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63빌딩 혼자 지었다고 허풍 떠는 꼴”
구자홍 기자 2024. 10. 19. 09:01
[추적 | ‘기술자’인가 ‘협잡꾼’인가…명태균·김대남의 입] 명태균 5大 쟁점 팩트체크!
명태균: 오세훈이 4번이나 나한테 살려달라고 울었다?
명 씨는 10월 9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 시장에게 첫마디로 "시장할래요? 대통령할래요"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명 씨가 "오세훈이 4번이나 나한테 살려달라고 울었다"고 보도했다.
명 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강청해 그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4번이나 나한테 살려달라고 울었다'는 명 씨 주장에 대해선 "울음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이라며 "처음 보는 한낱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고 밝혔다.
명 씨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오세훈 후보를 만난 것은 오 시장도 인정한다. 다만 명 씨가 보궐선거 때 오 시장 당선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오 시장은 "관계를 단절했다"며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관계를 이어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명 씨 주장에 힘이 실리려면 언론보도처럼 "오 시장이 4번이나 살려달라고 울었다"는 시점이 언제였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 씨가 오 시장 당선을 위해 어떤 기여를 어떻게 했는지, "살려달라고 울었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오 시장은 10월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 씨 발언의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허무맹랑한 소리다. (명 씨에 대한) 고소장은 써놨다"고 답했다.
명태균: 경선 때 홍 시장 측에서 여론조사 의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월 14일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명태균 씨가 운영하는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 쪽에 붙어 여론조작을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 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다. 그런데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치러졌다. 당시 홍 시장은 41.5% 득표에 그쳐 47.85%를 기록한 윤 대통령에 뒤져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홍 시장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48.21% 득표로 37.94%에 그친 윤 대통령을 앞섰으나, 당원 투표에서 34.8% 득표에 그쳐 57.77%를 득표한 윤 대통령에 크게 밀렸다.
홍 시장의 이 같은 주장에 명 씨는 "여론조사기관 PNR이 제 회사라는 거냐, 감사하다. PNR을 팔아먹어도 되겠냐"며 "PNR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미래한국연구소와도 관계를 정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명 씨는 "경선 당시 오히려 홍준표 캠프 측 인사의 요청을 받고, 홍 캠프와 미래한국연구소를 연결해 준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신동아' 취재 결과 2022년 대선 때 왕성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PNR은 2023년 3월 이후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NR은 전자공시 시스템으로 확인 가능한 법인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명목 사장과 실질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PNR이 서울 여의도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소는 서울로 돼 있더라도 ARS 조사를 할 수 있는 장비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든 여론조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 '여론조작' 여부를 둘러싸고 홍 시장과 명 씨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신문 뉴스토마토가 10월 15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막 시작되던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사실상 여론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 씨는 "젊은 아들(애들) 있다 아입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며 구체적 조작 방법까지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 씨가 '선거 브로커' 수준을 넘어 여론조사를 활용한 여론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PNR 50개 여론조사 중 윤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게 49개"라며 "윤 대통령이 여론조작 가능성을 알았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편 PNR 측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를 받았지만, 명 씨와 여론조사에 대해 직접 의논한 적도 없고, 여론조작은 절대 없었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명 씨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전후로 한 여론조작 여부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 수사 당국에서 앞으로 정밀 조사를 통해 진위를 밝혀내야 할 문제다.
