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 품은 월악산 전망대… 발 아래 ‘악어떼’에 아찔[박경일기자의 여행]

박경일 기자 2024. 10. 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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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일기자의 여행 - 충주… 가을에 만나는 최고의 뷰
충주호 낀 언덕위 카페
비경찾아 전국 누비던 주인장
“여기라면 신선 부럽지 않겠다”
육고초려끝 땅 사 전망대 지어
호수 경관·월악산 영봉 한눈에
459m‘고봉’ 파노라마 뷰
구름에 휩싸인 산 능선 환상적
충주호 경관,피오르 해안 닮아
월악산국립공원 ‘악어봉’
충주호에 잠긴 산 자락 모양
위에서 내려다보면 악어같아
지역 사진가가 2003년 발견
3년뒤 공개하며 관광 명소로
MZ세대 인스타 핫플 등극
市, 악어봉 코스 탐방로 지정
900m 오르면 장쾌한 경관이
‘악어봉’이란 이름을 만든 충주 살미면 일대의 지형. 충주호로 흘러내린 능선이 수면 위의 악어 형상이다. 오른쪽으로 지난달 개방한 악어봉 전망대가 보인다.

충주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호수가 아름다운 전망대’의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테이블. 가을이 깊어지면 정취가 더해진다.

# 땅을 고르고 나서 그 땅의 주인을 찾다

아래로는 충주호를 내려다보고, 위로는 월악산 영봉이 올려다보이는 근사한 자리에 집이 있다. 그 집에 걸어놓은 이름이 직관적이다. ‘호수가 아름다운 전망대’.

인적 드문 호숫가 오솔길 끝에 호젓하게 걸려 있는 그 이름을 찾아 들어간다. 충주 동량면사무소에서 길 이름 ‘지등로’를 따라 충주호를 끼고 깊숙이 들어가면, 호수를 끼고 있는 언덕 위에 그 집이 있다.

20여 년 전쯤 나름 잘되던 도시에서의 사업을 던져버린 뒤, 전 재산을 투자해 이곳으로 들어온 김재열(61)·조완숙(59) 부부가 거기 산다. 김 씨는 젊은 시절, 건설업으로 제법 성공한 사업가였다. 일찌감치 시작한 사업은 승승장구했지만, 그는 ‘늘 힘들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굽신거려야 했고, 접대를 위해 술을 마셔야 했으며, 바빠서 가족과 소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40대로 접어들 무렵, 사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열 달 정도를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찾은 곳이 지금 여기입니다. ‘경치가 좋은 남향 땅’. 이게 조건의 전부였습니다. 경사가 가파르거나 지형이 험해도 괜찮았어요. 도시에서 건축을 업으로 삼았으니 평탄화하거나 길을 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지요.”

틈만 나면 전국 곳곳으로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닌 지 열 달 만에, 그는 지금의 집 앞마당 자리를 찾고는 털썩 주저앉아 ‘이런 데서 살면 신선이 부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땅을 찾고 나서 땅 주인을 수소문했다. 보통 땅을 사려면 ‘팔려고 내놓은 땅’을 보러 다니는 게 보통인데, 김 씨는 땅부터 찾고 나서 그 땅의 주인을 찾았던 셈이다. 어찌어찌 어렵게 찾아낸 땅 주인은 서울 서초동에 살고 있었다. 무조건 그를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고는 땅 주인에게 대뜸 ‘땅을 파시라’고 했다.

카페 주인 부부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자그마한 장식이다.

# 최고의 호수 경관을 얻기까지의 과정

“문을 쾅 닫고 들어가더라고요. ‘별 미친놈을 다 봤다’는 식이었어요. 그 뒤로 다섯 번을 더 찾아갔지요. 여섯 번째 찾아가자 비로소 이야기를 들어주시더군요. 그렇게 그분께 1만4800평의 땅을 샀어요.”

