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문광위는 정책을 논리적으로 토의를 하는 곳이다

배정호 기자 2024. 9.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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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국회, 배정호 기자]지난 24일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 등 3명의 회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 현안 질의에 나서는 체육계 초유의 일이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현안 질의는 오후 9시가 돼서야 끝났다.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11시간 동안 시종일관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한다"는 명분으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날 현안질의를 지켜본 기자에겐 ‘국회 문광위가 이런 곳인가’라는 의문만 든 하루였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3개의 스포츠 단체에 대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은 찾기 힘들었고, 호통과 꾸중만 있을 뿐이었다.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문제, 대한체육회의 '문체부와 갈등' 이슈, 배드민턴협회의 '스폰서 계약' 등 기존에 제기 됐던 이야기들만 반복돼 피로감만 쌓였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나왔다.

한 의원은 점심시간 후 자신의 젊은 보좌관들을 모아놓고 다짜고짜 버럭 화를 냈다. 이유는 보좌관이 자료로 준비했던 감독의 얼굴과 이름이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보좌관은 억울한 듯 먼 허공을 바라봤다.

국민을 대표하는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우선적으로 ‘체육정책’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문제점만 살펴보고 있으니, 문광위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 문화체육관광위원회,전체회의,증인선서

또 다른 한 의원은 쉬는 시간에 조용히 한 증인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가 "10차가 맞아? 11차가 맞아? 나도 헷갈리고 있어, 정확하게 이야기 해줘야 내가 대응을 할 것 아니야"라며 초조해했다. 질의 준비와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른 관계자들 역시 기금과 전혀 상관없는 "AFC, FIFA 회장 선거도 70세 이하로 되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속닥거렸다.

그만큼 현안 질의에 대한 학습 및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 여론 분위기에 휩쓸려 윽박 지르기식 질문들이 준비될 수 밖에 없었다.

시계를 되돌려, 지난해 문광위에서 다뤄졌던, 체육 관련 현안을 살펴보자

1. 전문 체육인 육성시스템 개선방안

2. 은퇴선수 진로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3. 체육인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

4. 학부모와 학생이 열광하는 주말체육학교 사업 예산 감액

5. 지키지도 않는 스포츠 안전점검 매뉴얼

위 주제를 보면 건설적인 정책 토론이었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집행된 체육 예산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처럼 문광위는 자신들이 승인한 예산이 문체부를 거쳐 각 협단체(체육회, 축구협회, 배드민턴협회 등)가 정확한 절차에 맞게 쓰여졌는지 확인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질의를 하는 곳이다.

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배드민턴 협회 스폰서십 계약은 기금을 사용하지 않는 협회 자체사업 영역이다. 체육행정, 예산집행 등에 더 집중한 현안 질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계약되지 않은 제안 형태의 자료 단계인 HDC 아레나 (가칭)

대한축구협회 천안축구센터 건립 네이밍 마케팅은 체육단체 및 스포츠 구단들이 본보기로 여겨야 할 좋은 모델로 평가된다. K리그 대구 구단이 최초로 만들어낸 DGB파크 아레나가 그 성공성을 대변한다.

"설계사가 제안 형태로 넘긴 HDC ARENA로 한 이유가 현대산업 개발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보다 "훈련장에서 네이밍 마케팅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외국 사례를 통해 말해달라. 기금 부족을 대안할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질문을 하면 어땠을까.

대한축구협회 중계권 질의에서는 시장 논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 나왔다.

"소문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중계권 사업권을 싸게 따낸 팀 트웰브가 네이버, 쿠팡등에 비싸게 팔았다고 한다. 뭔가 구린내가 난다"

대한축구협회(판매자)는 중계 권리를 비싸게 팔면 된다. 팀트웰브 (구매자)는 구매 후 구입 가격보다비싸게 (쿠팡, 네이버, 티빙 등) 팔면 된다. 그것이 중계권 시장의 논리다.

이날 현안질의에는 핸드볼 선수 출신 임오경 의원, 역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장미란 차관,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의원 등 화려한 선수 시절을 경험한 3명이 앉아 있었다.

'문체부 예산으로 진행된 스포츠 과학 훈련 시스템이 파리올림픽에서 얼마나 효과적 이었나' 질문을 기대했으나 역시 나오지 않았다.

대신 장재근 촌장에게 던진 진천선수촌 와이파이 금지령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좌중은 폭소했고 많은 체육 관계자들은 허탈감을 표시했다.

문광위와 대조적으로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잔디관리 비용에 관한 정량적 수치를 공개했다.

이번 자료 공개를 통해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작은 희망 불씨가 생겼다는 평가다.

문체부는 2024년 체육분야 예산안을 올해보다 300억원 늘어난 1조 6701억원으로 편성했다. 전년 대비 1.8% 증가한 규모다. 목표는 현장중심 협업으로 도약하는 K-스포츠다. 결코 적지 않은 예산 규모다.

10월 2일 예정된 축구협회 1차 감사발표, 그리고 이어질 대한배드민턴협회 및 국정 감사에서는 논리 정연하게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브리핑과 질의를 기대한다. 문광위는 정책을 논리적으로 토의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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