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약 '위고비' 비만치료제, 여기에 주목하라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비만(肥滿, obesity)’은 현대인에 있어 가장 큰 적이다. 이는 단순히 살이 찐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체내에 지방이 정상범위를 넘어 축적된 상태다. 체력저하나 미용상문제 뿐만 아니라 체력저하, 고지혈증, 암, 심근경색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선 1997년 비만을 질병이라 공인했다.
비만 치료는 매일 걷고 운동을 하고 식단조절이 필수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 있어 이는 매우 힘든 일이다. 외식, 활동량이 부족한 업무 현장 등 장애물이 너무 많아서다. 최근 ‘비만치료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바쁜 시간에 힘들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다는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특히 최근 등장한 ‘위고비’는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실제로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 헐리우드 배우 등 유명인들이 사용, 눈에 띄는 체중감량에 성공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기적의 약물’로 불리는 위고비는 어떤 원리로 살을 빼는 것일까. 또 앞으로 바이오헬스 시장에서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있을까.
◇ 위고비부터 RNA까지… ‘비만치료제’ 전성시대
“위고비요? 이미 예약이 다 끝났어요. 당분간 구하기도 힘드실 거예요.”
수원의 한 대형약국. 위고비를 구매할 수 있냐는 기자의 말에 약사는 이 같이 답했다. 이미 국내 들어오기도 전 예약이 끝났다고도 말했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는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서 2021년 출시한 성인용 비만치료제다.
사실 위고비는 원래 비만치료제로 개발된 약품은 아니다. 원래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하지만 이후 테스트 과정에서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2021년 비만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위고비의 주요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를 모방한 유사체다. GLP-1은 식사 후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포만감 유도 및 식욕 억제 효과가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이런 GLP-1의 작용을 모방, 시상하부를 자극해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작용 시간도 늘렸다. ‘다이펩티딜 펩티다제(DPP-4)’에 의해 세마글루타이드가 분해되지 않도록 만든 것. DPP-4는 GLP-1을 빠르게 분해하는 효소다. 이를 통해 위고비는 주 1회 분량인 0.25mg 분량만 주사해도 눈에 띄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 위장·간·심장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 확실한 비만치료에만 사용해야
현재까지 의료계에선 비만치료제가 큰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만치료제에 대한 의심어린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위고비, 삭센다 등 GLP-1 약물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당뇨병 치료제를 일반인이 투여했을 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실제로 비만치료제 과다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관련 연구는 최근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 리버풀대학교 의과학 연구소 연구팀이 2021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의 주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의 16개국 129개 기관(병원 등)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위고비 투여 실험을 진행했다. 투여 방식은 68주 동안 주 1회 피하 주사 방식이었다. 실험은 2018년 6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으며 세마글루타이드 투여자는 총 1,306명이었다.
실험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투여자 중 9.8%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 됐다. 이 중 주요 증상은 위장 장애였다. 부작용이 일어난 투여자는 메스꺼움, 설사, 구토 등 증상을 보였다. 또한 ‘간담도계(간, 담낭, 췌장 등 기관)’ 부작용 발생 비율도 1.3% 나타났다. 주로 경미한 급성 췌장염, 담석증 형태로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처방 없이 비만치료제가 유통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헝가리 페치대 약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연구팀은 비만치료제 관련 검색 엔진 결과 페이지에서 1,080개의 링크를 수집·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42.3%에 달하는 134개는 불법 온라인 약국 웹사이트로 연결됐다. 미용 목적으로 비만치료제 구매를 원하는 고객을 노린 것이다.
국내 의료계 역시 위고비 열풍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최근 비만치료용 약제를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위고비 등 인크레틴 기반의 약제는 명확한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만 처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체중 감량을 위한 정상 체중군의 무분별한 약물 사용은 개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약물의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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