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스타일을 위한 패션 가이드 5단계

안녕하세요, 파리 사는 어떤 사람 HAE입니다. 기사를 쓰고 있는 요즘, 파리는 맨즈 웨어 패션 위크로 한창 분주한데요. 거리에만 나와도 전 세계에서 옷 좀 입는다 하는 패피들이 걸어 다니니 곁눈질로 스타일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여러분에게 ‘옷을 잘 입는다’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아무리 패션에 문외한이래도, 옷을 잘 입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죠. 하지만 ‘옷을 잘 입는 법’이란 명쾌한 수학 공식처럼 하나로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빛깔이 다른데, 어떻게 하나의 공식에 대입할 수가 있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단순한 ‘스타일링 팁’이 아닌,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도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 합니다. 누구나 인터넷만 있으면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활용해서 말이에요!


[Step 1]
패션 콘텐츠 접하기

패션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선 왕도가 없습니다만, 그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합니다. 많이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제 막 패션에 걸음마를 뗀 분이라면, 수많은 패션 콘텐츠 중 대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막막할 거예요. 그렇다면 우선 가지고 있는 쇼핑 애플리케이션부터 활용해 봅시다. 가장 보편적인 패션 앱인 무신사를 예로 활용해 볼게요.

앱을 실행해 볼까요? 이제 MUSINSA 로고 옆 돋보기 아이콘을 터치해 ‘룩북’을 검색해 볼 겁니다. 룩북이란 브랜드에서 상품을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서 만드는 자체 화보인데요.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감과 해당 시즌의 컨셉을 반영해 전문가의 손길로 제작되는 만큼, 인플루언서나 스트릿 스냅보다 완성도 높은 스타일링을 선보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스트릿 패션을 따라 하기 전에 꼭 브랜드 룩북부터 살펴보길 권해요.

이제 ‘룩북’ 검색 결과 화면으로 넘어가 볼게요. 헤더 부분에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는데요, 이 중에서 더도덜도 말고 ‘룩북’ 카테고리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는 입점된 브랜드들의 룩북이 제목과 함께 최신순으로 정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에요. 상단 필터를 활용하면 품목별, 브랜드별 등으로 재검색도 가능하답니다.


[Step 2]
“나만의 룩북 아카이브 폴더”
매일 조금씩, 습관 만들기

어떻게, 어디서 패션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는지 알아봤으니, 이제 패션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봅시다. 마음에 드는 표지의 룩북이 있다면 들어가서 전체적인 룩을 스캔해 보세요. 랜덤하게 손길 가는 대로 살펴보아도 좋아요. 부담 없이 편하게 사진들을 훑어보다가 끌리는 룩을 캡처해 둡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 예를 들면 흰 티셔츠나 청바지 등을 활용한 코디가 있다면 이 역시 캡처해 둡시다.

미니멀리스트를 자칭하는 제겐 어떤 브랜드들이 추천됐을까요? 전 평소 담백하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데요. 때문에 최신 트렌드보다는 타임리스 룩을, 치마나 원피스보다는 남성복에 가까운 아이템들을 즐겨 찾는 편입니다. 저의 스마트폰 속 스타일링 아카이브 폴더에도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룩들이 저장돼 있죠.

그런 제게 눈에 띄는 추천 브랜드는 ‘토마스모어(Thomas More)’(https://bit.ly/3Ef09cg)인데요. 괜찮은 소재감과 퀄리티의 기본 아이템을 무척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죠. 남성, 여성 제품의 디자인이 동일해서 중성적인 스타일을 지향하는 제게 안성 맞춤인 곳입니다. 룩북을 살펴보니 이번 봄/여름 컬렉션은 옅고 시린 색감이 특징이네요. 전체적으로 낙낙한 실루엣의 아이템들은 보기만 해도 편안합니다. 게다가 모델들의 무신경한 애티튜드와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영락없이 파리지앵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네요!

이렇듯 주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느낌을 추구하지만, 이따금씩 제 안의 숨겨진 록 스피릿이 깨어나기도 합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어딘가에 반항을 하고 싶어지곤 하죠. 그런 날이면 찢어진 청바지, 구멍 난 티셔츠,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들을 켜켜이 쌓아 올린 레이어링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그런지 스타일에 매료돼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앤더슨벨(ANDERSSON BELL)’(https://bit.ly/44pGC3R)은 어떤 앱이건 한 번쯤은 추천 브랜드로 마주치게 되더라고요. 매 시즌 다채로운 스타일을 제안하지만, 항상 ‘로큰롤’ 정신만큼은 뚝심 있게 보여주는 브랜드거든요. 23 봄/여름 컬렉션 룩북에도 특유의 대담한 색감과 뒤틀린 혹은 찢어진 디테일로 가득합니다. 앤더슨벨은 해외 편집숍에서도 제법 자주 보이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브랜드이기도 하죠. 최근에 밀라노에서 멋진 데뷔 런웨이를 가지기도 했는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Step 3]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탄탄 기초 체력 쌓기

