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액 월세 100건 시대, 서울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풍경
2025년 상반기, 서울에서 월 1000만원 이상의 초고액 월세 거래가 100건을 돌파하며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초까지 월세 1000만원 이상 계약이 1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6월 거래 신고가 마무리되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초고액 월세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자산가들의 전략적 선택과 부동산 시장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성동·용산구, 초고액 월세의 중심지로 부상
초고액 월세 거래는 서울 전역에 분포하지만, 특히 성동구와 용산구가 그 중심에 있다.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월세 거래를 기록했다. 전용 241㎡ 주택이 보증금 1억원, 월세 4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기존 1위였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는 보증금 5억원, 월세 3700만원에 거래됐으며, 같은 단지에서 3000만원대 월세 계약도 잇따랐다. 용산구 한강로3가 ‘센트럴파크’ 전용 237㎡는 보증금 3억원, 월세 2500만원에,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 역시 보증금 15억원, 월세 2500만원에 세입자를 맞았다. 초고액 월세 상위 10위권 아파트는 성동구와 용산구에 집중돼 있으며, 강남구·서초구 등도 주요 거래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강남·여의도·금천 등 고액 월세 확산…다양한 지역에서 기록 갱신
초고액 월세는 기존의 강남권을 넘어 여의도, 금천, 종로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여의도’ 전용 132㎡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475만원에, 같은 아파트 전용 113㎡는 보증금 2억원, 월세 12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84㎡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0만원에 거래됐고, 종로구 신문로2가 ‘디팰리스’ 전용 118㎡ 역시 보증금 1억원, 월세 1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의 고액 월세 거래도 1400건을 넘어서며, 고가 월세 시장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자산가와 법인, 왜 고액 월세를 선택하나
초고액 월세를 선택하는 주요 수요층은 자산가와 법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보증금에 목돈이 묶이는 비효율성, 고가 주택 다주택 보유 시 세금 부담 회피, 자산 분산 및 유동성 확보, 임직원 체류비 등 법인 비용처리의 용이성 등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고액 월세 계약 중 상당수는 법인 명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며, 개인 자산가 역시 세무조사 부담과 자산관리 전략 차원에서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처럼 월세는 단순한 주거비용을 넘어 자산관리의 수단이 되고 있다.

‘월세화’ 가속…전세보다 월세가 더 빨리 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월세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5년 1~6월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월세 계약은 29만건을 넘어서,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 계약은 16만건으로, 증가율이 6.6%에 그쳤다. 월세가 전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은 63%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전세 사기, 대출 규제, 고금리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월세 선호가 확산되고 있다.

월세 상승세 지속, 임차인 부담 가중
월세 시장의 팽창과 함께 가격 상승세도 뚜렷하다. 서울의 평균 월세는 2025년 기준 약 80만~85만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일부 자치구는 100만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등 주택 유형을 가리지 않고 월세가 오르고 있으며, 특히 신축·고급 주택과 역세권 소형 아파트에서 상승폭이 크다. 전문가들은 월세와 전세 모두 실제 수요가 하방을 지지해 한 번 오른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임차인, 특히 중산층 이하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