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노트] 카카오톡이 ‘오래된 혁신’인 이유

카카오톡 개편 뒤 이용자 불만이 속출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친구 목록은 프로필 사진이 강조된 격자형 피드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용자들은 친구의 사진과 광고를 불필요하게 많이 봐야한다며 피로감을 표시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개편에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이자 서비스인 '카나나(Kanana)'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AI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그러나 AI 기술이 집약된 보이스톡 통화 녹음·요약과 AI 에이전트, 숏폼 콘텐츠 기능은 비교적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때 카카오톡은 모바일 시장 혁신의 상징이었다. 15년 전 이용자는 갓 출시된 카카오톡을 '스마트폰 가진 사람만 쓸 수 있는 새로운 문자 메시지'로 인식했다. 당시 카카오톡은 빠른 스마트폰 보급률을 발판 삼고 문자 메시지와 차별화된 편리함을 내세워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이후 추가된 이모티콘, 게임 서비스도 문자 메시지를 쓰던 시절엔 없던 경험을 제공했다. 스마트폰 생태계 초기 카카오는 경쟁사보다 참신한 서비스를 시도하는 기업이었다.

최근 카카오의 혁신 이미지가 옅어진 건 더이상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개편으로 바뀐 친구탭은 인스타그램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격자형 피드 형식 친구 목록은 프로필 사진을 크게 보여준 뒤 친구끼리 좋아요와 댓글을 나누도록 했다. 이용자들은 이러한 SNS 소통 유형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10년 이상 동안 경험했다. 페이스북조차 이용자층이 고령화된 지 오래됐고, 인스타그램에선 격자형 피드 사진 게시물 업로드보다 단발성 게시물인 스토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용자들은 다른 플랫폼에서 오랜 시간 축적한 경험을 카카오톡에서 반복하니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이스톡 요약과 AI 에이전트, 숏폼 콘텐츠도 경쟁사의 서비스를 연상시킨다. SK텔레콤은 이미 AI 서비스 '에이닷'으로 통화를 녹음·요약하고, 이 내용을 분석해 일정 정리를 보조하는 에이전트를 제공했다.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숏폼 영상을 보는 방식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과 비슷하다. 물론 카카오의 숏폼 콘텐츠는 올해 4분기 추가 개편을 앞둬 시장 반응이 바뀔 여지가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서비스 방향을 따라갔다는 초기 인상을 남겼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앱 위상을 유지하려면 수많은 빅테크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지난 15년 동안 매번 참신한 서비스를 선보여 기획 역량을 입증했기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달 열린 자체 개발자 콘퍼런스 'if(kakao)25'에선 서비스 개발·운영에 필요한 AI 기술력도 선보였다.

다행히 카카오의 AI 기술 발전 속도와 수준은 진일보하는 중이다. 카카오는 if(kakao)25에서 AI에이전트, 통화 녹음·요약, 숏폼 생성·분석 서비스에 적용하는 자체 개발 AI 모델 카나나 시리즈를 소개했다. 빅테크의 AI 모델을 미세조정하지 않고 카카오 처럼 자체 개발해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은 손에 꼽힌다. AI 모델 개발 능력을 의심 받았던 1~2년 전전을 고려하면 카카오는 단기간에 AI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5000만명 이상 이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톡 생태계와 AI 모델·서비스 개발 기술을 결합하면 더 성장할 여력이 있다.

플랫폼 시장 순위는 영원하지 않다. '카톡해'라는 말이 나오기 전 네이트온과 싸이월드가 있었다. PC를 기반으로 한 이 서비스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플랫폼 시장에선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한채 이용자에게 광고 피로감을 주면 언제든 반복될 일이다. 카카오톡이 다시 혁신 서비스가 되기를 기다린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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