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보도본부 이관…KBS 시사교양 피디 개편 반발, 보직 사퇴

최성진 기자 2024. 10. 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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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체제' 한국방송(KBS)이 시사교양국 폐지와 '추적60분' 등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밀어붙이자, 시사·교양 피디(PD)들이 집단 보직사퇴를 선언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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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크게 축소되거나 사라질 것”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왼쪽 셋째)이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아트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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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체제’ 한국방송(KBS)이 시사교양국 폐지와 ‘추적60분’ 등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밀어붙이자, 시사·교양 피디(PD)들이 집단 보직사퇴를 선언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시사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것은 물론, 제작 자율성마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3일 한국방송 노사의 설명을 들으면, 한국방송 제작1본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시사·교양 피디 16명은 지난 2일 회사의 일방적 조직개편에 항의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보직사퇴 뜻을 밝혔다.

팀장단은 성명에서 “이번 개편으로 인해, 그동안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케이비에스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크게 축소되거나 사라질 것”이라며 “구성원의 우려와 요구를 무시한 경영진의 결정에 참담함을 느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제작진과 함께 케이비에스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공적 기능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쪽 대응에 따라 본부장 회의 전면 거부 등 추가 행동도 검토할 계획이다.

제작1본부 소속 한 피디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불방이나 ‘역사저널 그날’ 방영 중단 사태 등 시사프로그램 제작·편성을 두고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이어졌다”며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 시사교양국에서 ‘시사’를 떼어내 이를 보도본부로 옮기는 건데, 이렇게 되면 피디들이 새로운 시사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하더라도 ‘그건 너희 업무가 아니야’ 이런 식으로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한국방송 사내 3개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한국방송 노동조합, 한국방송 같이노동조합)가 반발하는 가운데, 여권 이사의 찬성만으로 박민 사장이 제출한 조직개편안(직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제작1본부 산하 시사교양국에서 시사 기능을 뺀 ‘교양다큐센터’를 신설하고, 추적60분 등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은 보도본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이다. 조직개편 이행 시기는 오는 11월 초로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시사교양국 피디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뒤 아이템 검열과 과도한 원고·편집 데스킹 논란이 일었다”며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똑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피디들의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추적60분은 김인규 전 사장 재직 기간이었던 2010년 보도본부로 이관된 뒤, 같은 해 12월 ‘4대강 사업권 회수 논란’ 편이 방송 하루 전 불방 결정되는 등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국방송 사쪽은 조직개편 배경을 묻는 한겨레의 질의에 “케이비에스가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조직개편이 필수적”이라는 내용의 ‘조직개편안 이사회 의결 관련,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9월26일)을 답변 대신 보내왔다. 시사·교양 피디의 보직사퇴에 대해선 “공식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왼쪽)이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아트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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