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말, 배우 송혜교는 한 지인의 소개로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를 만났다.

당시 서 교수는 해외 유명 미술관에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송혜교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혜교는 해외 활동이 많던 시기였다.
바쁜 일정 중 짬을 내 미술관을 찾곤 했지만, 정작 한국어 서비스가 없어 불편을 겪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제안했다.
"교수님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 1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기획자와 후원자의 파트너십의 시작이었다.

2012년 1월, 두 사람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첫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했다.

이후 보스턴 미술관, 캐나다 로열 온타리오 뮤지엄,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등 북미 전역의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 잇따라 한국어 안내서를 제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기관을 넘어 독립운동 유적지로까지 확대됐다.
상하이 윤봉길 기념관, 중경 임시정부청사, LA 안창호 기념관, 도쿄 우토로 마을, 러시아 우수리스크 최재형 기념관, 사이판 월드리조트 등 총 38곳에 한국어 안내서와 한글 간판, 부조 작품을 기증했다.

모든 현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인 방문자는 있었지만 한국어 서비스는 없었다는 것. 서 교수는 기획과 추진을, 송혜교는 조용히 후원을 맡아 이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송혜교는 후원을 하면서도 언제나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고민 끝에 설득했다.
“유명인의 참여 사실이 알려지면 더 많은 관심을 끌고, 다른 사람들의 동참도 유도할 수 있다.”
결국 두 사람은 ‘금액은 비공개, 이름은 공개’라는 원칙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그 결과, 3·1절에는 독립운동가 영상을 다국어로 제작하고, 광복절에는 해외 유적지에 안내서를 배포하며, 역사적인 의미를 담은 날마다 소리 없이 일하는 이들로 자리 잡았다.
미쓰비시 광고를 거절한 이유
2016년, 일본 전범기업 마쓰비시로부터 송혜교에게 중국 광고 모델 제안이 들어왔다.
제안 금액은 꽤 컸고,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송혜교는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먼저 전화를 건 곳은 서경덕 교수였다.

광고를 제안한 기업이 미쓰비시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이 회사가 전범 기업이 맞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서 교수는 "맞다"고 답했고, 송혜교는 짧게 말했다.
"그럼 할 수 없겠네요."
당시 송혜교는 서 교수와 함께 꾸준히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이 사실은 언론과 서 교수의 sns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근로정신대 강제노역 피해자였던 양금덕 할머니는 송혜교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며 이렇게 적었다.
“송혜교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못한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서경덕 교수는 2024년 SNS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송혜교 씨와는 14년간 손발이 척척 맞았다. 진정성과 꾸준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두 사람은 최근에도 사이판·티니안 지역에 한국 역사 안내서 1만 부를 기증했고, 도쿄와 워싱턴DC 등에서도 같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 두 사람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늘 그렇듯, ‘기획은 서경덕, 후원은 송혜교’라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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