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푸조` 스텔란티스, '30% 성장' 약속이 '20% 역성장'으로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스텔란티스코리아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방실 대표가 연초 공언했던 '30% 성장' 목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락했다. 

주력 브랜드인 지프와 푸조가 한국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고가 정책과 상품성 부족한 신차 출시, 연이은 경영 실책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

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올해 1~9월 국내 시장에서 2211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2786대) 대비 20.6% 감소한 것으로 연초 방실 대표가 제시했던 '25~30% 성장'이라는 청사진과 정반대되는 실적이다. 

지프 랭글러

지프 랭글러각 브랜드별로 파악해보면 고르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프는 전년 동기(2034대) 대비 26.5% 급감한 1496대 판매에 그쳤다. 

지프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을 역행하는 가격 정책에서 비롯됐다. 대표 모델 랭글러는 7000만원대부터 시작해 국산 동급 SUV와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이는 본사의 전략 실패가 한국 시장에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사적으로도 상황은 좋지 않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카를로스 타바레스 전임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가 비용 절감에만 몰두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시켰다고 지적했다. 

국내 도로에서 지프를 만나기 힘들 정도로 점유율은 처참하다. 지프의 올해 1~9월 국내 시장 누적 점유율은 0.6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4%에서 거의 반 토막 났다. 2022년 7000대 이상 팔리던 영광은 과거가 됐고, 올해는 2000대 판매조차 버거워 보인다. 이는 명백한 브랜드 경쟁력 상실 신호다.

지프 전기차 '어벤저'

지프 전기차 '어벤저'스텔란티스코리아 실패의 또 다른 축은 전기차다. 올해 1~9월 전체 수입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72.7% 성장하며 6만6366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스텔란티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지프 최초 전기차 '어벤저'는 사실상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다. 짧은 주행거리와 비싼 가격이라는 치명적 약점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배제된 탓이다. 

푸조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푸조는 지난해 1~9월 752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715대로 판매량이 줄었다. 야심 차게 출시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신차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푸조의 누적 시장 점유율은 0.32%에 불과하다.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잘못된 판매 정책과 부실한 사후서비스(AS)는 추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푸조가 도입한 '위탁판매 방식'은 할인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이라는 이미지만 심어줬다. 또 지프와 푸조 전시장을 통합한 '브랜드 하우스'는 고객 서비스 강화라는 명분과 달리, 비용 절감 목적의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거기다 한정판 컬러 에디션 출시 같은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이미 떠나버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웠다. 가격, 상품성, 판매 정책, AS까지 난국에 빠진 스텔란티스코리아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는 요원해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판매량은 일시적 부진이 아닌 시장의 명백한 '거부 신호'로 봐야 한다"며 "가격도, 상품성도 없는 제품은 설 자리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직시해야 한다. 주류 브랜드가 아닌 비주류 브랜드로 전락할 위기"라고 꼬집었다.

/지피코리아 경창환 기자 kikizenith@gpkorea.com, 사진= 스텔란티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