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편입 그린 삼성생명, 신년 밸류업도 탄력받나

(왼쪽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삼성화재 사옥 / 사진 제공=각 사

생명보험 업계 1위 삼성생명이 손해보험 업계 1위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할 그림을 그리며 몸집 키우기 준비를 마쳤다. 삼성화재의 편입이 확정되면 삼성생명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규모만 4조원대로 보험업 '초격차'를 시현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주식을 매각할 필요가 사라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높은 삼성화재 덕분에 삼성생명의 K-ICS 비율도 지금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커져 주주환원 재원 마련에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전날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하며 금융위원회에 승인신청을 했다. 앞으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 등의 심사를 약 2개월 이상 거친 후 최종 승인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품으면 삼성금융 계열사의 지주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삼성화재만 별도 법인이었다.

삼성생명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도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손해보험 업계 최초로 2조원을 넘겼다고 실적발표회(IR)에서 밝혔다. 삼성생명도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1659억원으로 4분기 실적과 관계없이 무난히 4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각각 7270억원, 8769억원)은 물론 DB손해보험과 메리츠금융지주의 1조5780억원, 1조9835억원과도 격차가 크게 차이난다.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4조5175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지주와 비견할 수준이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은 지난 12일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주식시장 개장 전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하며 수면 위에 올랐다. 양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한 데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24조에서 1항에서 정한 금융기관이 타회사 주식 10% 이상 보유 금지 규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양사가 지금처럼 각자 법인으로 있는다면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합하면 10%가 초과하게 된다. 이번 2800억원 규모의 블록딜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이 8.44%, 삼성화재가 1.48%로 양사 합계 9.92%가 되며 10% 미만으로 내려오게 된다.

삼성화재의 높은 K-ICS 비율도 삼성생명의 자본건전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행 K-ICS 제도는 보험사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만약 지분 비율이 20~50%이면 관계사의 투자지분만큼 보험사 지표에 반영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은 14.98%다. 만약 삼성화재가 밸류업 계획으로 자사주 비중을 5.0% 미만으로 낮추면 삼성생명 보유 지분은 16~17%까지 늘어난다.

만약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지 않으면 15%를 초과하는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주식) 이슈가 발생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했을 때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오버행 이슈가 사라지자,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주가는 이날에만 10% 가까이 급등했다.

업계는 삼성생명이 지난해 3분기 IR에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권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도 삼성화재 편입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K-ICS 비율 1%를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원이 필요해 보험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 방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한편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에 편입되더라도 현재와 같이 이사회 중심의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주식을 우량 자산으로 간주, 밸류업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편입 절차 진행한다고 알렸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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