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큼 멍청하다” 혹평 들은 영부인은 누구[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대통령한테 떼쓴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으로 보는 영부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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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My Perspective. The Truth.” (내 이야기, 내 관점, 진실) |
내용은 산만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회고록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관점이나 진실을 알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의 단골 주제인 백악관 꾸미기에 관한 내용은 두 단락이 전부입니다. ‘college-application essay’(대입용 자기소개서) 같다는 굴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들로 채워졌지만, 깊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재미도 교훈도 부족하다 보니 퍼스트레이디 자서전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은 퇴임 후 회고록을 쓰는 전통이 있습니다. 퇴임 후 삶이 회고록 집필에 에너지를 쏟을 만큼 평탄하다는 의미입니다. 영부인 회고록은 대통령 회고록보다 인기가 높습니다. 딱딱한 대통령 회고록과 달리 권력 주변에서 벌어지는 뒷얘기를 관찰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전해주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고 메시지 전달로 확실합니다. 화제가 됐던 퍼스트레이디 회고록을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
Why won’t you listen to me?”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
인사 관여. 회고록에서 화제가 된 한마디입니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해고하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레이건 대통령 앞에서 울면서 호소한 말입니다. 상대방을 다그칠 때 “why won’t you”로 시작합니다. 사치가 심하다는 지적도 반박했습니다. 20만 달러(2억 7000만 원)를 들여 멀쩡한 백악관 그릇 세트를 싹 바꿨을 때 언론은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White House New China Policy.’ 새로운 중국 정책이 아니라 그릇 정책을 말합니다 ‘china’는 ‘본차이나 그릇’을 말합니다. 낸시 여사는 백악관을 최고급으로 꾸미는 것이야말로 전통을 지키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I expected to be applauded”(박수받을 줄 알았다). 정치 간섭, 사치 논란 등 세간의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박수에는 ‘applaud’(어플러드)와 ‘clap’(클랩)이 있습니다. ‘applaud’는 축하하는 박수를 말합니다. ‘clap’은 그냥 손바닥을 짝짝 마주치는 행위입니다. 남편은 사랑받는 리더였지만 낸시 여사는 존경받지 못하는 퍼스트레이디로 남았습니다.
It is a guilt I will carry for the rest of my life.” (내가 평생 지고 갈 죄책감이다) |
로라 여사의 참회입니다. 감정을 지고 간다고 할 때 ‘carry’를 씁니다. 미국인들은 이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사건을 축소하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한 점을 높이 샀습니다.
회고록은 아마존이 주관하는 굿리즈 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굿리즈 상은 추천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Nobody is perfect. The first lady is no exception. This book shows that what makes a good person is the courage to accept his/her own mistakes.”(누구나 잘못을 한다. 퍼스트레이디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Personally and professionally I’ve come through so many highs and lows.”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많은 영광과 좌절을 거쳐왔다) |
제목은 ‘Something Lost, Something Gained’(어떤 것은 잃고, 어떤 것은 얻고). 앞서 나온 3권 ‘Living History’(2003), ‘Hard Choices’(2014), ‘What Happened’(2017)는 대권 도전을 전후해서 쓴 책들이라 정치적 주장이 많았던 반면 이번 책은 77세 인생을 되돌아본 진짜 회고록다운 회고록입니다. 1960년대 포크 여가수 조니 미첼의 명곡 ‘Both Sides Now’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미첼의 노래 가사와 비교해 되돌아봤습니다. 제목에서 ‘lost’(잃은 것)를 ‘gained’(얻은 것)보다 앞에 놓을 정도로 겸손해졌습니다.
회고록 전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come through’는 장애물을 넘어 목표 지점까지 왔을 때 씁니다. 남편과 함께 아침마다 푸는 낱말 퍼즐 게임, 손주와 보내는 시간, 대학교수로서 새로운 인생 등 일상의 소중함이 주요 내용입니다. 힐러리 특유의 도전정신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유로워진 힐러리도 나름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
명언의 품격
레이디버드 여사의 ‘A White House Diary’(백악관 일기)는 기록형 회고록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비화를 공개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출판사의 전문적인 ‘코치’를 받으며 썼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은 회고록입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만큼 대중의 관심을 끄는 사건은 없습니다. 800페이지 분량으로 역대 퍼스트레이디 회고록 중에서 가장 두껍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당시 부통령 부인 자격으로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전후 상황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내용입니다. 첫 문장입니다.
It all began so beautifully.” (모든 것은 아름답게 시작됐다) |
에어포스원에서 재클린 여사가 피 묻은 옷을 입고 존슨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지켜보던 순간 나눈 대화 내용도 레이디버드 여사 회고록을 통해 처음 밝혀졌습니다. 옷을 갈아입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거절하며 재클린 여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 want them to see what they have done to Jack”(잭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똑똑히 봐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 살배기 케네디 주니어가 아버지 관을 향해 경례하는 이미지로 유명한 장례식 장면은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The feeling persisted that I was moving, step by step, through a Greek tragedy.”(마치 그리스 비극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기분이었다)
레이디버드 여사 회고록은 케네디 암살에 관한 정부 보고서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회고록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일찍부터 집필을 시작한 결과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저녁 7시가 되면 백악관 자신의 방 앞에 이런 팻말을 걸고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I Want to Be Alone.’(방해하지 말아줘)
실전 보케 360
21세의 이사벨 모리스 씨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Z세대입니다. 남편과 두 살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입니다. 계속 오르는 집세와 육아 비용을 남편 수입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녀는 힘든 경제 상황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We’re barely scraping by.” (우리는 근근이 살아간다) |
더 중요한 의미 비교. ‘scrape’는 ‘긁다’ ‘긁어모으다’입니다. 살짝 베이거나 긁힌 상처를 ‘small cuts and scrapes’라고 합니다. ‘scrape by’는 ‘scrape’(긁다)와 ‘by’(근처)가 결합해 ‘근처에서 긁어모으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아야 할 정도로 돈이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scrap’은 ‘조각’을 말합니다. 고철 조각을 ‘scrap metal’이라고 합니다. 동사로 쓸 때는 ‘던지다’ ‘폐기하다’라는 뜻입니다. “The project has been scrapped.” 프로젝트가 폐기됐다는 뜻입니다.
흔히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다’라고 합니다. ‘scrape’와 ‘scrap’ 중에 어느 것이 맞을까요. ‘scrape’입니다. 필요한 기사를 긁어모은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web scraping’이라고 합니다.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다’라는 것은 콩글리쉬입니다. ‘scrape news articles’이 됩니다.
이런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30일 소개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로즈가든 재단장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멜라니아 여사가 모처럼 의욕적으로 로즈가든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로즈가든은 대통령 기자회견이 자주 열리는 백악관의 얼굴 같은 정원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팔을 걷어붙이고 대대적으로 로즈가든을 뜯어고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찬반양론이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2020년 8월 31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831/102713265/1
She is as clueless and classless as her husband.” (그녀는 남편만큼 멍청하고 수준 없다) |
That’s like saying, ‘I like chocolate and you like vanilla.’” (그건 마치 ‘나는 초콜릿이 좋고, 너는 바닐라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
In reality, the renovation is long overdue.” (사실 지금이라도 리모델링을 해서 다행이다)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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