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샬레트래블앤라이프는 어떤 여행사인가요?
똑같은 여행은 하나도 없는 여행사입니다. 고객의 스타일, 취향에 맞춰서 전부 맞춤 여행으로 일정을 만들어요. 회사 홈페이지에 여러 상품들이 올라와 있는데, 그건 나만의 일정을 짤 때 참고 일정으로 생각하시면 돼요.
Q. 샬레트래블앤라이프를 세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 4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TC(여행인솔자)를 했어요. 그때는 정말 TC 호황기였는데, 요즘도 그때 TC 하면서 지금보다 돈을 더 잘 벌었다는 농담을 해요. 그러는 와중에 아버지 친구 분께서 운영하시던 여행사를 2천만 원에 내놓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회사가 바로 샬레스위스였어요. TC를 하며 해외를 많이 다녔고, 대학 때 인도에서 1년을 살며 영어도 배워두었고, 취직보다 창업이 나을 것 같았어요. 부모님께 결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혹시 결혼자금 모아 두신 것 있으시면 도와 달라 부탁해서 여행사를 인수했어요. 그게 대학을 졸업하던 해였으니까, 인수 시점으로 따지면 내년이 30주년이에요.


Q. 졸업 후 바로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어렵지 않으셨나요?
그땐 정말 용감했어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처음에는 TC를 하며 알게 된 분들을 대상으로 여행사를 운영했어요. 그러다 바로 IMF가 터졌고요. 직원들 모두 그만두고 저와 친구들 셋이 다른 여행사 사장실에 얹혀 지냈어요. 거기가 일본 항공권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IMF인데도 운영이 잘 됐어요. FOC(Free of Charge) 티켓 같은 걸로 수익을 내는 걸 어깨너머로 보며 중국 항공권을 팔아보기로 했어요. 대한항공 중국 노선 팀장님께서 중국으로 보따리장수가 그렇게 많이 간다는 얘기를 해주신 적도 있고, 그걸 이런 방식으로 연결시켜 보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중국 가는 보따리장수들이 어디 있는 줄 어떻게 알겠어요. 재미있게도 바로 그 시점에 중국어를 전공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다고, 보따리장수를 해 보려는데 티켓 좀 끊어 달라고요.


당시 중국 보따리장수들은 인천항에서 천진으로 배를 타고 갔어요. 그게 왕복 35만 원이었고, 대한항공은 단체 항공권을 끊으면 인당 33만 원이었지요. 명함을 새로 찍어 친구들하고 인천항 부두와 김포공항에 뿌렸어요. 단체가 형성되어야 항공권을 33만 원에 받을 수 있지만, 딱 한 명만 와도 손해를 보고 그 가격에 티켓을 끊어줬어요. 처음엔 당연히 적자였죠. 그래도 일주일 만에 계속해서 단체가 형성되며 흑자로 돌아섰어요.
이런 일화들을 이야기하면 머리가 좋다, 사업 수완이 좋다 하는 말을 듣는데, 솔직히 사업 성공의 9할은 운인 것 같아요. 그때 운이 정말 좋았던 거지요.

Q. 인수 당시의 이름이던 ‘샬레스위스’를 유지하시다가 ‘샬레트래블앤라이프’로 사명을 바꾸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제 전문 여행사의 세상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 친구 분께서 스위스를 좋아하셔서 ‘샬레스위스’라고 지으신 건데, 그걸 그대로 이어받아 스위스 전문 여행사로 가야 할지, 아니면 제가 인도와 일본에서 살아본 경험을 살려 그 지역 전문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인프라도 좋고 회사명과도 맞는 스위스 전문 여행사로 결정했고요.

스위스를 다녀오신 분들이 다른 지역도 가고 싶다고 하시면서 단골이 되고, 그렇게 지역이 넓어지며 ‘샬레스위스’라는 이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저희가 트래블북을 발간하고 여행용품 숍도 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지요. 그래서 사명을 ‘샬레트래블앤라이프’로 변경한 거예요.


Q. 회사명만 보면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여행지가 스위스일 것 같은데, 아니겠군요.
스위스를 가장 많이 가긴 했어요. 스위스 전문 여행사였으니까요. 그래서 스위스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긴 한데, 사실 제일 좋아하는 곳은 아니에요.
지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아이슬란드예요. 2013년인가, 아이슬란드가 국내에선 아직 불모지일 때 저희 직원들이 그곳에 너무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보게 됐어요. 회사 입장에서도 충분히 판매해 볼 수 있는 지역 같았고요.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세상 웬만한 풍경이 다 보였어요. 여기는 스페인 같아, 여기는 이탈리아 같아, 하다못해 제주도 같은 곳도 있고, 이 지구가 아닌 것 같은 곳도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슬란드 책도 냈고, 영업을 열심히 했지요. 정말 많은 회사 분들이 저희를 통해 아이슬란드를 다녀오셨어요.


Q. 샬레트래블앤라이프는 ‘트래블북’이라는 책도 발간하시지요.
제가 회사를 운영하던 중 도쿄에서 1년을 지낸 적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한 나라 전체를 다루는 가이드북은 있어도 한 도시만 다루는 가이드북은 없었어요. 마침 국내에 인터넷 보급이 활발해지던 시기라 ‘동경맑음’이라는 도쿄 정보 사이트를 만들어서 유료로 운영했어요. 그 사이트가 굉장히 잘 됐고요. 한 출판사에서 ‘동경맑음’에 있는 정보들를 모아서 책을 내자는 제안을 해주셨는데, 회사 일이 바빠서 결국 쓰지를 못했어요. 그래도 그때까지 모아둔 정보가 꽤 많아서 나중에 결국 직접 책을 출간하게 된 거예요.
가이드북이라고 하지 않은 건 제가 틀에 갇힌 것, 남들과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것을 꺼려해서 기존 가이드북하고는 다른 책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을 빼고 ‘트래블북’이라는 명칭을 쓰게 되었지요.


