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대에 무산된 종부세 완화...“세금 두 배로 늘어, 뒤통수 맞았다”
서울 송파구의 30평대 아파트에서 10년째 사는 직장인 A씨(47)는 21일 오전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확인하고는 눈을 의심했다. 작년 55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는 거의 배(倍)로 늘어난 95만원으로 고지됐기 때문이다.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15억8100만원)이 작년보다 18% 오른 것을 생각하면 종부세 인상 폭이 공시가격의 4배 수준이다. A씨가 사는 아파트는 같은 면적이 지난달 18억7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3월 실거래가(24억2000만원)보다 5억5000만원이나 내렸다. 그는 “최근 집값이 수억원 내렸는데, 종부세 부담은 더 커졌다”며 “정부가 1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덜어준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종부세 부과액이 21일부터 국세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되자 납세자들 사이에서 ‘예상보다 너무 많이 나왔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 정책으로 최근 수년 사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 공시가격 12억~15억원 안팎의 집을 가진 사람들은 작년보다 많게는 3~4배씩 종부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1주택자 종부세 경감을 위해 추진한 작년 공시가격 적용, 기본공제 확대 등의 정책이 야당 반대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예상보다 많이 나온 종부세에 1주택자들 ‘한숨’
종부세가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사례는 강남처럼 집값이 비싼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이하 전용면적)를 공동 소유한 부부의 종부세는 작년 14만6000원에서 올해 38만4000원으로 163% 늘고,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 84㎡의 종부세(부부 공동명의)도 17만5000원에서 60만원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폭등세(19.1%)를 보인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은 올해도 17.2%나 올라 연초부터 과도한 세금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엔 작년 공시가격으로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고,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들은 6월 지방선거와 국회 상임위 개편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와 ‘부자 감세’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법 개정이 필요없는 공정시장가액비율(세금 산정 때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100%에서 60%로 내려 올해 종부세가 부과됐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체감하는 세 부담 완화 효과는 미미했다. 특히 종부세 공제액을 14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무산되면서 공시가격 11억~14억짜리 1주택 보유자 약 10만명은 ‘희망고문’만 당한 꼴이 됐다.
종부세 액수가 큰 초고가 주택 보유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완화로 이득을 챙겼다. 공시가격 46억원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78㎡를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한 1주택자는 작년 3366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 1795만원으로 줄었다.
◇”집값 급락하는데 세금 더 내라니” 조세저항 확산
애초 기대와 달리 1주택자 종부세가 크게 늘면서 납세자들의 불만이 폭주할 전망이다. 특히 금리 인상 여파로 올 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8.6% 내렸고, 최근 들어 실거래가가 공시가격을 밑도는 경우까지 속출하면서 ‘조세 저항’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의 공시가격은 19억3700만원인데, 최근 19억850만원에 거래됐다. 공시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올해 종부세를 매겼다면 130만원 정도지만, 실제 부과액은 3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을 너무 가파르게 올린 탓에 집값 하락기에 실수요자인 중산층 1주택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시로 바꿀 수 없는 공시가격은 급작스러운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시세와 일정 수준의 격차를 유지했던 것인데, 지난 정부가 이런 안전장치를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정부도 납세자들이 세 부담 완화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려면 보다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71.5%) 수준으로 동결할 계획이었지만 작년 이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이날 “최소한 2020년 수준으로 부동산 세금 부담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세법 개정을 통해 종부세 세율 인하,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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