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이 만들어 낸 ‘독서의 계절’…업계 전방위 ‘특수’
유통가도 ‘한강 특수’ 올라타…도서 확보하고 ‘특별전’ 등 개최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한강 신드롬'이 한국을 흔들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엿새 만에 한강 작가의 책은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책의 출간이나 수상 이후, 이렇게 짧은 기간에 책 판매가 폭증한 현상은 처음이다. 특히 여러 작품에 고른 관심이 쏟아지면서 이번 신드롬이 특정 작품이 이끄는 현상이 아닌, 한강이라는 작가를 주목한 결과라는 점도 방증됐다. 한강 신드롬은 출판‧제지업계를 넘어 전자책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유통가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만든 새로운 '특수'에 올라탔다.
몰아치는 '한강 신드롬'
예스24와 교보문고, 알라딘 등 서점가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책은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6일 만인 지난 16일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전자책은 최소 7만 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독자들은 한강 작가의 소설 중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를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까지 110만 부가 판매됐던 한강 작가의 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수상 이후 40만 부가 추가 발주됐다. 앞서 60만 부가 판매됐던 《소년이 온다》는 40만 부가 추가 발주되면서 '밀리언셀러'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알라딘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수상 발표가 이뤄진 10일 오후 8시 이후 자정까지 분당 18권씩 판매됐다. 부커상 수상 당시 《채식주의자》의 판매 기록(분당 7권)을 훌쩍 넘어서는 기록이다. 이토록 빠른 속도로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특히 신간이 아닌 구간, 작가의 전체 작품이 고르게 관심을 받으며 100만 부 돌파라는 기록을 쓴 일은 전무했다. 이로 인해 한강 작가의 책 다수를 펴낸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사 등은 인쇄소를 가동해 증쇄에 돌입한 바 있다.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열기는 출판업계를 넘어 제지업계까지 훈풍을 만들어냈다. 저서가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자, 출판을 위한 종이 주문까지 폭증한 것이다. 작품이 50만 부 출판될 경우, 도서용 고급 종이인 백상지는 300톤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 작가의 책에는 한솔제지의 클라우드 제품, 무림의 백상지 등 다양한 인쇄 용지가 사용됐다. 업계에 따르면, 무림 등 국내 제지업체에는 한강 작가의 책 추가 제작을 위한 종이 구매 문의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매출 자체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출판‧제지업계는 한강 신드롬이 종이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침체기에 빠져있던 업계에 새로운 활력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분주해진 유통가…'한강 기획' 본격 돌입
유통가도 도서를 확보하고 관련 특별전에 돌입하면서 분위기에 올라탔다. 쿠팡은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도서 전량이 소진되자 8종의 도서에 대한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가, 최근 18종 도서로 사전 예약 대상을 확대했다. 조기 물량을 확보하면서 배송 보장 기한도 23일로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등 판매량 1~3위를 다투는 인기 도서를 세트 상품으로도 구성했다.
SSG닷컴도 기획전을 열고 한강 작가 대표작의 예약 판매에 나섰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안녕 가을 책방' 기획전을 열고, 독서 연관 상품과 필사용 문구류 등도 준비했다. 최근 한강 작가의 소설을 필사해 공유하는 챌린지 현상 등을 반영한 것이다.
'2024 노벨 문학상 올해의 주인공' 기획전을 연 G마켓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부터 주말까지 한강 작가의 도서로 약 4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한강 작가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고, 《채식주의자》 매출은 전주 동기 대비 800% 이상 신장했다. 이외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과 역대 수상자의 대표작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독서에 대중의 관심이 모이자, 독서 강좌 및 작품 낭독회 등 문화 프로그램도 꾸려지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은 내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여는 '《채식주의자》 외 기존 문학 작품 소개와 해설' 강좌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강좌를 연다. 《채식주의자》 영화 함께 감상하기, 작품 낭독회 등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도 겨울 학기 문화센터에서 한강 작가의 책을 읽는 독서 모임과 K-문학을 조명하는 북 토크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관련 산업의 활성화뿐 아니라 독서 의 필요성 및 좋은 작품을 재조명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며 "매출 효과까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를 관통하는 한강 신드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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