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에 띄우는 원전, 전력난의 해답 후보
AI 데이터센터가 폭증시키는 전력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한국이 선택한 카드는 바다 위에서 전기를 만드는 바지선형 소형모듈원자로다. 조선·원전 기술을 결합해 해상 바지선에 원자로 모듈을 탑재하고, 필요 지역 인근 해역에 계류해 바로 송전망에 연결하는 구상이다. 육상 부지의 희소성과 인허가 병목을 피해가면서, 대규모 변전 설비로부터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에도 안정적 기본전력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 뼈대다.

CMSR 파워 바지, 한국형 컨소시엄의 핵심
핵심 레퍼런스로 거론되는 것이 용융염계 소형모듈원자로(CMSR)를 바지선에 탑재하는 ‘파워 바지’ 모델이다. 해양 구조물과 원전 기기의 경계 설계를 일체화하고, 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보조설비를 모듈화해 조선소에서 선행 제작한 뒤 현장에서 단기간 조립·시운전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조선 대형 조립 역량을 가진 조선사가 팀을 이루고, 해외 SMR 기술사와의 설계 표준화로 규제 대응과 수출 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한다. 일정 목표는 시제품 계열을 2020년대 후반 상업 시운전 단계로 올리는 데 맞춰져 있다.

데이터센터와의 최단거리 결합
바지선형 SMR의 장점은 전력의 ‘근접성’이다. 출력 수백 MW급 모듈을 산업단지·해안부지·전용 접안시설과 인접 배치하면 송전 손실과 계통 투자 부담을 줄인다. 부하가 집중되는 AI 팜의 증설 속도에 맞춰 모듈을 추가해 ‘스케일아웃’이 가능하며, 유지보수나 연료 교체 시에는 바지선을 도크로 회수해 정비하고 예비 모듈을 투입하는 운용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다. 계통 안정도를 해치지 않도록 배전망·열회수·담수화 등 코제너레이션 옵션을 붙여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설계도 병행된다.

안전성과 규제, 설계가 답한다
해상 배치라고 해서 안전 기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양 환경 하중(파랑·풍하중·지진·해일)과 선체 안정(복원성·부력), 방사선 방호·격납·피동안전계통 등 원전 규제가 겹쳐 설계는 더 보수적이다. 용융염 노형은 대기압·저온 운전, 연료·냉각재의 일체화로 ‘자연 순환’과 수동 안전 기능을 구현해 상정 사고의 에너지 방출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장점이 있다. 해상 유출·침수·충돌 같은 외부 사건에 대한 수치 모델링과 실증 시험, 이중 격납·이격 기준, 계류·방호 호안 등 해양공학적 대책을 중첩해 위험을 낮춘다.

건설기간·원가, 조선소가 바꾸는 곡선
대형 원전이 현장 타설·시공 중심이었다면, 바지선형 SMR은 ‘공장화’된 제작공정이 핵심이다. 소형 표준 모듈을 조선소에서 병렬 생산해 납기를 단축하고, 반복 학습으로 품질 편차를 줄이면 학습효과에 따른 단가 하락이 가능하다. 선박·해양 플랜트 인증 체계와 원전 품질보증을 교차 적용하는 문서·검수 표준이 정착되면 금융·보험 비용도 안정화된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대형 도크·블록 제작·초대형 운송·해상 설치의 풀스택 역량은 ‘2년대’ 건설 기간 목표의 전제 조건이다.

과장 없이 현실을 앞당기자
이 해법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연료주기, 사용후핵연료 관리, 해상 규제 중첩, 계통 연계 책임, 지역 수용성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전력 피크를 분산하고, 계통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탄소 없는 기본전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서 해상형 SMR은 산업·에너지·조선의 삼각 협업이 만들어낸 가장 구체적 후보군이다. 실증 스케줄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고, 안전 데이터와 운전 이력을 투명하게 축적해 금융·보험·규제의 신뢰를 얻는 것이 상용화의 관문이다.
기술과 규제를 동시에 돌파해 AI 시대의 전력 인프라 패러다임을 한국형 해상 SMR로 선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