이번 스텝에서는 패션 기초 체력을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 거예요. 평소에 스텝 2와 같이 룩북 이미지들로 아카이브를 차곡차곡 잘 쌓아두고, 시간이 날 때 저장된 이미지들을 쭉 살펴보세요. 그리고 그 이미지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거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단어로 정의 내려봅니다. 브랜드 소개 혹은 룩북 정보 등을 참고하면 좀 더 쉬워요.

제가 저장한 이미지들로 예를 들어볼게요. 색상부터 살펴볼까요? 세 사진 모두 비비드 컬러보다는 ‘무채색’에 가깝습니다. 핏은 몸매를 부각시키지 않는 다소 ‘중성적’인 느낌의 ‘루즈 핏’이고요.

이 중 인사일런스 우먼의 소개 글을 찾아보니 ‘미니멀’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네요. 세 룩북의 정보를 살펴보니 ‘도시적,’ ‘우아한’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고요. 따라서 제가 추구하는 취향의 단어들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무채색(모노톤), 미니멀, 도시적(모던), 우아함(엘레강스), 중성적(젠더리스), 루즈 핏.


위와 같이 적당한 단어를 찾았다면, 이제 ‘핀터레스트’를 사용할 차례입니다. 핀터레스트는 이미지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데요. ‘자신의 스타일을 정의한 단어들(영어) + style’을 검색하면, 해당 스타일의 패션 이미지를 무척 다양하게 접할 수 있죠. 물론 여기서도 마음에 드는 룩을 캡쳐하고, 하트를 눌러, 나만의 스타일링 아카이브에 추가해 둡니다. 모든 이미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 아파요. 내 마음을 끄는 이미지만 수집해 보세요!


[Step 4]
“가자, 오프라인의 세계로”
심화 단계, 감각 쌓기

기본기가 충분히 쌓였다면 이제는 오감의 영역으로 들어서 봅시다. 직접 옷을 보고, 만져보고, 입어보는 거죠. 감각을 키우고, 내게 어울리는 아이템을 발견하는데 아이쇼핑만 한 게 또 없거든요. 외출 중 오가는 길에 종종 쇼핑몰에 들러 옷들을 구경해 보세요. 큰맘을 먹고 “오늘 옷 볼 거야!” 하기보다는, 습관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쇼핑을 하는 거죠. 빠르게 행거를 스캔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아이템, 혹은 좋아하는 색깔이나 패턴의 아이템을 발견하면 대보거나 입어봅니다. 참고로 저는 옷 안쪽의 바느질 상태나 소재가 적힌 케어 라벨도 유심히 살펴보곤 하는데요.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옷을 고르는 눈썰미를 기를 수도 있답니다.

A.P.C.의 니트 제품의 케어 라벨을 살펴볼까요? 케어라벨 기호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녀석은 손빨래가 필요한 제품인 것 같네요. 그뿐만 아니라 85%의 면, 15%의 캐시미어의 부드러운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착용 시 따가움이 덜하다는 사실도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컬러, 패턴 등을 위주로 살펴보세요. 다양한 옷을 비교하며 몸에 대보고 입어보면 분명 유독 내게 착 붙는 컬러나 패턴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먼저 노랑-파랑, 빨강-초록 등 ‘보색 관계’에 있는 컬러를 비교해 보세요. 그다음에는 ‘같은 컬러, 다른 패턴’의 아이템 혹은 ‘같은 컬러지만 톤이 다른’ 아이템을 번갈아 대보며 그 차이를 캐치하는 눈을 길러보세요. 예를 들어, 저는 남색이 잘 받는 편인데요. 같은 남색이더라도 프린팅이 조금이라도 화려해지면 인상이 촌스러워 보이더라고요. 또 베이지 중에서도 노란빛이 도는 따뜻한 색감은 제 인상을 칙칙하게 보이게 만든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반대로 푸르스름한 톤의 베이지를 착용하면 오히려 피부가 깨끗해 보이고요. 물론 이러한 차이가 무척 미묘해서 한두 번 시착으로는 알아채긴 힘듭니다. 수십 번의 시착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되죠. 내게 어울리는 색상이 무엇인지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면 절반은 온 겁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착용감에 집중해 봅니다. 옷 입는 데 망설이는 사람들이 주로 컬러 매치에 자신감이 없는데, 사실 컬러만큼이나 중요한 게 핏이거든요. 아무리 컬러 매치가 훌륭해도 핏이 어정쩡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예를 들어, 상의에서는 간단하게 ‘어깨 끝 선’과 ‘몸통 둘레’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옷의 어깨 끝선이 내 어깨에 딱 맞게 떨어지면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으로 연출이 될 겁니다(사진 A, C). 이때 몸통 둘레의 여백이 적을수록 몸매를 드러내는 룩이 되겠죠(사진 C). 반대로 옷의 어깨 끝선이 내 어깨보다 크고, 몸통 둘레에 여백이 넉넉하다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룩이 연출됩니다(사진 B). 여기서 당부를 드린다면, 내 어깨보다 끝선이 작은 옷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어깨선은 큰데, 몸통 둘레에 여백이 적은 옷도요. 어정쩡한 핏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거든요!

