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분홍 맨홀’의 정체

분홍 맨홀로 불리는 콘크리트 맨홀뚜껑이 최근 전국적인 안전 논란에 휘말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저렴한 가격과 보도 미관 개선을 이유로 대량 설치된 제품이다. 주로 중국산 제품이 수입·설치됐으며, 개당 10만 원 수준으로 철제 뚜껑보다 5배가량 저렴하다. 뚜껑 색상이 분홍빛을 띄는 콘크리트 재질이어서 ‘분홍 맨홀’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분홍 맨홀의 심각한 문제
이 맨홀뚜껑은 두께가 2.5~5cm에 불과하다. 철근이나 보강재 없이 콘크리트만 사용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콘크리트 특성상 내부 미세균열이 생긴다. 노후화가 진행되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될 위험이 크다. 집중호우나 차량 진입 등 외부 요인에도 내구성이 약하다. 실제로 외형은 멀쩡하지만 내부가 텅 비어 파손 직전 상태인 경우가 많다.

"결국 벌어진 사고들"
부산 동구에서는 보행자가 맨홀뚜껑을 밟았다가 뚜껑이 부서지면서 행인이 추락, 다리에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 수원, 춘천 등지에서도 유사 사고가 잇따랐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였지만, 발을 딛는 순간 그대로 부서졌다. 사고 이후 해당 지자체들은 긴급 전수조사에 나섰다.

전국 지자체의 대응 시작
부산시는 시내 전체 맨홀 27만여 개를 조사해, 위험성이 큰 콘크리트 맨홀 1만6천여 개를 전량 교체했다. 수원, 서초, 춘천 등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량 교체를 추진 중이다. 교체 우선 대상은 통행량이 많거나 파손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다. 서울시 역시 2025년까지 전량 철제 맨홀뚜껑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지자체별로 점검과 함께 즉시 교체 또는 보수를 병행하고 있다. 또, 집중호우 시 맨홀 뚜껑 열림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맨홀 추락방지시설’ 설치도 함께 추진 중이다. 추락방지시설은 맨홀 뚜껑 바로 아래에 그물망 모양의 금속 재질 구조물을 설치해 뚜껑이 열리더라도 사람이 하수도에 추락하는 것을 막는 시설이다.
일각에서는 콘크리트 맨홀뚜껑이 설치 당시부터 규격과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초 보도 위 보행자 안전을 고려해 설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물이 됐다. ‘도로 위 시한폭탄’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근 보강이 없는 콘크리트 맨홀 자체가 구조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철제 맨홀보다 저렴한 비용만 고려한 탓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