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경기 다 잡을거라 생각 안했는데···” 승장 이범호, 1차전 전상현 정공법 제대로 통했다[KS2]

KIA 이범호 감독이 23일 광주에서 삼성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승리한 뒤 박수를 치며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감독으로 처음 맞이하는 한국시리즈, 하루에만 2승을 챙긴 이범호 KIA 감독이 웃었다. 이 감독은 23일 광주에서 서스펜디드 정지 후 재개된 한국시리즈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내리 승리 후 “최대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선수들 준비를 시켰는데, 거기에 걸맞게 경기를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KIA는 이날 1차전 5-1 승리에 이어 2차전까지 8-3으로 따냈다

이 감독은 “하루에 2경기를 다 잡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전상현 선수가 1차전 중요한 순간을 정말 잘 끊어줬다”며 “1차전을 이겨내면서 2차전을 더 편하게 치를 수 있었다. 첫 경기를 못 잡았다면 2번째 경기도 힘든 상황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차전 선발) 양현종 선수나 중간 투수들이 다 잘 던져줬고, 타자들도 1점씩 내줘야 할 타이밍에 진루타도 쳐 주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팀을 위해 좋은 경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6회초 무사 1·2루 삼성 공격, 김영웅 타석에서 재개된 이날 1차전, 이 감독은 전상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 이틀 내내 고민했던 게 누구를 올리느냐였다.

이 감독은 “그 고민을 정말 오래 했다. 비가 와서 하루 더 계속해서 고민했다”면서 “그냥 팀 필승조 중에서 가장 구위 좋은 투수, 안정적인 투수가 누구일까 하다가 (정)해영이를 제외하면 (전)상현이가 제일 좋겠다고 코치와 얘기를 나눴다. 정공법으로 밀어붙였다”고 지난 고민의 시간들을 돌이켰다. 그는 “구위 믿고 올렸는데 확실히 잘 막아줬다”고 전상현을 칭찬했다.

누구를 올려야 할 지 고민했고, 동시에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도 고민했다. 이 감독은 “번트가 나오면 1점 주는 야구를 하려고 했고, 번트가 안 나온다면 점수 안 주는 야구를 하자고 얘기를 했다. 번트가 나왔는데 (김)태군이가 잘 잡아주면서 상황을 잘 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고민이 많았고, 상대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저희 쪽으로 좀 더 운이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 감독은 전날까지만 해도 전상현이 아닌 다른 투수를 생각했다. 좌완 이준영을 원포인트로 올려 김영웅 한 명만 상대한 뒤 전상현을 올리자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이)준영이로 한번 끊고, 만약 볼넷이 된다면 노아웃 만루에 상현이를 올릴 생각이었다. (김영웅을) 잡으면 1사 1·2루에서 상현이를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끊지 말고, 그냥 바로 붙이자고 투수코치와 얘기하고 밀어붙인 게 중요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팀의 사령탑으로 처음 맞이하는 한국시리즈에 대해 “기다리는 것도 힘들었고, 짧은 순간에 바로바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웠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 선택 하나에 KIA 팬분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고생한 게 다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 더 신중하게 준비했다. 최대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점수 차가 많이 나도 이길 수 있는 선수들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그 말처럼 이 감독은 이날 하루 열린 2경기 모두 9회에 마무리 정해영을 올렸다. 1차전 5-1로 앞서고 있었고, 2차전은 8-2로 앞서고 있었지만 2번 모두 돌다리를 두드렸다. 1차전에 이어 2차전 6점 차 리드에서도 정해영을 올린 데 대해 이 감독은 “1차전 공 10개를 던졌고, 그전까지 오래 쉰 상태였다. 내일은 또 휴식일이었다”면서 “마무리를 올려서 꼭 이기고 싶었다. 2경기를 다 잡아놓으면 편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자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올라가면 더 부담되니까,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깔끔하게 끝내기 위해서 (이닝 시작부터) 올렸다”고 말했다.

광주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