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고’ 안 먹혔다…서울대 의대 ‘휴학계 일괄 승인’ 파장

이혜영 기자 2024. 10. 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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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당혹’…서울대 신호탄으로 타 대학 확산 가능성 
서울대 의대 “휴학 불가피” vs 교육부 “즉각 감사 추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서울대 의대 ⓒ연합뉴스

서울대 의과대학이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한 재학생들의 휴학계를 일괄 승인하면서 교육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든 휴학 승인 사례가 나오면서 이 움직임이 타 의대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교육부는 다시 한 번 '엄정 대응'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여서 혼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전날 의대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서울대는 타 대학과 달리 학칙상 의대생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을 총장이 아닌 의대 학장이 갖고 있다. 

서울대 의대 측은 학장의 휴학 신청 일괄 승인이 이뤄진 데 대해 "고등교육법에 따라 한 학년에 30주 수업이 진행돼야 하는데 학생들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내년 2월까지 수업을 마치는 건 불가능하다"며 "유급을 막으려면 휴학을 승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1학기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이 오는 11월까지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2026년 2월까지 1년 치 과정을 모두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교과 과정이 연간 일정에 맞춰 설계됐는데 불과 서너 달 만에 이를 압축해 진행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강의실로 복귀한다면 유급시키지 않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하며 복귀 마지노선을 11월로 연기한 상태다. 그러나 의대생들이 여전히 복귀를 거부하면서 집단 유급 사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2학기 전국 40개 의대의 재적생 1만9374명 중 출석 학생은 548명으로 출석률은 불과 2.8%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의 휴학 일괄 승인에 교육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가 정부의 '동맹휴학 불가' 원칙에서 이탈함에 따라 다른 39개 의대도 반기를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학생을 의료인으로 교육·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부당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대 학장의 독단적 휴학 승인에 대해 즉각적인 현지 감사 등을 추진하고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제출이 가시화되자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대학본부에 시정명령을 예고하며 휴학계 반려를 압박해왔다. 올해 4월에는 "대학이 동맹휴학을 승인할 경우 행정적, 재정적 조치를 할 것"이란 엄포도 내놨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이 경고는 서울대 의대를 시작으로 균열이 불가피하게 됐다.   

의대생들의 휴학 또는 유급이 승인되면 당장 내년도부터 연간 신규 의사 3000여 명 배출이 불가능하다. 내년의 경우 예과 1학년이 되는 의대생들은 7500여 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휴학계 승인이 들불처럼 번질 경우 정부는 물론 의료공백으로 신음하고 있는 현장도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지역 및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추진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더 큰 공백을 만들어낸 꼴이 된 셈이다. 의료계는 "이미 한국 의료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망가졌다"는 탄식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 의대 결정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보면서 (서울대에 대한 제재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서울대 외 다른 대학이 휴학계 승인에 동참하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달 말 교육부에 '의대생 휴학 허용'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 연세대도 내부적으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학은 휴학 승인을 해 주지 않는 대신 교칙을 변경해 수업을 안 들어도 유급을 면제해주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충북대는 올해 1학기부터 2025학년도 1학기까지 의대생의 등록, 수강 신청, 학점 인정, 제적 등과 관련해 총장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충북대 의대생은 내년도 1학기까지 등록을 하면 유급을 피할 수 있다. 중앙대 의대는 미등록 제적을 막기 위해 2학기 등록기한을 내년 1월까지로, 경희대 의대는 12월 말까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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