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이 단 돈 2만원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이 가족

영화 <고속도로 가족> 후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텐트를 집, 밤하늘의 달을 조명 삼아 살고 있는 기우(정일우)와 가족들. 다시 마주칠 일 없는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돈을 빌려 캠핑하듯 유랑하며 살아가던 이들이 어느 날, 이미 한 번 만난 적 있는 영선(라미란)과 다른 휴게소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시작은 집 없이 사는 방랑 가족의 유쾌한 삶을 다루는 작품을 예상하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집이 없지만 나름의 생존 방식을 살아가는 이 가족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영선이 등장하게 되면서 약간의 진중한 사회성이 짙은 드라마로 바뀌게 된다. 너무나 현실적이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영선이 이 가족에게 다가가게 되면서 이 가족에게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들이 부각된다. 

현대인들이 누려야 할 어느 정도 풍족한 삶과 사회 보장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한 가족들의 문제가 진중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이들을 현실 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우려는 영선과 지금의 가족의 삶을 지키려는 가장인 기우의 가치관이 충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예측 불허의 사건이 진행돼 긴장감을 불러오는 가운데 따스한 드라마를 선보이며 깊은 여운까지 남긴다.

<고속도로 가족>은 감상할 때는 지루함이 없지만, 보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돈 없이 유랑하는 보헤미안 삶에 대한 생각과 사회적 혜택과 빈곤 속에 살아가는 우리 주변 이웃을 떠올리게 된다. 생각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과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영화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과 정서는 다소 투박한 편이며, 사연 많은 인물들이 한 가족처럼 어우러지는 과정과 흐름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드라마와 유머의 강도를 다소 낮췄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과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의 정서가 다소 아쉽게 느껴

그럼에도 영화가 말하고자 한 주제관과 그에 대한 관점이 확실해 영화가 끝난 이후에는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배우들이 무난하게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행한 가운데 그동안 단정한 '꽃미남' 이미지로만 인식되었던 정일우의 파격적인 변신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그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영화를 본 후 그를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속도로 가족>은 11월 2일 개봉한다. 

평점:★★★

고속도로 가족
감독
이상문
출연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서이수, 박다온
평점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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