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어떻게 늑대가 강변 버드나무를 살렸을까?
재야생화(在野生化 Rewilding)는 훼손된 서식지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해 생태계에서 사라진 일부 종을 복원하는 활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복원 프로젝트(1995년)는 성공적인 '재야생화, 리와일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사라지자 엘크와 코요테 같은 피식자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로 인해 식생이 과도하게 뜯기는 등 생태계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졌다. 늑대 재도입후 엘크 개체수가 안정되고, 강변 버드나무와 사시나무 등 강이나 호수 주변 식생이 확실히 회복됐다. 댐을 지을 나무가 부족했던 비버를 비롯해 독수리, 오소리, 여우 등 다른 동물들도 속속 돌아왔다. 이러한 복원 과정은 생태계의 '먹이 피라미드', '먹이 그물' 내에서 사라졌던 계단 또는 단계를 재구축한다는 의미로, '영양 단계 재야생화'(Trophic Cascade Rewilding)라고 한다.
본래 자연은 수평적인 위계 질서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태계를 '수직적인' 먹이 피라미드로 이해를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수평적인' 먹이 그물에 더 가까운 것이 생태계의 본 모습이라 본다. 특히 그물도 한 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층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태계 분석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수평적 위계질서의 참 의미는 다양성
생태계가 그물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같은 그물 내에서는 종의 상호 밀접성이 높지만 다른 단계에 있는 종도 먹이 그물 내에서는 '간접적인' 형태로 연관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각각의 동식물은 그 생태계의 어느 한 부분에서 수직적이고 또 수평적인 자신만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만일 수직의 위계 질서가 깨어지는 환경 변화가 오면 먹이 그물은 언제든지 변한다. 하나의 개체군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다른 여러 개의 개체군이 영향을 받아 생태계에 변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 변화는 복잡계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생태계는 과거의 수직적인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라 수직과 수평이 혼합된 구조로 이해되는 것이다.
옐로스톤 사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종의 재도입이 어떻게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촉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늑대와 같은 핵심 종의 전략적 재도입은 직접적으로 영양 단계 재야생화를 유발했다. 이는 먹이 그물이 더욱 정교해지고, 복잡해지고, 촘촘해지고, 풍부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결정적으로 먹이 그물이 수직과 수평 양 방향으로 모두 확장되고, 단계의 수도 늘어나며, 매 단계마다 종간 복잡성의 기회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수직적 확장과 수평적 확장의 의미
단계 재야생화 사례를 바탕으로 생태계 내 종의 수직적 확장은 먹이 그물 내 영양 단계 또는 단계 수가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최상위 포식자를 재도입하여 먹이 사슬을 완성하는 것과 같이 생태계 구조에 새로운 기능적 층을 복원하거나 추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먹이 그물의 전반적인 복잡성과 기능적인 완전성을 심화시킨다.
반면 종의 수평적 확장은 각 기존 단계 내에서 또는 먹이 그물의 주어진 단계에서 관계, 상호작용 또는 종 개체군의 다양성과 수의 증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옐로스톤에서 강변 식생의 회복은 더 넓은 범위의 종들(비버, 독수리 등)이 복원된 서식지를 이용하고 상호작용하도록 이끌었다. 이는 생태계 내의 복잡성과 중복성을 확장을 시켰다는 의미이다.
수직적 및 수평적 확장이라는 결합된 효과는 더욱 정교하고, 복잡하며, 촘촘하고, 풍부한 먹이 그물을 형성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복잡성과 상호 연결성의 증가로 생태계는 전반적인 회복탄력성과 교란에 대한 안정성도 높아진다. 즉 생태계가 위기 상황에서도 빠른 회복력과 안정성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크기나 수의 증가를 넘어, 시스템의 견고성, 적응성, 그리고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구축하는 데에 수직적 및 수평적 확장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먹이그물'로 이해되는 자연생태계
그동안 생태계는 주로 '먹이 피라미드'의 관점에서 이해됐다. 이는 에너지 전달의 엄격하고 위계적인 구조를 암시했다. 그러나 현대 생태학적 분석은 생태계를 복잡한 '먹이 그물'로 파악하고 있다. 단 하나의 개체군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다른 개체군이 영향을 받아 생태계 전체가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은 확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시스템의 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확장 또는 축소는 필연적으로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이는 확장이나 축소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적 효과라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수학을 행렬과 비슷하다. 생태학자들은 생태계의 수직과 수평의 연결 구조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때는 생태계 그물망을 사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인 분석과 모델링을 할 때는 행렬을 활용해 분석한다. 행렬을 보면 하나의 변수가 변하면 이것에 따라 다른 다양한 관계망에 있는 수치들이 변화한다. 마치 그물의 한쪽 끝을 잡고 당기면 그물망 내의 모든 좌표의 위치가 다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개념의 진화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는 고정된 상향식 구조에서 유연하고 상호 연결되며 적응적인 네트워크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자연은 '핵심종', 산업은 '표준화'
이러한 개념적 진화는 산업 가치사슬 논의에서도 동일하게 반영된다. 기존의 수직적인 '가치사슬' 구조에서 수평적으로 계층화가 된 가치사슬로의 변화가 산업 생태계내에서는 발생하고 있다.
