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의 아침을 위한 모닝 카페 4

안녕. 여행만 가면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평소엔 3분 간격으로 울려대는 알람 소리도 못 들으면서 유독 여행지에서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나. 제한된 시간을 알차게 누리고자 하는 관광객의 조급함과 낯선 도시가 깨어나는 풍경 속에 이방인의 신분으로 섞일 수 있다는 짜릿함의 절묘한 콜라보 덕분일 테다.

이번 도쿄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같이 기를 쓰고 일어났고, 구글 맵에 찍어둔 카페로 향해 모닝커피로 하루를 열었다.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맞이하던 화창한 도쿄의 아침이란…

나처럼 ‘여행 한정 아침형 인간’이 되는 독자를 위해 준비했다. 도쿄행을 앞두고 있다면 더더욱 반가울 정보. 모닝커피와 함께 쉬어가기 좋은,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카페를 소개한다. 도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익숙한 시부야구, 시부야구와 접해 있지만 흔히 찾는 여행지는 아닌 세타가야구로 반경을 좁혀 4곳을 추렸다.


Paddlers Coffee

도쿄에서 가장 좋았던 카페 한 곳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Paddlers Coffee를 꼽는다. 2015년에 오픈한 이래로 주변의 베이커리, 레코드숍, 젤라또 가게 등과 함께 니시하라 스트리트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로컬 카페. 이곳을 1년 간격으로 두 차례 방문했는데, 두 번 다 아침 8시 반이었음에도 사람이 많아 놀랐던 기억이 난다. 흥미로웠던 건 동네 단골과 외국인 여행자, 어린아이와 노인과 스타일리시한 힙스터가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 ‘누구나 환영받는 카페’를 추구한다는 말처럼 과연 이곳에 머무는 모두가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Daisuke Matsushima 대표는 도쿄 나카노에서 태어나 포틀랜드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시절에 보고 느낀 것들을 이 카페에 투영한 것일까? Paddlers Coffee에 머물다 보면 영화에서 한 번쯤 본 듯한 미국 어딘가의 한적한 통나무집이 떠오른다. 벽과 바닥, 커피 바와 각종 가구 곳곳에 세월의 흔적을 두른 목재는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을 만나 공간 전반에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불어 넣는다. 아, 야외 테라스석도 빼놓을 수 없는 명당이다. 풍성한 초록 식물이 함께하는 데크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누리는 봄바람이란.

포틀랜드의 대표 로스터리 ‘Stumptown Coffee Roasters’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제공한다. 적당한 산미와 밸런스가 훌륭해 데일리 커피로 마시기 좋은 아메리카노와 부드럽고 산뜻한 카페라테. 화려하지 않지만 뭐 하나 모난 구석이 없는 커피다.

잊지 말고 주문해야 할 또 하나의 메뉴 핫도그. 커피와 함께 간단한 아침 식사로 즐기기를 바란다. 인근 베이커리에서 공수한 바삭한 번에 육즙이 팡 터지는 두툼한 소시지, 거기에 새콤한 사워크라우트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Paddlers Coffee

• 주소 | 2 Chome-26-5 Nishihara, Shibuya City, Tokyo

• 영업시간 | 07:30-16:00 (수요일 휴무)

• @paddlers_coffee (https://www.instagram.com/paddlers_coffee/)


Little Nap Coffee Stand

요요기 공원 인근의 한적한 골목, 커피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높은 확률로 여기에서 나오는 길일 것이다. 2011년에 오픈한 Little Nap Coffee Stand. 훌륭한 커피 맛과 근사한 매장 분위기로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카페다. 참고로 한국인 바리스타가 근무하고 있어 타이밍만 잘 맞춰가면 일본어나 영어를 전혀 못 해도 매장을 이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커피 스탠드’라는 이름처럼 일반적인 카페와는 달리 큼지막한 소파나 테이블이 마련돼 있지 않다. 네다섯 명이 겨우 붙어 앉을 수 있는 벤치를 제외하고는 창가의 스탠딩 바와 야외 좌석이 전부. 대신 통행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그렇게 각자 편한 대로 즐기는 모습이 어우러져 여기만의 자유로운 바이브를 자아낸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나무 바닥과 철제 선반, 파이프 형태의 조명과 세계지도, 벽을 가득 채운 스티커와 스케이트보드까지 애써 다듬지 않은 투박하고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경쾌한 소울 ・ 재즈힙합 음악과 함께 감흥을 돋운다.