한편 명 씨에게 자비로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최모 씨에 대해 홍 시장이 10월 14일 "사표를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최 씨는 홍 시장 아들의 지인으로 알려진 인물로 최근 대구시 공무원에 임명된 바 있다. 홍 시장은 "최 씨는 같은 마산 출신인 명 씨와 잘 알고 있는 사이였고,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는 우리 캠프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명 씨는 "최 씨는 서울 토박이로 서울에 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론조작' 공방이 홍 시장을 도왔던 '최 씨'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관심은 최 씨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자비'로 홍 시장을 위해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모이고 있다. 명 씨는 최 씨에 대해 "(홍 시장) 선거캠프에서 제일 핵심 아니냐"며 "국민을 X같이 보니까 그걸 거짓말하고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 시장이 명 씨의 이 같은 감정적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명태균: 7월 30일 윤석열 입당 날짜 정해줬다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이유가 자신이 입당 날짜를 정해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명 씨는 10월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입당 당일)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언제 입당하는 게 좋겠냐'고 해서 '토요일은 기자들 출근 안 하니까 오늘 그냥 들어가세요'라고 했다"며 "그런데 진짜 그날 입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윤 대통령 영입을 위해 막후에서 움직였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얘기는 다르다. 김 최고위원은 10월 14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입당 직전,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2시간 동안 윤 대통령에게 조기 입당 당위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당시 윤 후보는 당에 들어오는 대신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가 11월 말쯤 단일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언한 사람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그래서 내가 '우리 당 후보가 뽑히면 절대 단일화가 안 되니 하루빨리 입당해야 한다' '지금이 빈집털이 기회다' '보수 진영의 새 역사를 써달라'고 2시간 동안 설득했다. '언제 입당하면 좋겠냐'고 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입당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알겠다'고 하더라. 다음 날 아침 장제원 의원이 연락해서 '형님, 윤 총장 만났죠? 우리가 얘기할 때는 듣지 않더니 형님 얘기 듣고 입당 준비하라고 했어요'라고 하더라. 윤 대통령의 입당에는 이런 과정과 배경이 있었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명 씨가 어떻게 입당 날짜를 정해줬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명 씨 주장은 63빌딩 지을 때 벽돌공으로 참여한 사람이 '이 건물 내가 지었다'고 얘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당대표이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명 씨가 윤 대통령 입당 시기를 조언했다는 주장에 대해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명 씨가 윤 전 총장 내외에게 '당대표 패싱 입당'을 권유했고, 해당 의견을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명 씨의 과장인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7월 30일, 당시 이준석 대표는 지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 중이어서 '지도부 패싱 입당'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명태균: 여사가 인수위 참여 요청?
명 씨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와서 사람들 면접을 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명 씨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명 씨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섣부르게 해명에 나섰다가 더 큰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명 씨의 '인수위 면접 요청' 주장은 사실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 씨는 왜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주요 공직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일까. 김 최고위원은 "명 씨는 인수위에 들어가지 않은 게 아니라 들어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첫 번째 벌금형은 2018년 지방선거로, 선거 여론조사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로 2020년 2월 7일 대법원에서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명 씨는 21대 총선 당시 경남 창원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영선 전 의원을 지지하는 글과 사진, 동영상을 올린 혐의로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7월 9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명 씨가 두 번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시점은 2020년 7월 9일이다.
허주연 변호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선고를 받으면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며 "피선거권이 제한되면 공직 취임도 제한받는다"고 설명한다. 즉 선거법 위반으로 두 차례 벌금 100만 원 이상 선고를 받은 명 씨는 2020년 7월 9일 이후 5년간 공직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에는 각 부처 공무원이 파견되기도 하고, 민간인 가운데 별정직 공무원 신분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명 씨 주장대로 만약 김건희 여사가 인수위 근무를 요청해 명 씨가 인수위에서 일하려 했다 하더라도 명 씨는 신원조회 과정에 '부적격자'로 통보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명 씨의 인수위 근무 자격 여부는 부차적 문제다. 지금 논란의 초점은 인사권이 없는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 씨에게 인수위 근무를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 없느냐에 모이고 있다. 대통령실이 명 씨 주장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명 씨는 김 여사와 주고받은 SNS 대화 캡처본을 추가로 공개하며 대통령실과 여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명 씨는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관련해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고 밝혔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전후로 명 씨와 윤 대통령 내외 사이에는 어떤 대화가 오간 것일까. 명 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대화 내용 중에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보낸 '체리 따봉' 이모티콘도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15일 명 씨는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하면서 "(대통령실에서) 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하는 게 있는데 그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명태균발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한국 정치에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언제쯤 명태균 사태가 마무리될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여러 사람이 불면의 밤을 보내게 생겼다.
● 明 “오세훈이 살려달라고 4번 울었다” 吳 “난센스”
● 明 “홍 시장 측에서 조사 의뢰”, 洪 “최모 씨가 자비로 한 것”
● 明 “尹 입당 날짜 내가 정해줬다”, 金 “설득 후 尹 결심”
● 明 “여사가 인수위 참여 요청”, 許 “선거법위반으로 明 공직 취임 못해”
명태균. 그의 말 한마디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물론 오세훈, 홍준표 등 여권 차기 주자급 인사들이 난처해졌다. 반박하자니 긁어 부스럼 될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그의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촤근에는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면서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명 씨가 지금까지 쏟아낸 여러 발언 가운데 당사자가 반박하거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주장의 허구성과 진실성을 따져본다.