'먹이 피라미드'에서 '먹이 그물' 또는 '네트워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생물학적 맥락과 산업적 맥락 모두에서 중심적인 개념이다. 이는 수직적 및 수평적 확장에 대한 이해를 뒷받침하며, 단순한 통합이나 다각화를 넘어 복잡하고 역동적인 생태계적 상호작용을 포괄한다. 이는 자연 시스템이든, 경제 시스템이든 시스템에 요구되는 역동성과 적응성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전략은 종종 수직적으로 통합된 가치사슬 구조를 가정했다. 하지만 현대 경제 활동에서는 수평적으로 계층화가 된 가치사슬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조건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진화는 PC 산업에서 잘 나타났다. 초기에는 기업들이 수직적으로 배치된 독자적인 블록을 구성해 서로의 블록을 통해 경쟁하는 구조였다.
PC산업에서 나타나는 수직수평 '공진화'
기업별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이루는 과정을 배타적으로 구축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애플이다. 애플은 이 구조로 시장을 초기에는 리드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재적인 규칙 즉 PC 표준화를 준수하는 수평적인 구조가 나타나면서 가치사슬이 계층별로 분화되었다. 즉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다. PC 호환기종을 만들 수 있게 되고 이는 특정 시스템 내에서 통합된 구성요소들이 수직적으로 분리된 계층별 또는 부품별로 분포하게 되었다.
변화는 '표준화'라는 수평적 계층화의 근본적인 동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는 자연생태계에서 '핵심종'이 자리잡는 효과와 동일하다. 엘로스톤에서 늑대가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생태계가 복원이 되듯이, PC 산업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재적인 규칙 즉 PC 표준화를 준수하는 수평적인 구조가 나타남에 따라 가치사슬이 계층별로 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표준의 출현과 채택이 이전에 수직적으로 정렬되었던 구조를 수평적으로 특화된 계층으로 분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컴퓨터 산업에서 수평 분업형 모델이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 디지털화에 의한 제품 구조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제품 구성이 복잡하고 부품이나 소재 간 많은 조율이 필요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제조 현장의 섬세한 능력이 중요하여 제조 위탁에 따른 기회비용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제품 구성은 핵심 칩이나 소프트웨어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졌고, 부품 상호 간 결합이 표준화되고 개방화되면서 제조 현장의 1차 진입 장벽이 해체되었다. 이는 제품 아키텍처가 조율형에서 모듈형으로 전환되면서 제조 위탁에 따른 기회비용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둘째, 핵심 부품 및 주요 플랫폼을 시장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오픈 마켓이 활발하게 형성된 덕분이다. CPU, 메모리, 디스플레이 모듈과 같은 핵심 부품의 제조 헤게모니가 전문 부품 기업으로 점차 이전되면서 오픈 마켓이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화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관찰된다. 안드로이드와 같이 뛰어난 운영체제가 염가로 배포되고 있다. 이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측면)를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셋째, 제조 전문 기업의 발달과 브랜드 제조 기업들의 투자 리스크 회피 탓이다. 제조 전문 기업(ODM/EMS)들은 브랜드나 R&D 투자를 최소화하여 간접비를 줄이는 반면,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나 다양한 글로벌 생산지 네트워크 등 제조 그 자체에 최적화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로 플랫폼이 안정화된 대규모의 범용 시장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모듈화와 개방성이 수평적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동인이다.
컴퓨터 산업에서 수평 분업 모델이 부상하는 것은 디지털화, 모듈형 제품 아키텍처, 부품의 오픈 마켓, 전문 제조 기업(EMS, 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 )의 출현과 같은 요인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 현상은 단순하게 컴퓨터 산업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모든 산업영역에서 일어나지만 다만 컴퓨터 산업의 변화속도가 빨라서 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뿐이다.
혁신 생태계에 공동창조, 자원공유 도입해야
산업정책 입안자나 기업 경영자는 이러한 수직 수평의 통합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혁신과 해결 과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다.
첫째, 표준에 대한 이해다. 개방형 표준을 활용하고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산업 생태계 촉진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수직 계열화가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촉진되었다면, 표준화는 수평적 확장에서 거래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직적 지배가 아닌 수평적 조절자 또는 환경 조성자로서의 역할이 보다 중요함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지침 제공, 자원 지원, 전문 R&D 컨설팅, 매칭 서비스, 그리고 중소기업의 정보 비대칭 및 높은 매칭 비용과 같은 시장 실패를 극복하고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로는 전통적인 선형적 가치사슬 사고방식을 넘어, 산업의 다층적이고 상호 연결되며 역동적인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경쟁 우위가 더 이상 내부 통합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태계 내에서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데서 비롯됨을 인지해야 한다.
넷째로는 혁신 생태계 내에서 공동 창조 및 자원 공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집단적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을 가속화하며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특히 지역 산업생태계에서는 기업의 경쟁력보다 오히려 지역의 경쟁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다섯째로는 산업 구조의 역동적이고 진화적인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진화하는 역량, 거래비용, 그리고 환경적 요인에 따라 지속적인 적응, 생태계 내에서의 유연한 역할 수행, 그리고 해체 또는 재통합에 대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 산업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가에 따라 그 성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맥락, 산업적 맥락 모두에서 확장은 단순히 규모의 성장을 넘어,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며 역동적인 환경 조건에 대한 적응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자연 시스템과 산업 시스템은 모두 끊임없이 수직 수평의 '공진화'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산업에서 수직적 및 수평적 확장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은 일회성 선택이 아니어야 한다. 장기적인 성공은 고정된 최적 구조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능력, 그리고 시스템의 수직적 및 수평적 확장에 반응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에 달려 있다. 한국 산업 생태계가 위기에 빠지고 있는 이때 수직 수평의 공진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