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간 전북문학관 지키던 조경수 하루아침에 '싹둑'

하루 아침에 잘려 나간 수십 그루 나무 인근 주민들 "치유 줬는데⋯ 너무 안타깝다"
전북도"전북문학예술인화관 설계 목적 맞지 않아 층계 제거 위해 어쩔수 없어"
15일 전북문학관 내부의 조경수가 전북문학예술인화관(구 전북문학관) 건립 공사로 인해 잘리고 있다. 전현아 기자.
“50년 동안 시민에게 치유와 휴식을 줬던 조경수들이 한순간 만에 잘려나가 너무 아깝고 안타깝네요.”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위치한 전북문학관 내부에 심어졌던, 40여 그루의 조경수 중 30여 그루의 나무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르면 오는 2025년 12월 개관될 전북문학예술인화관(구 전북문학관) 건립 공사가 이유다. 주민들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를 주던 나무들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15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건물이 건립된 1980년대부터 약 5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조경수의 수령(樹齡)은 평균 50년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40여 그루를 채운 나무의 종류 역시 소나무, 단풍나무, 목련, 살구나무, 감나무 등 다양했다.

이처럼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던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문학관을 찾는 방문객과 주민에게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며,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전북문학관 건물을 철거하고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을 건립하겠다는 전북자치도의 계획에 따라 조경수는 공사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하며, 벌목의 대상이 됐다.

이날 오전에 찾은 전북문학관 공사 현장 일대는 전기톱 소리로 가득 차는 등 조경수를 자르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설치된 철제 울타리 속 상당수 나무의 밑동과 가지가 잘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의 주인 A 씨는 과거 이 공간을 ‘시민들이 즐겨 찾던 산책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A 씨는 “전북문학관 건물을 자주 찾진 않았지만, 수목이 우거져 방문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치유를 전한 전북문학관 마당은 즐겨 찾아 산책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벌목이 아닌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잘려 나간 가지들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자치도는 이번 벌목 사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건물보다 높은 부지에 세워진 전북문학관과 주변 건물의 높이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위해 나무 제거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전북문학관은 당초 도지사관사를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로, 인근 다른 건축물보다 높은 부지에 나무와 건물이 세워졌다”며 “과거 이 단차는 ‘권위의 상징’을 인식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전북문학예술인화관의 설계 목적과 맞지 않아 층계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공사 과정 속 문학관 내부에 심어진 나무는 100% 제거될 예정이었지만, 최대한 보존할 방안을 꾀해 40그루 중 10그루는 기증과 옮겨심기를 통해 보존할 예정이다”고 “이 밖의 나머지 30그루의 나무는 크기와 모양 등의 이유로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안타까지만 벌목을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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