그게 2003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마흔 살 때의 일이다. 아름다운 집을 지을 땅을 손안에 넣자 그는 마음이 바빴다. 사업체를 서둘러 정리하고 집까지 팔아 전 재산을 들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김 씨는 당시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뭔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다’며 웃었다. 땅만 구하면, 그리고 그 땅에 집을 짓고 산다면, 드디어 행복한 생이 시작될 거라 믿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땅이 갖가지 규제에 묶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 그간 겪은 마음고생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땅을 산 지 15년이 지난 2018년에야 천신만고 끝에 관광농원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도시생활을 다 정리하고 들어온 게 실수였어요. 도시에 ‘벌이’의 수단을 조금이라도 두고 왔어야 했는데…. 허가 과정이 길어지면서 생각지도 않은 돈이 들어갔어요. 사업하며 모아놓은 적잖은 돈을 ‘쓰면서 살자’고 생각했는데,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지요.”

김 씨 부부가 생계를 위해 2019년에 언덕 아래 카페와 호수가 잘 보이는 자리에 전망대를 지은 이유다. 그러고서 ‘호수가 아름다운 전망대’란 이름을 달았다. 혼자 두고 보면서 즐기고자 한 경관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게 된 계기가 이렇다. 경위가 뭐 어떻든 무슨 상관일까. 지금 ‘호수가 아름다운 전망대’에서 우리가 기막힌 충주호와 월악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된 건, 한때 아름다운 집을 갖고자 열망했던 ‘눈 밝은’ 한 사람의 덕택인 건 분명하다.

# 소박한 액자로 더 아름다워진 경관

‘호수가 아름다운 전망대’의 카페와 전망대는 투박하기 이를 데 없다. ‘돈 냄새’ 나는 세련된 미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곳에서는 뭐든지 그렇다. 전부 다 ‘최소한의 것’으로 만들어졌다. 카페도 소박한 목조건물이고, 전망대도 목재로 뚝딱뚝딱 대강 짜 맞춰 만들었다. 그런데도 그게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순전히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투박한 공간은, 자연이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액자가 소박해서 액자 속의 그림이 더 화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지금 그곳은 ‘두 번째로 아름다운 때’를 지나고 있다. 김 씨는 “호수의 경관이 하루도 같은 적이 없이 날마다 다른 아름다움으로 물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최고로 꼽는 계절이 있을 거 아니냐’며 다그쳐 물었다. 그래서 나온 그의 답이 “호반의 숲에 신록이 피어나는 봄이 가장 좋고, 두 번째가 단풍 물드는 가을”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곳을 가야 할 때는 딱, 지금이다. 충주호 주변에는 이미 가을이 시작됐다. 가을의 기미만 보이면 가장 먼저 단풍으로 물들어 분분히 이파리를 날리는 벚나무들이 충주호반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카페와 전망대는 5곳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먼저 중심이 되는 자그마한 카페. 부부의 아들 이름에서 따서, 따로 ‘수(秀)’란 이름을 걸었다. 여기는 창밖으로 호수를 내다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두 번째는 목조테이블이 놓인 카페 앞 야외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산들바람을 느끼며 개방감 넘치는 호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끼리 앉아서 정담을 나누기에 딱 좋은 자리다.