10분 거리의 Little Nap Coffee Roasters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제공한다.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카페라테의 인기가 상당했다. 요요기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 것인지, 아이스 라테를 테이크아웃하는 손님이 대다수였다. 나는 따뜻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배전도가 다소 높다고 들어 라이트 로스팅 커피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을까 우려됐지만… 씁쓸하거나 텁텁한 뉘앙스 하나 없이 고소하고 진한 맛에 꿀꺽꿀꺽 들이켰다.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을 카페라테의 정석 같달까. 아이스크림과 핫도그도 판매하고 있으니 야무지게 포장해서 공원으로 향해 보면 어떨까.

Little Nap Coffee Stand

• 주소 | 5 Chome-65-4 Yoyogi, Shibuya City, Tokyo

• 영업시간 | 09:00-19:00


Raw Sugar Roast

Raw Sugar Roast는 2022년 봄, 도쿄 세타가야구 교도 지역에 오픈한 로스터리 카페다. 여행을 준비하며 우연히 접한 글로벌 커피 커뮤니티 TYPICA의 웹 저널을 읽고서 알게 된 곳.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진중한 태도에 한 번, 이름처럼 ‘Raw’한 매력이 느껴지는 공간에 또 한 번 매료돼 구글 맵에 저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소개한 Paddlers Coffee가 이 카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땐 ‘여긴 분명 뭐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과연 뭐가 있어도 제대로 있는 곳이었다. 커피와 공간 어느 하나 빠짐없이. 널찍한 면적과 높은 층고가 인상적인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를 베이스로 하고 있음에도 너무 차갑고 거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환하게 들어오는 자연광에 목재 가구와 초록 식물이 균형을 잡아주고, 색 배합이 멋진 세계지도와 레코드 존, 벽에 파묻힌 아트 오브제 같은 요소들이 구석구석 생기를 더하기 때문일 테다.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쿨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좋았다. 서울에 있었다면 노트북을 들고 자주 찾았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커피 역시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밝고 친절한 바리스타는 10개가 넘어가는 싱글 오리진 커피의 라인업을 정확히 꿰고 있었고, 맛있는 커피를 먹고자 하는 나의 이런저런 질문에 능숙하게 대응했다. 밝고 화사한 커피를 추천해달라는 말에 돌아온 대답은 ‘볼리비아 4LLAMS 게이샤 워시드’. 일부러 비싼 걸로 유도한 게 아닌가 멈칫했으나, 첫 모금을 들이키고는 미소를 띤 채 ‘오이시! おいしい!’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쨍한 산미로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숨겨져 있던 단맛이 올라오는, 섬세한 커피였다.

Raw Sugar Roast

• 주소 | 3 Chome-9-4 Miyasaka, Setagaya City, Tokyo

• 영업시간 | 08:00-18:00

• @rawsugar_roast (https://www.instagram.com/rawsugar_roast/)


Universal Bakes and Cafe

비건 독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카페가 있다. 세타가야다이타역에서 1분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Universal Bakes and Cafe. 달걀과 우유와 버터가 일절 들어가지 않는, 100%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빵과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비건 베이커리 & 카페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픈하는 만큼 커피와 빵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며 하루를 시작하기 좋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빵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매장이다. 빈티지 우드 가구와 대형 식물이 산뜻하고 따스한 인상을 주는 내부. 아침 햇살이 가득 내려앉는 건물 입구 양쪽으로는 야외석이 마련돼 있어 차양 아래서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잔잔한 음악과 빵 굽는 냄새까지 공감각적으로 펼쳐지는 장면 속에 머물다 보면 평화라는 게 별거 없구나 싶어진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쇼케이스를 둘러보다 알록달록한 비주얼에 눈길을 빼앗겼다. 그릴 야채 캄파뉴라는 일종의 오픈샌드위치다. 바삭한 캄파뉴에 제철 채소와 후무스 페이스트를 넣었다. 비주얼만 그럴듯하고 맛은 심심하진 않을까 싶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비건도 아닌 내가, 심지어 여전히 애 입맛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내가 허겁지겁 흡입할 정도로 단맛-짠맛-고소한 맛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음식이니까.

커피의 경우 원두의 캐릭터가 뚜렷하다기보다 매일 같이 빵에 곁들여 먹기 좋게끔 밸런스를 잡은 쪽에 가깝다. 스몰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는데, 마셔본 결과 전혀 부족한 양이 아니었다. 오후에 다른 카페로 2차 가실 분들이라면 욕심부리지 말고 스몰 사이즈로 주문하자.

Universal Bakes and Cafe

• 주소 | 5 Chome-9-15 Daita, Setagaya City, Tokyo

• 영업시간 | 08:30-16:00 (월요일, 화요일 휴무)

• @universalbakes_tokyo (https://www.instagram.com/universalbakes_tok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