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며 많은 회사들이 기업공개(IPO)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 기술성장특례로 정면돌파에 나선 회사가 있다. 일명 데이터와 기술을 합쳐 마케팅에 도움을 주는 '마테크(MarTech)' 회사인 '오브젠'이다. 애드테크가 지고 마테크가 뜨는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를 등에 업고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성장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오브젠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마테크 솔루션을 전문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마테크란 마케팅(Marketing)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마케팅에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해 초개인화 마케팅을 구현하는 솔루션을 말한다.
회사는 투자설명서에서 글로벌 리서치 업체 '이머전 리서치(Emergen Research)'를 인용하며 마테크 시장은 2020년 기준 245억6400달러 규모(약 31조2621억원)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44.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심리 위축, 애드테크에도 부는 '찬바람'
마테크란 '애드테크(AdTech)'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광고(Ad)와 기술(Tech)의 합성어인 애드테크는 광고 집행·타깃팅·성과측정 등에 IT 기술을 접목한 것을 말한다. 즉 광고 캠페인을 내보내는 기술 자체가 애드테크인 셈이다.
반면 마테크는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소셜 미디어 관리 도구,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 등의 활용과 관련된 용어다. 마케터가 이용하는 다양한 기술 솔루션을 포함하며, 디지털 마케팅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사용성을 높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때문에 애드테크는 마테크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인지되기도 한다. 다만 자체 데이터 활용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면서 애드테크에서 마테크로 흐름이 옮겨지고 있는 추세라는 평가다. 쉽게 말해 마케터가 광고 매체를 적절히 선택해 성과를 내는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데이터에 주목하는 '그로스해킹', '데이터드리븐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다.

실제 애드테크를 표방한 회사들의 성장성에 한계를 부딪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력보다는 인력(人力)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다. '모비데이즈'는 2014년 법인 설립 이후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1년 영업이익 1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에 모비데이즈는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은 있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결론적으로 모비데이즈는 하나금융17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했다. 2022년 6월 모비데이즈의 상장 첫날 거래가는 18% 넘게 하락했으며, 3000억원대로 전망됐던 시가총액은 2023년 1월 현재 1341억원에 그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또한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이었으나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2020년 K-유니콘 프로젝트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는 최초로 유니콘 대열에 오른 바 있다.
앞서 아이지에이웍스는 2021년 영업이익 3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기업 가치는 주관사 추정 2조원에 달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이지에이웍스는 해외 진출 및 인수합병(M&A)에 힘을 싣는다는 차선책이다. 회사는 2014년 6월 일본 지사를 설립한 바 있으나, 현재 사실상 비즈니스 운영은 하지 않고 법인 유지 중이다.
아이지에이웍스 관계자는 "다른 상장 예비 주자와는 달리 아이지에이웍스는 수익을 기록 중이고,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를 수반하는 성장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상장 시점을 주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유연성(flexibility)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상태에서 높아진 글로벌 금융 시장 불확실성, 달러 강세, 금리 역전 등으로 미국 시장 쏠림 현상,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 기조 등을 고려해 예비심사청구 포함 전체 일정을 주관사단과 함께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특례 '정공법'…오브젠은 어떤 회사?
오브젠은 기술성장특례로 코스닥 상장 절차를 받고 있다. △고객 행동정보 기반 실시간 마케팅 솔루션(obzen Digital Marketing) △실시간 빅데이터 수집∙처리 솔루션(obzen BigData) △초개인화 마케팅을 위한 인공지능(AI) 분석 솔루션(obzen SmartAI)이 오브젠의 대표적인 마테크 솔루션이다.
회사는 2022년 4월 한국평가데이터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각각 A 등급을 통보받았다. AAA와 AA에 이은 A등급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장래 환경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준임을 뜻한다.
오브젠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의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중견 및 중소기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오브젠의 임원진들은 IBM 출신으로 다수 포진됐으며 이형인 오브젠 대표 또한 IBM과 딜로이트 컨설팅을 거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브젠의 누적 실적은 영업수익 192억2700만원, 영업이익 5300만원, 당기순이익 6300만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수익은 42.4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회사 측은 2019년 이후 2021년까지 3년간 기록한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은 AI를 비롯한 연구개발 인력을 지속 채용함에 따라 연구개발비가 증가한 것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오브젠은 신사업에서 성장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최근 클라우드 상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독의 형태로 제공하는 SaaS가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기존 오브젠의 제품은 기업의 IT 환경에 설치해 구현되는 구축형 솔루션으로, 대기업에게 유용한 구현 방식이다.
오브젠은 중견·중소기업 시장 진출을 위해 기존 제품을 표준화한 제품(Obzen Daisy Suite)을 출시, 해당 솔루션을 위주로 SaaS 솔루션 사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2대 주주이자 전략적 투자자인 네이버클라우드를 든든한 아군으로 내세우고 있다. 양사 협업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초개인화 마케팅 및 데이터 상품을 구성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겠다는 포부다.
한편 오브젠의 총 공모주식수는 77만5956주로, 주당 공모 희망가는 1만8000원~ 2만4000원이다.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약 186억2200만원(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을 조달할 예정이다. 오는 11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17일까지 일반청약을 받는다. 1월 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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