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푼이’ 굴욕은 그만, 이틀 연속 멀티히트 이어 마수걸이 홈런…안경 쓰고 광명 찾은 안치홍

김하진 기자 2025. 6. 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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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때문에 포기했던 안경
더 잘치기 위해 쓰기로…
채은성 조언도 도움됐죠”
한화 안치홍이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안경을 쓰고 타격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안치홍(35)은 지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조금 낯선 모습으로 타석에 섰다.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안치홍은 안경을 쓰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두번째 타석인 3회에는 홈런을 쳤다. 안치홍은 이도윤의 내야 안타, 이원석의 볼넷 등으로 만들어진 2사 1·3루에서 롯데 선발 터커 데이비슨의 초구 포크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안치홍의 올시즌 첫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3-0으로 기선을 잡은 한화는 6-0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안경에 관심이 쏠렸다. 안치홍은 “원래 시력이 안 좋았다. 더 안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어제(16일) 검진을 받았더니 ‘이 상태로 하면 공을 보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라고 들었다. 일상 생활 할 때만 안경을 썼는데 이제 경기를 할 때도 쓰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경기 중 안경을 쓰겠다고 선뜻 결심하지 못한 건 수비 때문이었다. 안치홍은 “내야 수비를 할 때 안경이 불편하다. 땅볼을 잡을 때 흔들릴 수도 있고 공에 맞을 수도 있어서 그동안은 쓰지 않았다”라고 했다.

렌즈도 착용해봤지만 잘 맞지 않았다. 안치홍은 “20대 후반에는 렌즈도 껴봤는데 경기 중간에 빠져나오고 그랬다. 이제 렌즈도 낄 수 없다더라”고 했다.

안경을 착용하고 뛰는 동료 채은성에게 조언을 구했다. 안치홍은 “물어봤더니 이질감 없게 하기 위해서 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안경을 끼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래서 안치홍도 이제 안경과 함께 하는 생활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프로야구에서는 안경을 쓴 타자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안경을 쓰고 타격이 좋아진 사례도 있었다.

박용택은 LG 입단 전 라식 수술을 했지만 프로 생활을 소화하면서 시력이 떨어졌고 2011년부터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안경 착용과 함께 좋은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고 은퇴할 때에도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한화 이성열도 2018년 안경을 쓰면서 그해 34홈런을 쏘아올렸다.

KT 허경민은 지난 시즌부터 안경을 쓰고 경기에 나섰다. 스프링캠프에서 타격감이 좋지 않아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안경을 써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계속 착용한다. 그는 “렌즈를 끼면 공이 보여야 될 찰나에 이물감이 느껴졌는데 안경을 쓰니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했다. 수비할 때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삼성 윤정빈, 두산 김동준 등 젊은 선수들도 안경 착용을 꺼리지 않는다. 윤정빈은 지난해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장타력을 선보여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동준은 “시력이 안 좋아서 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각막이 얇아서 못 해서 안경을 쓰게 됐다”라고 했다. 김동준은 올시즌 팀의 주전 선수로 자리잡는 중이다.

안치홍은 5월까지 20경기 타율 0.094(64타수 6안타)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 14~15일 대전 LG전에서 두 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팀의 선두행을 이끌더니 이번에는 홈런까지 나왔다. 더 잘 치기 위해 안경도 썼다.

안치홍은 “이제 날씨가 더워지고 다들 힘들어할 때인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분 좋다”라며 “매 경기 이긴다는 생각으로만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직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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