# 앉은 이의 눈높이를 생각한 의자

김 씨 부부는 처음에는 언덕 아래에 집을 지었다가 가장 경관이 좋은 언덕 위로 집을 다시 옮겨 지었는데, 세 번째는 김 씨 부부가 정착 초기에 지은 집 자리를 꾸민 실내공간이다. 네 번째는 카페를 끼고 있는 계단을 딛고 20m쯤 올라가면 만나는 목조로 덱처럼 꾸민 전망대다. 180도로 호수를 전망할 수 있는 자리인데 여기다 소박한 테이블을 만들어두고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해놓았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전망대에서 비탈진 도로 120m쯤을 걸어 올라가면 김 씨 부부가 거주하는 집이 있다. ‘제2 전망대’라 이름 붙인 집 뒤편 언덕이 다섯 번째 자리다. 여기야말로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있다. 호수의 경관은 물론이고 호수를 굽어보는 월악산 영봉의 모습까지 한눈에 다 들어온다. 특히 돋보이는 건 앉는 이의 눈높이에 맞춰 의자를 만들고 배치한 감각이다. 언덕 위에다 만들어 놓은 의자에 앉으면, 시선이 낮아지면서 언덕의 구릉이 집을 가려 시야 가득 자연경관이 밀려 들어온다. 언덕 위에 이 의자를 무심하게 가져다 놓은 듯 배치해뒀다.

호수가 아름다운 전망대는 면 소재지에서도 호반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후미진 자리에 있지만,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날씨 좋은 봄·가을의 주말이나 연휴 때는 간혹 빈자리가 없는 때도 있다. 오지라 할 수 있는 이곳까지 손님을 몰고 오는 건 전적으로 SNS의 힘이다. 손님 대부분이 SNS의 사진에 이끌려 찾아오는 젊은 연인들이다. 이들은 주말이나 휴일에 집중된다. 주말과 비교하면, 평일은 거짓말처럼 한적하다. 호수가 경관이 중심이 되는 공간은 호젓할수록, 그래서 평화로울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법. 이곳을 꼭 평일에 찾아가길 권하는 이유다.

충주 동량면의 전원 카페 ‘민들레’. 한옥을 개조해 만든 빈티지 감성 물씬 풍기는 카페다.

# 파노라마 풍경이 펼쳐지는 자리

풍경에 관해 ‘발견의 시대는 끝났다’고들 한다. SNS가 꼭꼭 숨어 있던 명소까지 죄다 속속들이 찾아내서 그렇다.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없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드물게 아직 덜 알려진 빼어난 명소도 있다. ‘호수가 아름다운 전망대’에서 멀지 않은 충주 동량면의 ‘고봉’이 바로 그런 곳이다. 높은(高) 봉우리(峰)란 이름처럼 해발고도는 459m에 달하는데, 표고 차는 동네 뒷산에도 못 미칠 정도다. 차가 닿는 고갯마루에 차를 세우면 걸어서 딱 10분쯤, 아무리 걸음이 느려도 15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고봉 정상에 올라서면 믿기지 않는 규모의 장쾌한 경관이 펼쳐진다. 호수를 끼고 있는 시야각 270도는 족히 넘는 장대한 ‘파노라마 뷰’가 눈앞으로 와락 다가온다. 정면에는 월악산 영봉이 구름에 휩싸여 있고, 그 주변으로 월악이 거느린 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펼쳐지는 충주호안의 주변 경관은 마치 노르웨이 어디쯤의 피오르 해안을 빼닮았다. 형태도 그렇고, 규모도 그렇다. 숲길에서 빠져나와 정상에 서면 저절로 ‘와’하는 찬탄이 터질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10분 남짓의 걸음으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호수가 아름다운 전망대’에서 호안(湖岸) 도로를 타고 포탄리를 지나서 서운리에 닿으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갈림길 부근에 ‘서운리 순환임도’란 안내판 지도가 세워져 있다. 두 갈래 길 중에서 왼쪽 길을 따라 오르막 고갯길을 올라가면 고갯마루에 ‘수리재’란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거기 차를 세워두고, 오른쪽으로 등반 안내 리본을 따라 오르면 이내 고봉 정상이다.

차량용 내비게이터를 이용해 찾아가려면 수리재 정상 주소 ‘충주시 동량면 지동리 산 71-2’를 입력하면 된다. 유의할 점은 임도의 노폭이 좁아 차량 교행이 쉽지 않고, 수리재 정상 주차공간도 두어 대가 고작이라는 것. 임도에는 차량통행이 거의 없긴 하지만, 차를 여기까지 가져가겠다면 주중이거나, 한산한 시간대를 택하는 게 안전하겠다.

