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에 올라 침체된 영상 캡쳐카드 시장

▲ Elgato HD60 X<241,700원>로 게임 방송을 하는 컨셉 사진<이미지 출처 : Elgato 홈페이지>

영상 캡쳐카드는 인터넷 개인 방송과 정말 밀접한 부품이다. 특히 게임을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고, PC를 2대 이상, 이른바 2컴 방송을 진행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거기에 최근에는 4K 60p 패스스루 기능까지 갖춘 제품이 나오고 있어서 점점 '발전 중'인 시장인가 싶지만 의외로 해가 갈수록 판매량이 줄어드는 실정이다.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를 통해 진단해 보자.


영상 캡쳐카드의 연도별 판매량을 보면 2020년 판매량 정점을 찍은 다음 서서히 판매량이 감소하는 모양새다. 그러다 2023년 들어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고 말았다. 아무리 10월까지의 통계라지만 영광의 시간이었던 2020년과 비교하면 약 60% 수준밖에 안 된다.

이는 인터넷 방송 시장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트위치가 2015년 한국 서버를 추가한 이후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국내 인터넷 방송 시장을 공략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때 트위치 스트리머, 혹은 유튜버로 개인 방송을 준비하려던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경쟁자 수가 너무나 많아 레드오션이 되어버렸고, 신규 방송 진행자들도 자리 잡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에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의 수가 서서히 줄어들었고 덩달아 필수 장비인 영상 캡쳐카드가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영상 캡쳐카드는 신제품으로 꾸준히 나오긴 하지만, 딱히 업그레이드를 할 만한 '혁신'도 별로 없었다는 점도 주요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4K 환경이 아니라 FHD에 국한된 방송이라면 신제품이 아니더라도 기존 캡쳐카드로도 그럭저럭 방송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환경은 영상 캡쳐카드 추가 구매 수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가 적은 것과 연결될 수 있다.


영상 캡쳐카드는 전통적으로 외장형 캡쳐카드가 강세이긴 한데, 2020년 1월에는 의외로 거의 점유율이 같을 정도로 격차가 줄어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고, 점점 벌어지기 시작해 현재는 82.7% vs 17.3%로 나타난다. 엄청난 차이다.

이는 사실 번거롭기 때문이다. PCIe 슬롯을 사용하는 내장형 캡쳐카드는 PC 측면부를 열고 PCIe 슬롯에 직접 장착해야 한다. 또한, 메인보드 구조상 두꺼운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면 쿨러와 간섭이 생겨 조립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PC 하드웨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내장형 캡쳐카드보다는 외장형 캡쳐카드가 훨씬 나은 선택이다.


영상 캡쳐카드 해상도별 판매량 점유율만 보면 정말로 모 아니면 도라는 소리가 나온다. 주력 제품군 해상도는 FHD or 4K로 진짜로 중간(QHD)이 없다. 2019년에는 FHD 정도로도 충분했고 4K 캡쳐카드는 점유율이 대략 2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4K 캡쳐카드의 점유율은 슬금슬금 증가했고, 결국 2023년에는 37%까지 상승했다.

사실 캡쳐카드 시장이 FHD와 4K로 양극화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니다. 굳이 애매한 제품을 실수로라도 선택하게 될 이유조차 전혀 없다. 2023년 FHD와 4K가 아닌 기타 해상도의 제품군은 1.2%로 사실상 무시해도 될 정도다.


사실 시장이 어려워지고 판매량이 줄어들 때 소비자들의 보수적인 성향이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굳이 대중화되지 않은 새로운 선택지보다는 안전한 선택지라 볼 수 있는 유명한 제품군을 고르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현재 캡쳐카드 시장을 보면 사실상 묻지마 에버미디어의 독무대다. 점유율이 약 36% 수준인데 오랫동안 이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그나마 경쟁자라 볼 수 있는 건 엘가토였다. 엘가토가 국내 시장에 진입한 직후에는 살짝 인기가 있었지만 힘이 빠진 현시점에서는 다시 에버미디어 천하로 돌아갔다.


▲ AVerMedia Live Gamer 4K<241,400원><이미지 출처 : Avermedia 홈페이지>

최근 트위치코리아가 망 사용량 때문에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트위치는 2015년 한국 서버를 추가한 이래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국내 인터넷 방송 시장을 뒤흔들었었다. 이 때 기준이라면 영상 캡쳐카드 판매량도 꾸준히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장 상황만 보면 신규 진입이 어려운 고인물 시장이 되기도 했어 분명 좋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새롭게 준비하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예 백지상태인 ‘신대륙’이 발견되면 많은 사람들이 개척에 나서게 되지 않을까? 영상 캡쳐카드 시장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물론 호재로 말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글 / 김도형 news@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