명 씨가 지금까지 쏟아낸 여러 발언 가운데 당사자가 반박하거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주장의 허구성과 진실성을 따져본다.
명태균: 오세훈이 4번이나 나한테 살려달라고 울었다?
오세훈: 한낱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 난센스!
명 씨는 10월 9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 시장에게 첫마디로 "시장할래요? 대통령할래요"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명 씨가 "오세훈이 4번이나 나한테 살려달라고 울었다"고 보도했다.
명 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강청해 그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4번이나 나한테 살려달라고 울었다'는 명 씨 주장에 대해선 "울음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이라며 "처음 보는 한낱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고 밝혔다.
명 씨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오세훈 후보를 만난 것은 오 시장도 인정한다. 다만 명 씨가 보궐선거 때 오 시장 당선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오 시장은 "관계를 단절했다"며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관계를 이어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명 씨 주장에 힘이 실리려면 언론보도처럼 "오 시장이 4번이나 살려달라고 울었다"는 시점이 언제였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 씨가 오 시장 당선을 위해 어떤 기여를 어떻게 했는지, "살려달라고 울었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오 시장은 10월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 씨 발언의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허무맹랑한 소리다. (명 씨에 대한) 고소장은 써놨다"고 답했다.
명태균: 경선 때 홍 시장 측에서 여론조사 의뢰했다
홍준표: 최모 씨가 홍 시장 돕기 위해 자비로 한 것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월 14일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명태균 씨가 운영하는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 쪽에 붙어 여론조작을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 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다. 그런데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치러졌다. 당시 홍 시장은 41.5% 득표에 그쳐 47.85%를 기록한 윤 대통령에 뒤져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홍 시장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48.21% 득표로 37.94%에 그친 윤 대통령을 앞섰으나, 당원 투표에서 34.8% 득표에 그쳐 57.77%를 득표한 윤 대통령에 크게 밀렸다.
홍 시장의 이 같은 주장에 명 씨는 "여론조사기관 PNR이 제 회사라는 거냐, 감사하다. PNR을 팔아먹어도 되겠냐"며 "PNR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미래한국연구소와도 관계를 정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명 씨는 "경선 당시 오히려 홍준표 캠프 측 인사의 요청을 받고, 홍 캠프와 미래한국연구소를 연결해 준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신동아' 취재 결과 2022년 대선 때 왕성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PNR은 2023년 3월 이후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NR은 전자공시 시스템으로 확인 가능한 법인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명목 사장과 실질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PNR이 서울 여의도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소는 서울로 돼 있더라도 ARS 조사를 할 수 있는 장비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든 여론조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 '여론조작' 여부를 둘러싸고 홍 시장과 명 씨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신문 뉴스토마토가 10월 15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막 시작되던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사실상 여론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 씨는 "젊은 아들(애들) 있다 아입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며 구체적 조작 방법까지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 씨가 '선거 브로커' 수준을 넘어 여론조사를 활용한 여론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PNR 50개 여론조사 중 윤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게 49개"라며 "윤 대통령이 여론조작 가능성을 알았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편 PNR 측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를 받았지만, 명 씨와 여론조사에 대해 직접 의논한 적도 없고, 여론조작은 절대 없었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명 씨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전후로 한 여론조작 여부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 수사 당국에서 앞으로 정밀 조사를 통해 진위를 밝혀내야 할 문제다.
