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편지가 나온 전설
신라 소지왕의 기적이 시작된 그 연못

경주 동남산 ‘서출지’, 전설이 피어나는 여름 포토명소 그저 예쁜 연못이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천 년 전 한 편지로부터 시작된 전설, 경주의 서출지는 그 이야기와 함께 더욱 특별한 여름을 선사합니다.
경주 동남산 기슭, 전설이 깃든
몽환의 연못

경주의 노천 박물관이라 불리는 남산, 그 동남산 자락에 고요히 자리한 ‘서출지’는 단순한 연못 이상의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신라 제21대 소지왕의 전설이 깃든 곳으로, 연못에서 홀연히 등장한 노인이 건넨 편지 한 장이 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전설 속에서 ‘거문고 갑을 쏘아라’는 글귀는 왕궁 암살 음모를 밝혀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이 기이한 사건 이후 연못은 ‘서출지(書出池)’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여름의 서출지는 마치 수묵화를 닮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연못 가장자리를 따라 수령 오래된 배롱나무가 핑크빛 꽃을 피우고, 그 뒤편으로는 조선시대 정자 ‘이요당’이 고풍스레 자리해 있습니다. 특히 7월 중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연꽃과 배롱나무꽃이 동시에 절정을 이루며, 그 자체로 한 폭의 회화가 되어주는 순간을 선물합니다. 통일전 주차장에서 걸어 나와 연못을 바라보는 순간, 당신은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서출지를 제대로 즐기는 팁
오후 5시 이후 방문 추천
여름 햇살이 서서히 낮아지는 시간, 연못에 비치는 노을빛과 그림자가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특히 사진 촬영 시 은은한 햇살이 배롱나무 꽃잎을 더욱 화사하게 담아줍니다.

연꽃 개화 시기 체크
7월 말~8월 중순이 연꽃의 절정기입니다. 아침 일찍 방문하면 활짝 핀 청초한 연꽃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자 이요당에서 휴식
연못 둘레를 돌며 걷다가 고즈넉한 정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세요. 전설의 배경이 된 이곳에서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둘러보면 좋은 근처 명소

통일전: 신라 삼국통일을 기념하여 세워진 전각, 주차장이 서출지 입구입니다.
남산 등산로 입구: 서출지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 동남산 탐방을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동남산 배롱나무길: 계절에 따라 서출지를 포함한 동남산 기슭 전체가 배롱나무 핑크빛으로 물듭니다.
서출지 기본정보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 1길 17 (남산동)
입장료: 무료
운영시간: 연중무휴, 상시 개방
주차: 통일전 주차장(무료) 이용 가능
문의: 경주시 공원관리사무소 054-779-8743
문화재 지정: 사적 제138호 (1964.07.11 지정)
마무리 한마디

서출지는 단순한 연못이 아니라, 신라의 역사와 설화, 그리고 민속신앙과 불교문화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한 아름다움이 스며든 이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과거로 떠나는 상상을 해보세요. 여름이면 꽃이 피고, 마음에는 전설이 피어나는, 경주의 ‘서출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