충주 동량면 하천리의 법경대사탑비. 고려 초의 고승 법경대사를 기리는 비석이다.

# 누가 악어를 처음 찾아 냈을까

이런 건 아주 드문 경우다. ‘거기 올라가서 보이는 모습’이 산의 이름이 된 경우 말이다. 충주에는 ‘악어봉’이 있다. ‘악어산’이라고도 불린다. 산의 형태가 악어를 닮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산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산 정상은 아니다)가 있는데, 거기서 내려다본 충주호에 잠긴 산 능선이 마치 악어떼가 머리를 내민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스로의 형상을 이름으로 삼은 경우는 봤어도, 거기 올라가서 본 바깥 모습이 산 이름이 된 경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산에 올라가서 보면, 호수로 흘러내린 산자락이 누가 봐도 진짜 악어떼처럼 보인다. 악어봉이란 기이한 지명을 만든 건, 이런 모습을 본 많은 이들의 ‘공감’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곳을 처음 발견한 이는 누구일까. 사실 악어봉은 조망이 아니라면 전혀 갈 일이 없는 곳이다. 사람들이 지나는 길도 아니고, 등산로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순전히 ‘조망’만을 위해 일부러 찾아낸 곳이란 얘기다.

수소문 끝에 충주에서 악어봉을 처음 발견한 이를 찾아냈다. 충주시 성서동에서 사진관 ‘이광주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가 이광주(62) 씨다. 그는 처음 카메라를 잡은 열여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사진에 미쳐’ 살았다. 그의 ‘사진찍기 무용담’을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미쳤다’는 다소 무례하게 느껴지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지금도 좋은 일출 사진 한 장 찍자고 혼자 나무에 기어 올라가서 뚝딱뚝딱 오두막을 짓는 일쯤은 예사. 운해 풍경을 사진에 담겠다는 일념으로 한밤중 홀로 산행도 마다하지 않는데, 그것도 ‘만족할 만한 사진’이 나올 때까지 무한 반복이다. 문 닫고 산과 들로 다니니 사진관 영업은 어떻게 하나 싶은데, 그는 ‘열어 봐야 손님도 없다’며 웃었다.

고봉에서 바라본 월악산 영봉.

# 악어봉에 길이 놓이기까지 이야기

악어봉은 충주시 살미면 무릉리에 있다. 무릉리란 지명은 ‘능골(陵谷)’에서 유래했다. 계곡에 무장(武將)의 무덤(陵)이 있었다는데, 진주대첩 김시민 장군의 무덤이라는 얘기도 있고, 경상감사를 지낸 김철의 무덤이란 얘기도 있다. 이곳의 무릉이란 ‘무덤’을 뜻하는 말이지만 ‘무릉도원(武陵桃源)’의 그 무릉이라 해도 믿을 만큼 호반의 경치가 빼어나다.

충주호 담수로 마을의 절반 이상이 수몰된 무릉리는, 사진가 이 씨에게 아련한 추억이 서린 곳이다. 충주호가 생기기 전, 이 씨는 지금의 호반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녔다. 그런 장소를 이 씨가 사진에 담지 않을 리 없다. 2003년 가을쯤으로 기억한다. 카메라를 메고 무릉리를 지나던 그는, 수몰된 마을 주변의 지형을 사진에 담고 싶어 가시덤불을 헤치고 산자락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 처음 ‘악어떼’의 사진을 찍었다.

이듬해까지 산을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한 그는, 2006년 사진집을 내면서 물 마시러 온 악어 같은 모습의 능선을 담은 사진을 발표했다. 사진에는 ‘허기진 악어 사냥감을 향해 살금살금’이란 설명을 달았다. 그가 발표한 사진 한 장으로 그가 사진 찍은 장소는 지역 사진가들의 단골 촬영장소가 됐고, 급기야 관광객들까지 찾아들면서 ‘악어봉’이란 이름까지 얻었다.

