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장치가 스토킹 피해자 목숨 살리는데…법원, 왜 소극적인가

고나린 기자 2026. 5. 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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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 살해 사건 긴급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 보호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 신고를 하고도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법원이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인 잠정조치 중 전자장치 부착(3-2호)과 유치(4호) 결정을 적극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경기 안산에서 스토킹 범죄로 체포됐던 50대 남성 ㄱ씨가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찾아가 난동 부리다 자해 행위로 목숨을 잃은 일이 있었다. 피해자는 ㄱ씨를 보고 재빨리 문을 걸어 잠가 화를 면했지만, 목숨이 위험할 뻔한 상황이었다. 앞서 경찰은 ㄱ씨에 대해 구속영장과 함께 잠정조치 1호(서면경고), 2호(접근금지), 3호(전기통신 이용한 연락금지), 3-2호(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4호(유치장 유치)를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은 ㄱ씨를 실질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3-2호와 4호는 기각하고, 구속영장도 “피해자가 합의했고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ㄱ씨는 사흘 만에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찾아갔다.

가해자가 제대로 격리되지 않아 피해자가 더 큰 화를 입은 사건은 꾸준히 반복됐다. 지난 3일 경기 남양주에서 벌어진 스토킹 살인 사건은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도, 잠정조치도 신청하지 않아 벌어졌지만 지난 11일 경기 안산 사건은 경찰의 초기 대응에도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일어났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스토킹 행위자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전자장치 부착·유치조치 실효성 강화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잠정조치 3-2호의 법원 인용률은 2024년 32.6%, 2025년 37.1%에 그쳤다. 잠정조치 4호 인용률은 2023년 50.9%, 2024년 40.9%, 2025년 34.9%로 경찰 신청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법원의 인용 결정은 줄어들고 있다.

법원이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 잠정조치 인용 여부를 판단할 때는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기준과는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원이 잠정조치를 판단할 때도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의 인신을 구속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의 형사법적 관점에서 구속영장과 유사한 수준으로 심사하고 있다”며 “잠정조치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어떤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지를 우선해서 적극적으로 인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도 “피해자가 구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에도 행위자(가해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행위자가 강하게 저항하고 재판 등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조치가 중단되는 등 한계가 있다”고 썼다.

구속영장과 달리 잠정조치는 법원에서 기각되더라도 그 사유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조윤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법원이 스토킹 재범 우려 등을 기준으로 잠정조치를 재량껏 판단하고 있지만,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등 기각 이유를 알리는 구속영장과 달리, 잠정조치는 기각 이유를 밝히도록 되어있지 않다”고 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왜 잠정조치 기각률이 계속해서 높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법원도 이제 해명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잠정조치 인용 요건을 명확히 하고 법원이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접근금지 조치 등이 부과됐을 때 이를 한차례라도 위반하는 경우 즉각적으로 전자장치 부착·유치 조치 등이 내려질 수 있음을 (가해자에) 경고하고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잠정조치 3-2호, 4호가 활발하게 인용될 수 있도록 현재 ‘피해자 보호’라는 다소 모호한 기준으로 되어 있는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하여 관련된 하위법령 등을 통해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윤희 변호사도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격리하기 위해 구속영장 발부 요건에 ‘피해자 위해’ 가능성을 추가하는 식으로 형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잠정조치는 말 그대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적, 예방적 조치인 만큼 법원이 입법 취지에 더 부합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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