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흙으로 토지를 메우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부산의 이 아파트

북항 조망 내세운 아파트, 흙의 미스터리로 시작된 문제

부산 북항을 조망하는 아파트 건설 현장. 눈에 띄는 것은 현장에서 파낸 대량의 흙이 덤프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이동한다는 점이다. 추적해보니 경남 김해의 한 농지에 트럭들이 흙을 내려놓는다. 이 흙은 농지 성토용으로 쓰인다. 멀리서 볼 때는 평범한 흙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흙이 온통 짙은 검은색. 주민들은 “저 흙은 전부 범일동에서 나오는 뻘!”이라며 출처에 의문을 제기한다.

토양 분석, 기준 두 배 넘는 염분으로 논란 증폭

건설 현장에서 나온 흙의 토양 분석은 신라대 토양분석센터에 맡겨졌다. 그 결과, 염분 농도를 측정하는 전기전도도 수치가 미터당 3.9데시지멘스, 기준치 대비 2배 가까운 수치로 확인됐다. 이미 기준치를 초과한 염분은 농작물 생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뻘 흙이 농경지로 가면 염분 피해로 인해 제대로 된 농사가 불가능해진다. 해수 영향이 큰 갯벌 토사라는 점에서 토양 오염 우려와 불법 논란이 본격화됐다.

불법 성토, 허가·신고 없는 토양이 농지에 쏟아지다

관할 지자체는 농지 성토 및 토지 매립 과정에 대한 허가와 신고 절차를 명확하게 요구한다. 그러나 해당 농지에서는 아무런 신고 없이 이미 2m 넘게 갯벌 흙이 성토되고 있었다. 주민 신고와 토양분석 결과 등 명백한 불법 행위의 증거가 쌓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작업이 이어지는 중이다. 불법 성토로 적발된 직후에도 미온적 단속으로 현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시공·하청업체 ‘책임 공방’—토양 적합성 논란 확대

시공사는 “자체 토양성분 분석에서는 기준에 적합했다”면서, 직접 토사 처리를 하청 업체에 맡겼기 때문에 상세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갯벌 토사라는 것은 근거 없다. 현장은 사질토다”라며 출처 및 적합성 논란까지 공방이 이어진다.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는 현장의 현실적 문제를 가릴 뿐, 실제 작업에서는 기준 미달 흙이 계속 농지로 유입되고 있다.

단속과 복구 명령, 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현장 작업

지자체는 불법 성토 현장에 농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으며, 형사고발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처벌과 행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멈추지 않는다. 농지 복구와 환경 피해 방지, 법적 책임 등에 대한 실질적 접점이 마련되지 않아, 문제의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부동산 개발, 환경 관리 사이 ‘상생의 조건’ 모색해야 할 때

이번 부산 범일동 갯벌 흙 성토 이슈는 단순 시공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아파트 개발과 환경·농업·주거·행정이 맞물린 복합적 갈등 구조다. 갯벌 토사의 농경지 유입, 염분 피해, 허가 없는 작업, 책임 회피까지—모두가 건설과 환경 사이 균형 잡힌 해법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과제다. 지속 가능한 개발과 법적·환경적 책임, 그리고 시민의 안전까지 다같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아파트를 짓는 부산의 현장, 그 아래 깔린 흙 한 줌에서도 대한민국 도시 환경의 미래, 책임, 그리고 상생의 조건을 다시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