착용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옷을 이루는 소재에도 관심을 갖게 될 거예요. 어떤 소재를 사용했느냐에 따라서 옷핏이 전혀 다르게 연출되기 때문이죠. 사진 A의 티셔츠는 면 100%, 사진 B의 티셔츠는 텐셀 70%와 면 30%, 그리고 사진 C의 티셔츠는 면 97%에 폴리우레탄 3%로 만들어졌는데요. 촉촉하고 부들부들한 촉감의 텐셀이 함유된 사진 B의 티셔츠는, 양옆의 A와 C에 비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핏으로 연출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옷에 쫀쫀한 텐션감을 주는 폴리우레탄이 함유된 사진 C의 티셔츠는, A와 B에 비해 타이트하게 몸에 착 달라붙는 핏이죠. 이런 식으로 소재에 신경을 쓰게 되면 옷을 고를 때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 과정에서 쌓인 경험치는 이후 스타일링이나 쇼핑을 할 때 큰 자산이 되지요.


[Step 5]
“이젠 직접 코디할 시간”
실전 적용

지금까지 익힌 기본기와 감각을 바탕으로 직접 코디를 해봅시다. 필요한 건 잘 만들어둔 나만의 스타일링 아카이브! 캡처한 사진들을 살펴보면서 적용할 수 있는 코디를 찾아보는 거죠. 처음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활용하는 방법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평소에 흰 티에 청바지만 매치했다면, 스타일링 아카이브를 참고해 색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더하거나 룩북에서 활용한 연출 방법을 따라 해봐도 좋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집에 하나쯤은 있을 법한 화이트 티셔츠와 데님 팬츠를 활용한 스타일링인데 무척 세련되게 느껴지죠? 살짝 눈썰미를 발휘해 보면, 기본 아이템으로 힘을 빼면서도 적재적소에 액세서리를 활용한 룩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예컨대 심플한 실버 네크리스와 링을 더하거나, 짙은 색깔의 벨트로 룩에 악센트를 더할 수 있겠죠. 백은 전체적인 아이템과 조화를 이루는 컬러를 선택하고, 화이트 스니커즈로 깔끔하게 룩을 마무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엔 화이트 티셔츠에 데님 말고, 좀 더 색다르게 스타일링한 이미지로 예를 들어 볼까요? 올 화이트는 여름철에 특히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룩인데요! 상하의 모두 동일하게 화이트로 색상을 맞추는 대신, 간결한 블랙 레더 아이템(벨트, 샌들)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눈에 띕니다. 사진처럼 티셔츠 위에 얇은 재질의 스트라이프 셔츠를 더해 밋밋함을 덜어줄 수도 있겠어요.

[화이트 티셔츠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게 입을 수 있을지 고민했던 흔적.]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한 가지 팁은, 혼자 집에서 가지고 있는 옷으로 다양하게 코디해 보고 사진도 찍어보라는 거예요. 이걸 많이 하다 보면 나중에는 직접 옷을 갖다 대보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어떤 옷들끼리 궁합이 좋을지가 그려지더라고요. 물론 상상과 현실이 다를 때도 많기 때문에 직접 입어보는 걸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긴 하지만요. 많이 입어 볼수록 많이 느는 법입니다. 이래저래 시도해 보다가 마음에 드는 착장이 하나 정돈 나올 텐데요, 이 룩 역시 나만의 스타일링 아카이브에 저장해 둘 수 있겠죠.


이렇게 다섯 가지 스텝을 살펴보았습니다. 내 스타일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단순히 옷을 잘 입는 걸 넘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어떠한 가치관을 추구하는지까지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쇼핑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크게 역시 절약될 거예요. 옷을 잘 입으면 좋은 이유는 넘쳐 납니다. ‘패션’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지말고, 내 ‘취향’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느껴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