색 물감 흩뿌려
타계 직전까지 열정적 작업
캔버스 뒤에 아내 생일 기록
예술혼속 애틋한 사랑 눈길
런던 = 글·사진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박서보(1931∼2023) 화백이 마지막까지 혼신을 기울여 완성했으나 아직 알려진 바 없는 새 묘법(Ecriture·描法)과 이 묘법으로 작업한 작품들이 내달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몬지에 자리한 대형 갤러리 화이트큐브는 이 갤러리 수장고에서 박 화백의 신작 중 한 점인 ‘묘법 No. 221109’를 공개했고, 이를 ‘뉴스페이퍼(신문) 묘법’이라고 밝혔다. 박서보 ‘최후의 묘법’이자 작고하기 얼마 전에 그린 ‘최신’ 유작인 셈이다.
작품 뒷면에는 박 화백이 직접 쓴 작품 정보가 상세하다. 캔버스에 신문을 덧붙이고 그 위에 유화와 연필을 사용해 완성한 그림은 높이 65.2㎝, 가로 53.2㎝로, 2022년 서울에서 제작됐다. 표면에는 흰색 물감이 흩뿌려진 듯 반복적으로 칠해져 있으며, 그 사이로 흐릿하게 신문의 활자가 드문드문 비치는 형태다. 화이트큐브에 따르면 ‘뉴스페이퍼 묘법’ 연작에는 대부분 1970년대에 발행된 프랑스 신문들이 사용됐으며, 갤러리 직원들이 옛 신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후문이다. 1970년대는 박 화백이 묘법 시리즈를 본격화한 시기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붓을 놓지 않고, 예술 세계를 확장하려고 한 화백의 의지와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날 공개된 ‘묘법 No. 221109’는 남다른 사연을 품고 있어서 더욱 특별하다. 1970년대가 아닌, 폐간된 프랑스 지방 일간지 ‘르 프티 프로방살’의 1939년 2월 발행본이 쓰였기 때문이다. 박 화백은 그 이유를 캔버스 후면에 남긴 글귀를 통해 직접 밝혔다. 그는 서명 아래에 이 작품 속 신문에 대해 “나의 사랑하는 아내 尹明淑(윤명숙)이 태어난 날에 발간된 신문이다”라고 한글과 영어로 기록했다.
박 화백의 ‘사랑꾼’ 면모는 익히 알려져 있다. 윤 여사는 홍대 미대 재학 중 박 화백의 화실에 들어갔다가 스승과 제자에서 부부로 연을 맺었다. 붓을 놓고 수필가로 활동해 온 윤 여사는 에세이 ‘나로 말할 것 같으면─Yes, I am’(2021)에서 박 화백의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가정을 알뜰히 보살피지 못한 나 대신, 아이들 대학 갈 때마다 부엌에서 새우잠 자곤 하던 당신… 여전히 사랑합니다” 등 박 화백의 애틋한 사랑 고백이 출간 당시 화제가 됐다.
영국 대표 갤러리 화이트큐브의 유일한 한국 전속 작가였던 박 화백은 올해 여름 새로운 묘법과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0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묘법 No. 221109’를 포함한 그의 신작들은 내달 7일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화이트큐브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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