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접전 끝 '좌파 대부' 룰라 1위…30일 결선투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3.2%로 바짝 추격
중도층 표심이 결선투표 향방 가를 듯
룰라 전 대통령 집권하면 중남미에 '제 2의 핑크 타이드'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은 브라질 대선에서 예상 밖의 접전이 펼쳐졌다. 1차 투표에서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5%포인트 차이로 힘겹게 눌렀다. 룰라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과반을 득표해 결선 투표 없이 승리할 것이란 일각의 예상이 빗나갔다. 최종 승자는 오는 30일 결선투표에서 가려지게 됐다.
룰라, 과반 득표 실패...30일 결선투표로
브라질 선거관리국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개표율 99% 기준 노동당 후보인 룰라 전 대통령이 48.4%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재선에 나선 자유당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3.2%를 차지했다.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시모네 테베트 민주운동 후보(4.2%)와 시로 고메스 민주노동당 후보(3%)가 그 뒤를 이었다. 후보 11명 중 유효표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어 오는 30일 결선투표에서 전·현직 대통령 단 둘이 승패를 가리게 됐다.
이번 투표는 룰라 전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박빙이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1년 내내 1위를 뺏긴 적이 없었다. 지난 26일 여론조사업체 IPEC 조사에서도 룰라 전 대통령은 48%의 지지율을 얻어 보우소나루 대통령(31%)을 17%포인트 차이로 압도했다.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룰라 전 대통령이 대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양대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5%포인트에 불과했다.
결선투표 결과도 전망하기 어렵게 됐다. 결선 투표 후보자들의 이념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만큼 지지자들 간 반목 심화도 불가피하다. 결선의 항배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느냐에 달려 있다. 득표율 3위인 테베트 후보는 중도우파, 4위인 고메스 후보는 중도좌파 성향이다. 이들 후보는 수일 내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결정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들의 득표율을 합하면 7.2%포인트로 1·2위 후보의 득표율 격차를 웃돈다. 움베르투 코스타 노동당 상원의원은 “분명히 ‘보우소나리즘’이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중남미 주요 6개국에 좌파 집권 유력
룰라 전 대통령이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하는 경우 중남미 주요 6개국인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모두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1990년부터 25년간 이어져왔던 중남미의 좌파 강세를 상징하는 ‘핑크 타이드’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금속 노동자 출신인 룰라 전 대통령은 고소득층 증세, 최저임금 인상, 엘리트주의 타파, 사회안전망 확대 등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2002년 초선, 2006년 재선에 성공했을 당시 내세웠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유권자들에게 좌파 정권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대응에 실패하면서 지난 4월 연간 물가상승률이 12%를 넘기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8.73%로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을 잡느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2%에서 지난달 13.75%까지 급등했다. 브라질 싱크탱크인 게툴리오바르가스재단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식량이 부족한 가구의 비율은 2019년 30%에서 지난해 36%로 늘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 수는 3300만명으로 최근 30년 간 최고치다.
브라질 영토의 40%를 차지하는 열대 우림 개발에 대한 비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보우소나루 정부는 환경 관련 지금과 인력을 삭감하면서 아마존 난개발 관리에 소홀했다는 의심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불법 채광과 벌목을 근절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으면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브라질 매체 네오피드는 “룰라가 승리하면 브라질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합류할 것”이라며 “반면 친미 성향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만을 둘러싼 국제 위기가 두드러지거나 미국에서 극우가 유행하는 경우 중국과 긴장 국면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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