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창간 19주년 특별기획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리더의 한 수에 달려 있습니다. 블로터는 기업 대표이사가 직면한 위기 상황부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 행동, 그리고 그 결과까지 STAR(Situation, Task, Action, Result) 기법으로 분석해 리더십의 본질을 조명합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로 6년째 임기를 소화하고있다. 현대로템은 물론 현대차그룹 전 계열사 '최장수 CEO' 타이틀을 굳혔다. 장기 집권의 배경에는 '방위산업 호황'이라는 호재가 있다. 다만 그 외 사업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낸 것을 봐야 한다. 만년 적자였던 철도사업을 정상화한 것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Situation: 저가 수주·경험 부족이 만든 구조적 적자
이 사장이 취임한 시점은 2020년이다. 직전 5년(2015~2019년) 동안 현대로템 철도 부문은 누적 354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부실 사업부였다. 해외 저가 수주 영향으로 매출은 감소세를 보였고 이는 수출이 증가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당시 철도 사업은 △한정된 국내 수요 △부족한 해외 실적·경험 △글로벌 제조사의 시장 지배력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 등으로 수익성이 낮았다. 후발주자였던 현대로템은 적자를 감수하며 수주를 이어갔고 이것이 실적 악화의 단초가 됐다.
수주 현황을 보면 이러한 흐름이 분명하게 보인다. 이 사장 취임 이전에는 터키,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이집트, 대만,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신흥국) 계약이 다수였다. 물량 대부분이 경전철·디젤전기기관차·지하철 등 상대적으로 저가 차량에 집중되면서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합이 불가피했다.

Task·Action. 제작 방식·수주 구조 동시 재편
이 사장 취임 후 급격히 변한 것은 제작 방식과 수주 구조다. 저가형 열차는 협력사 생산 비중을 늘렸고 2020년 이후에는 호주·캐나다·미국 등 선진국 수주 비중을 확대했다.
고부가가치 제품군 비중 확대도 병행됐다. 수출하는 철도차량은 일반 전동차에 더해 고속철도·2층 전동차 등으로 다변화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KTX 열차 기반 고속열차 첫 수출 계약을 따냈다. 이집트에서는 철도 인프라(신호 현대화) 개선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이 대표에게는 상당한 운도 따랐다. 미국의 중국 견제, 서방권 국가들의 국제 행사개최라는 호재를 노려 확장에 나섰다.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미국과 호주에서는 각각 LA 메트로, 브리즈번 전동차 사업을 따냈다. 'LA 올림픽(2028년)' '브리즈번 올림픽(2032년)'에 투입될 물량이다. 현대로템 신형 전동차는 '2030 모로코 월드컵'에서도 활약할 예정이다.

Result. 납품 단가로 입증된 고부가 수주 효과
고부가가치 철도 수주 성과는 수출 철도차량 1량당 납품 단가 추이로 확인된다. 수주 제품을을 단순 합산해 1량으로 환산한 평균 가격이 급등했다. 이 사장 취임 첫해에는 19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48억원으로 뛰었다. 고부가 차종과 선진시장 비중 확대가 가격과 마진을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 거점을 구축했다. 이 공장은 단순 생산을 넘어 현지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규정 준수와 현지 고객 서비스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발판이다. 또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정부의 인프라 보조금 지원 자격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향후 대형 철도차량 입찰에 이점이 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선진국들의 경우 납기 지연 없는 정시 공급, 무결점 품질 등을 강조한다"며 "우리는 수행 능력, 제작·공급망 관리 역량이 서구권 제조사 중 상위권에 있기 때문에 강점을 살려 영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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