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 사찰로 이어지는 길
속리산 오리숲길과 법주사를 함께 걷다

겨울의 속리산은 화려함 대신 정갈함이 돋보이는 계절입니다. 잎을 내려놓은 나무 사이로 숲의 구조가 또렷해지고, 길이 품고 있던 시간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충북 보은에 자리한 속리산 오리숲길은 바로 이런 겨울에 걷기 좋은 산책로 입니다. 사내리 입구에서 용미리 폭포를 지나 법주사까지 이어지는 약 5리, 2km의 숲길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찰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으로 완성돼 있습니다.
사내리에서 시작되는 오리숲길의 배경

사내리 입구에서 법주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길 양편에 소나무와 까치박달나무, 서어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던 숲길이 었습니다.
수달과 하늘다람쥐가 살던 생태의 보고로, 속리산을 대표하던 절경 중 하나로 꼽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옛길을 따라 숲과 공원을 조성하며 ‘오리숲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길은 법주사에서 세조길로 이어지는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겨울의 용미리 폭포와 사내리 공간

오리숲길 초입은 속리산 산채비빔밥 거리에서 사내리야영장 방면 골목으로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짧은 산책을 즐기기에는 알맞은 공간입니다. 초입에는 사내리 숙박업의 원조로 알려진 새터주막의 흔적을 알리는 설치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지리지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된 주막으로, 과거 속리산을 오가던 사람들의 쉼터였습니다. 작은 광장과 벤치, 화장실, 조형물이 함께 조성돼 있어 겨울에도 잠시 머물며 쉬어가기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용미리 폭포의 물줄기가 멈춰 있지만, 인공적으로 조성된 폭포 뒤편의 암벽은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켜온 자연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물이 흐르지 않아도 겨울 특유의 고요함이 공간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잡아줍니다.
말티고개 열두 굽이를 닮은 산책로

오리숲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말티고개의 열두 굽이 길을 모티브로 만든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낮은 동산에는 데크길이 놓여 있어 가벼운 오르내림을 즐길 수 있으며, 겨울에는 나뭇잎이 사라져 길의 곡선과 동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중간중간 설치된 조형물과 해설판에는 세조, 법주사, 속리산의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구성이라 천천히 읽으며 걷기에 좋고, 아이들과 함께라면 자연스럽게 역사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적당합니다.
오리숲길의 끝에서 만나는 법주사

오리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법주사 경내로 이어집니다. 법주사는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는 뜻을 지닌 사찰로, 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의신조사가 창건한 이후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이어온 대찰입니다. 조선 중기까지 60여 동의 전각과 70여 개의 암자를 거느릴 만큼 규모가 컸으며, 임진왜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겨울의 법주사는 특히 고요합니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비교적 줄어들면서, 전각 하나하나의 구조와 배치가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국보로 지정된 팔상전은 현존하는 유일한 5층 목탑으로, 겨울 햇살 아래에서 그 웅장함이 더욱 강조됩니다. 쌍사자 석등과 석연지 역시 눈이나 서리가 내려앉은 날에는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겨울에 오리숲길과 법주사가 좋은 이유

겨울에는 숲이 비워져 길과 이야기가 더 잘 보입니다. 여름처럼 짙은 녹음은 없지만, 대신 숲길의 윤곽과 사찰로 이어지는 흐름이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오리숲길을 걸으며 사내리의 역사와 속리산의 옛 모습을 떠올리고, 그 끝에서 법주사의 천년 시간을 만나는 경험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도 길이 평탄해 겨울에도 미끄럽지 않게 걷기 좋은 점이 장점입니다.
속리산 오리숲길·법주사 기본 정보

위치: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343 일대
구간: 사내리 입구 → 용미리 폭포 → 법주사
길이: 약 2km(5리)
소요 시간: 약 30~50분
난이도: 초급(산책형)
이용 요금: 무료
주차: 인근 노상 주차 가능
겨울의 속리산 오리숲길은 짧지만 밀도가 높은 길입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법주사의 경내로 이어지고, 자연과 문화유산이 한 호흡으로 연결됩니다. 겨울 산책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오리숲길과 법주사를 한 코스로 천천히 걸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