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훈상]‘스몰토크 외교력’ 보여준 李… 야당에도 ‘잼통령’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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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우리 무지하게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진다. 목소리를 들은 것보다 훨씬 더 젊고 미남이다"라고 인사했다.
이 대통령이 G7 참석차 출국 전 앨버니지 총리와 정상 통화를 했던 일을 소재로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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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와의 회의는 물론이고 공식 행사에서도 애드리브(즉흥 발언)와 농담을 즐긴다. 자신을 낮춰 거리감을 줄이는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문화계 행사에서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박윤재 발레리노에게 “키가 185cm라고 하고, 다리로 얘기가 많이 되는 걸 봤다”고 질문하자 172cm의 이 대통령은 “다리 이야기 하지 마세요”라며 웃음을 유발했다.
농담 뒤에 칼이 숨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가진 광주 타운홀 미팅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직접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면서 “SPC(특수목적법인)를 구성할 때 무안군이 우선 처분 이익 취득권을 갖는 거로 하면 된다”며 “제가 SPC 전문이잖나, 대장동…. 뭐 해 먹는 전문은 아니다”라고 했다. 2021년 대선 낙선 과정에서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대장동 의혹을 농담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농담 뒤엔 각자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지자체장을 향해 “결론만 말하라”,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변화구 다음 꽉 찬 직구를 던지듯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낸 뒤 날카로운 지적으로 긴장시키는 식이다.
대통령의 농담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선 유머 감각이 대통령이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으로 꼽힌다.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위기의 순간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반전시킨 대통령도 여럿이다.
유머가 힘을 발휘하려면 상대를 배려하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지난달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김용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면전에서 A4 용지 3장에 적힌 7대 요구사항을 읽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앞에서 내가 발언했을 때보다는 짧은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선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라며 즉석에서 ‘애드리브’를 추가했다.
한 다선 정치인은 “여야 관계에서 받아들이긴 애매하고, 정면으로 반박하기 어려울 때 유머로 풀면 분위기가 싸해지지 않는다”며 ‘잼통령’ 이 대통령의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야당에선 ‘무시한다’, ‘조롱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유머는 국민과 이어 주는 다리를 놓기 위한 도구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나머지 국민까지 웃게 하는 것이 고난도의 정치 유머다. 이제 야당도 웃길 줄 아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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