월악산에 능선을 대고 있는 대미봉 자락의 악어봉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한 곳이다. 국립공원은 ‘포괄적 금지’ 지역이다. 허가하지 않은 행위는 ‘모두 금지’가 원칙이다. 탐방로로 지정된 곳 외에는 일체 출입을 금한다. 출입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악어봉은 그동안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올라다녔지만, 탐방로로 지정되지 않은 ‘비지정탐방로’여서 공식적으로는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출입 시 자연 훼손 등의 영향이 없는데도 탐방로로 지정되지 않았던 건, 순전히 ‘행정비용의 효율적 집행’ 때문이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탐방로에 예산이나 관리 인력을 투입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 MZ세대들이 어려운 길을 걷다니…

이른바 ‘MZ세대’ 사이에서 악어봉이 ‘핫플’로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월악산 국립공원사무소가 서둘러 악어봉 코스를 탐방로로 지정하고, 충주시가 탐방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탐방로는 이미 지난해 말쯤 완공했는데 이번에는 탐방객의 도로 무단횡단에 따른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개방계획이 중단됐던 것. 공사를 함께 했으면 좋으련만, 주먹구구식 사업추진으로 다 만든 시설을 8개월 넘게 이용할 수 없었던 셈이다. 결국 충주시가 육교 공사까지 다 마치고 난 지난달 11일부터 악어봉 탐방로를 공식 개통하고 관광객의 출입을 허가했다.

악어봉에 오르려면 들머리의 카페 ‘게으른 악어’를 겨눠서 찾아가면 된다. 카페 앞 주차장에서 육교를 건너면 곧바로 탐방코스로 연결된다. 카페의 작명 센스에 감탄한다. 악어봉에 오르는 게 귀찮은 이들이 노닥거리는 카페의 작명으로 ‘게으른 악어’는 더없이 적절하지 않은가.

MZ세대의 인스타 명소라 해서 가벼운 산책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악어봉 전망대까지 거리도 900m로 짧지 않은 데다 줄곧 오르막이라 등산을 방불케 한다. 뜻밖이었다. 어려운 건 피하고, 가볍고 쉬운 것만 좋아한다는 젊은이들이 이 가파르고 지겨운 산을 오른다고? 그러고 보니 악어봉과 겨룰 만한 인스타 명소인 경북 포항의 곤륜산 패러글라이딩활공장에서 본 풍경도 비슷했다. 연인인 듯한 젊은이들이 헉헉거리며 길 끝까지 오른다. 악어봉을 오르는 이들 중에는 구두를 신은 커플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등산의 어려움쯤은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악어봉에 올라온 젊은 커플들은 장쾌한 경관이 펼쳐지는 전망대에서 한껏 기분을 내며 사진을 찍었다. 이들이 찍은 사진은 다시 SNS에 담길 것이고, 그 사진에 반한 또 다른 젊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뒤를 이으리라. 사진 찍는 이들을 보며 든 생각 하나. 이들이 악어봉에서 찍는 사진이, 길거리 즉석 사진처럼 손쉽게 찍는 사진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악어봉에 오르는 동안, 두 발로 제법 힘들게 걸어 자연과 마주하고 풍경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위안을 느꼈을 것이니 말이다.

■ 열 명의 농부가 만든 밥상

충주 신니면 용원리에는 채식식당 ‘류근모와 열 명의 농부’가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재료를 써서 만든 채식 음식을 차려 내는 한식 뷔페 식당이다. 매일 점심시간에 스물네댓 가지가 넘는 쌈 채소에다 정성껏 조리한 열다섯 가지 안팎의 음식이 차려진다. 농장 주최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레시피로 만든 쌈장 샐러드와 콩고기 볶음 등이 독특했다. 유기농 콩으로 만든 전통 두부와 5분도 유기농 쌀로 지은 가마솥 밥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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