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저연차 기자들 "이런 '배움' 거부…박장범 후보·앵커 물러나라"

노지민 기자 2024. 10. 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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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입사한 KBS 기자 25명이 "박장범 앵커는 후보직과 앵커 자리에서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른바 '파우치 앵커'로 불리고 있는 박장범 사장 후보자에 대해선 "대통령 신년 대담에서 박장범 앵커가 던진 질문은 함량 미달이었다. 기사보다 공들여 쓰라고 배운 앵커 멘트는 취재기자가 납득할 수 없는 문장으로 바뀌곤 했다"며 "시청자들에게 'KBS라서', 'KBS니까'라는 말은 전혀 다른 의미로 변하고 있었고, 그 선봉에 박장범 앵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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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를 추모하는 스티커 하나 용인하지 못한 회사, 용산 줄 탄 앵커 사장 도전은 쉽게 용인"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4년 2월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대담 촬영을 위해 대통령실에 방문한 박장범 앵커(오른쪽)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입사한 KBS 기자 25명이 “박장범 앵커는 후보직과 앵커 자리에서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KBS가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하면서 마지막 기수로 남아 있는 50기 기자들이다.

KBS 50기 기자들은 25일 성명을 통해 요즘 현장에서 “KBS를 어떻게 믿고 자료를 주나” “KBS에서 이런 주제는 못 다루지 않냐”고 묻는 취재원들을 접하면서 “보도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답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른바 '파우치 앵커'로 불리고 있는 박장범 사장 후보자에 대해선 “대통령 신년 대담에서 박장범 앵커가 던진 질문은 함량 미달이었다. 기사보다 공들여 쓰라고 배운 앵커 멘트는 취재기자가 납득할 수 없는 문장으로 바뀌곤 했다”며 “시청자들에게 'KBS라서', 'KBS니까'라는 말은 전혀 다른 의미로 변하고 있었고, 그 선봉에 박장범 앵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현직 앵커인 당신이 사장직에 지원하면서 현장 기자들이 땀 흘려 취재한 결과물을 전달하는 '뉴스9 앵커직'이 '사장 지망생' 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라며 “박장범 앵커가 말하는 '중립성'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이 말이 사장이 되면 지금보다 더 용산 입맛에 맞는 보도만 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사를 추모하는 스티커 하나 용인하지 못하던 회사가 용산의 줄을 탄 앵커의 사장 도전은 너무도 쉽게 용인하고 있다. 시청자 눈에 KBS는 치열하게 취재하고 감시하는 언론이 아닌, 치열하게 줄 서고 눈치 보는 언론으로만 비칠까 두렵다”고 했다. 지난 7월 KBS가 현장 중계를 하는 취재기자 노트북에 부착된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을 모자이크로 가린 일에 현 상황을 빗댄 것이다.

▲2024년 7월25일 KBS '뉴스9' 화면 중 취재기자 노트북에 부착된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에 모자이크 된 장면. 사진=KBS '뉴스9' 갈무리

이어 “어느새 뉴스 가치를 따지기보다 데스크 입맛에 맞을지를 먼저 가늠하고 있다. 언론은 소외된 곳을 비춰야 한다고 배웠지만 지금은 그런 보도가 왜 연기되는지 취재원에게 해명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배움은 거부한다. 공영방송의 가치가 훼손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박 앵커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23일 KBS 여권 이사들만 참여한 표결에서 박장범 '뉴스9' 앵커가 차기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된 이래 KBS 기자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KBS기자협회, 45기 촬영·취재기자 43명에 이어 가장 낮은 연차의 기자들 성명이 나온 가운데, 이후로도 기자들의 성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장범 앵커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조그마한 파우치”를 누군가 두고 간 일로 표현해 '파우치 앵커'라 비판 받고 있다. 앞선 면접에서 박 앵커는 “수입 사치품을 왜 명품이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주장해 사안을 축소한 본질을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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