한편 명 씨에게 자비로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최모 씨에 대해 홍 시장이 10월 14일 "사표를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최 씨는 홍 시장 아들의 지인으로 알려진 인물로 최근 대구시 공무원에 임명된 바 있다. 홍 시장은 "최 씨는 같은 마산 출신인 명 씨와 잘 알고 있는 사이였고,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는 우리 캠프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명 씨는 "최 씨는 서울 토박이로 서울에 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론조작' 공방이 홍 시장을 도왔던 '최 씨'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관심은 최 씨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자비'로 홍 시장을 위해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모이고 있다. 명 씨는 최 씨에 대해 "(홍 시장) 선거캠프에서 제일 핵심 아니냐"며 "국민을 X같이 보니까 그걸 거짓말하고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 시장이 명 씨의 이 같은 감정적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명태균: 7월 30일 윤석열 입당 날짜 정해줬다
김재원: 尹 조기 입당 권유한 사람은 바로 나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이유가 자신이 입당 날짜를 정해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명 씨는 10월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입당 당일)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언제 입당하는 게 좋겠냐'고 해서 '토요일은 기자들 출근 안 하니까 오늘 그냥 들어가세요'라고 했다"며 "그런데 진짜 그날 입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윤 대통령 영입을 위해 막후에서 움직였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얘기는 다르다. 김 최고위원은 10월 14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입당 직전,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2시간 동안 윤 대통령에게 조기 입당 당위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당시 윤 후보는 당에 들어오는 대신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가 11월 말쯤 단일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언한 사람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그래서 내가 '우리 당 후보가 뽑히면 절대 단일화가 안 되니 하루빨리 입당해야 한다' '지금이 빈집털이 기회다' '보수 진영의 새 역사를 써달라'고 2시간 동안 설득했다. '언제 입당하면 좋겠냐'고 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입당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알겠다'고 하더라. 다음 날 아침 장제원 의원이 연락해서 '형님, 윤 총장 만났죠? 우리가 얘기할 때는 듣지 않더니 형님 얘기 듣고 입당 준비하라고 했어요'라고 하더라. 윤 대통령의 입당에는 이런 과정과 배경이 있었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명 씨가 어떻게 입당 날짜를 정해줬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명 씨 주장은 63빌딩 지을 때 벽돌공으로 참여한 사람이 '이 건물 내가 지었다'고 얘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당대표이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명 씨가 윤 대통령 입당 시기를 조언했다는 주장에 대해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명 씨가 윤 전 총장 내외에게 '당대표 패싱 입당'을 권유했고, 해당 의견을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명 씨의 과장인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7월 30일, 당시 이준석 대표는 지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 중이어서 '지도부 패싱 입당'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명태균: 여사가 인수위 참여 요청?
선거법 유죄 명 씨, 공민권 박탈 상황
명 씨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와서 사람들 면접을 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명 씨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명 씨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섣부르게 해명에 나섰다가 더 큰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명 씨의 '인수위 면접 요청' 주장은 사실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 씨는 왜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주요 공직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일까. 김 최고위원은 "명 씨는 인수위에 들어가지 않은 게 아니라 들어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첫 번째 벌금형은 2018년 지방선거로, 선거 여론조사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로 2020년 2월 7일 대법원에서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명 씨는 21대 총선 당시 경남 창원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영선 전 의원을 지지하는 글과 사진, 동영상을 올린 혐의로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7월 9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명 씨가 두 번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시점은 2020년 7월 9일이다.
허주연 변호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선고를 받으면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며 "피선거권이 제한되면 공직 취임도 제한받는다"고 설명한다. 즉 선거법 위반으로 두 차례 벌금 100만 원 이상 선고를 받은 명 씨는 2020년 7월 9일 이후 5년간 공직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에는 각 부처 공무원이 파견되기도 하고, 민간인 가운데 별정직 공무원 신분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명 씨 주장대로 만약 김건희 여사가 인수위 근무를 요청해 명 씨가 인수위에서 일하려 했다 하더라도 명 씨는 신원조회 과정에 '부적격자'로 통보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명 씨의 인수위 근무 자격 여부는 부차적 문제다. 지금 논란의 초점은 인사권이 없는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 씨에게 인수위 근무를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 없느냐에 모이고 있다. 대통령실이 명 씨 주장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명 씨는 김 여사와 주고받은 SNS 대화 캡처본을 추가로 공개하며 대통령실과 여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명 씨는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관련해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고 밝혔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전후로 명 씨와 윤 대통령 내외 사이에는 어떤 대화가 오간 것일까. 명 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대화 내용 중에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보낸 '체리 따봉' 이모티콘도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15일 명 씨는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하면서 "(대통령실에서) 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하는 게 있는데 그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명태균발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한국 정치에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언제쯤 명태균 사태가 마무리될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여러 사람이 불면의 밤을 보내게 생겼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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