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바뀔라" 뛰어갔는데…'빨간색 숫자' 찍히자 여유 생겼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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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무교동 한 교차로.
서울 일대에 보행자를 배려한 신호등이 등장했다.
신호등에 빨간색 숫자가 찍히자 보행자들 행동도 조금씩 달라졌다.
서울시는 안전하고 편리한 횡단보도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을 시범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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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 8, 7, 6…'
지난 17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무교동 한 교차로.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 자켓을 입은 남성이 횡단보도 쪽으로 빠르게 뛰어왔다. 그는 신호등에 적힌 빨간 숫자를 보고 자리에 멈춘 뒤 입술을 깨물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제자리에서 몇 번이고 줄어드는 숫자를 바라봤다.
그는 "미팅이 있는데 늦어서 지각할 것 같다"며 "곧 초록색 불로 바뀐다고 하니까 기다리는 중이다. 평소 같으면 마음이 급하니까 무단횡단 했을 텐데 10초 남았다고 하니 참았다"고 말했다.
서울 일대에 보행자를 배려한 신호등이 등장했다. 빨간불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명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다. 신호등에 빨간색 숫자가 찍히자 보행자들 행동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들은 대기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 효율적인 동선을 선택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안전하고 편리한 횡단보도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을 시범 운영 중이다. 현재 광화문 광장, 시청광장, 프레스센터, 시청역, 삼성본관, 숭례문 6개소 등 8개가 설치됐다.
해당 신호등은 빨간색 불이 사라지기 6초 전까지만 알려준다. 보행자들이 신호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급하게 횡단보도를 뛰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보행자를 살펴본 결과 움직임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50대 자영업자 박금수씨는 빨간색 숫자가 '20, 19, 18'로 줄어드는 것을 보고 한 쪽에 짐을 내려놨다. 지친 몸을 기둥에 걸터 앉고 스트레칭을 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아니까 잠깐이라도 짐 내려놓고 편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허리가 불편한 이들도 조급하게 달릴 필요가 없다. 이날 물리치료를 받고 이동 중이던 70대 자영업자 전영옥씨는 빨간색 숫자로 50초가 적힌 것을 보고 발걸음을 늦췄다. 그는 "나처럼 몸이 아픈 사람은 멀리서 숫자를 보고 빨리 갈지 말지 판단한다"며 "시간이 넉넉해서 천천히 걸어왔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자녀와 함께 경복궁에 방문한 이성연씨(41)는 "아이들은 신호가 길면 금방 지루해한다"며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면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나간다. 숫자 표시가 있으니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고 참게 된다"고 말했다.
40대 이희령씨는 빨간색 불이 40초 정도 남은 것을 확인하더니 쓰다 만 문자메시지를 적었다. 그는 "평소 휴대폰을 볼 때 신호가 바뀌는지 힐끔힐끔 봐야 해서 불편했다"며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편하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등에 빨간색 시간 표시가 등장하자 시민들도 대체로 만족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시민 1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만족한다'는 의견이 82%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74%는 확대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78%였다.
해당 신호등은 올해 상반기 서울시 적극행정 우수사례에 뽑히기도 했다. 2020년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적색 잔여 시간을 표시한 신호등을 도입한 결과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약 46% 감소했다. 빨간색 신호등을 바라보는 보행자도 9.4% 증가했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총 350개소에 적색 잔여 표시 신호등을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자 통행이 많은 곳을 비교해 선정할 예정"이라며 "어린이 보호구역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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