Q. 출판과 여행사는 업무 영역이 매우 다른데, 어떻게 병행해 가고 계신가요?
우선 저자는 한두 명 빼고는 전부 저희 직원들이에요. 자기가 담당하는 지역을 써 보고 싶다하는 직원들의 원고를 책으로 만들었어요. 디자인도 여행사의 디자이너가 있으니까 문제없었고요. 외부 필자가 있는 경우에도 저희가 출간하는 책의 톤앤매너를 맞추기 위해 사진은 저희가 찍은 것만 사용해요.
Q. 대표님께서도 직접 사진을 찍으시지요.
사진은 2천 년도 초반부터 찍기 시작했는데, 배운 적은 없어요. 되는 대로 찍기 시작한 거예요. 첫 출간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는 저희 디자이너가 사진을 진짜 잘 찍어요. 그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사진 찍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Q. 샬레트래블앤라이프에서 만든 출판물들이 여행사 고객 유입과 이어지기도 하나요?
이건 저희가 맞춤 여행을 상담하는 방식과도 맞물리는 부분인데, 저희는 고객들에게 맞춤 트래블북을 제공해요. 샬레의 맞춤 여행은 ‘럭셔리’라고 할 만큼 여행비용이 높은 편이에요. 그런 여행을 선택하시는 분들은 돈으로 시간을 사는 분들이고요. 일일이 공부하고 정보를 찾아서 스케줄을 짤 시간이 없는 거지요. 저희가 하는 일은 그런 고객들의 성향과 취향을 파악해서 그분에게 딱 맞는 여행을 권해드리는 거예요. 저는 여행업이 앞으로는 이런 컨시어지 서비스 쪽으로 갈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AI한테 여행 스케줄을 짜달라고 하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 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랫동안은 컨시어지 서비스를 위해서 여행사를 찾아올 고객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희는 모든 일정의 레스토랑을 추천해 드리고 예약까지 해드리는데, 이걸 한 분 한 분 디테일하게 골라요. 똑같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라 하더라도 어떤 곳은 뷔페식이고 어떤 곳은 단품 요리를 제공하죠? 같은 가격이라도 뷔페를 선호하는 분이 있고, 단품 요리를 선호하는 분이 있고요. 상담 업무를 하는 저희 OP들은 모두 경력이 오래된 지역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상담을 하면서 고객의 바람을 파악하고, 미처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게 해 드리지요.

Q. 상담만 받고 예약은 다른 곳에서 하는 고객들은 없나요?
흔히 ‘먹튀’라고 하는 분들이 예전에는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코로나19 이후로 그런 경우가 확연히 줄어들었어요. 일단 저희 대다수의 고객이 기존 고객이거나 지인 추천으로 오신 분들이거든요. 또, 코로나 이후로 여행자들의 성향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정말 저희를 통해 여행을 가실 분들이 저희를 찾아주시고, 그만큼 상담이 여행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아졌어요.

Q. 코로나 이전과 이후, 샬레트래블앤스위스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코로나 이전부터 샬레는 다른 여행사에 비해 더 고가의 여행 상품을 판매했어요. 2020년에 칼팍과 함께 버츄오소(Virtuoso, 호텔, 크루즈 등 전 세계 럭셔리 여행 업체가 연합한 네트워크)에 가입했고요.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터지며 여행업이 완전히 멈추어 버렸지요. 이후 다시 돌아온 고객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더 하이엔드 성향으로 바뀌셨어요. 오히려 코로나 이후의 여행 시장이 저희와 결이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테마 여행도 코로나 이후 달라진 여행 시장의 변화를 반영해요. 저희와 상담할 때 주제를 정해 주시는 고객들이 많아졌어요. 예컨대 미술관을 가게 되면 옛날에는 그냥 훑어보고 나왔다면 지금은 꼭 도슨트 투어를 신청하는 식이에요. 저희는 코로나 이전부터 테마 여행을 시도헀는데, 시대를 앞서 간 건지 잘 안 됐어요. 지금은 여행 시장이 테마, 마니아, 그 분야로 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Q. 콘텐츠 분야에서는 달라진 게 없나요?
종이책 출판을 계속해야 하나 내부적으로 고민은 많지만, 당분간은 계속 찍으려고 해요. 대신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난 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요즘 누가 가이드북의 지도를 펼치고 여행을 다니겠어요. 구글 지도가 있는데. 그런 식으로 ‘가이드북’이라는 당연하게 여겨왔던 틀을 다 뒤엎어지고 있지요. 연말에 나올 홍콩 책은 그런 고민을 반영한 형식이 될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올 겨울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으신가요
겨울이면 무조건 오로라예요. 솔라맥스 시기가 올해까지라서 이번 겨울까지 정말 선명한 오로라를 볼 수 있거든요. 북유럽도 오로라 헌터들이 많이 가는 곳이지만, 저는 캐나다의 유콘을 추천해요. 오로라가 많이 발생하는 건 물론이고, 낮에도 즐길거리가 많아요. 동네도 예쁘고, 개썰매를 타거나 얼음낚시를 할 수도 있고, 온천도 있어요. 야생 동물원도 굉장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유콘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한 로지가 있어요. 바깥에서 영하의 날씨에 덜덜 떨지 않고 내 방, 내 로지에서 창문으로 오로라가 떴는지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물론 거리가 멀기 때문에 최소 5박 7일 이상의 일정은 잡으시고요. 저희 샬레스위스앤트래블 홈페이지에 참고하실 만한 일정이 올라와 있어요.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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