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 지난 2년간 골프 시장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과도하게 성장했기에 이제 정상화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골프 산업 자체가 불황이라는 것은 분명 좋은 뉴스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장의 성장이 지속되는 제품군이 있습니다. 바로 퍼터입니다.
'제로 토크' 퍼터의 등장
최근 골프 용품, 특히 클럽에서의 화두는 바로 제로 토크(Zero Torque)입니다.
제로 토크는 퍼팅 스트로크 시 퍼터 헤드에 발생하는 비틀림(토크) 현상을 구조적으로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기술을 일컫는데요. 퍼팅 시에 생길 수 있는 클럽 헤드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클럽의 무게 배분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클럽에 비해서 짧은 거리를 보내는 클럽이지만, 아주 약간의 오차만으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퍼터의 움직임을 최소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골퍼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퍼터 하나 바꾼다고 해서 갑자기 싱글 핸디캡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골퍼들에게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 제로 퍼터의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요소가 될 텐데요. 퍼터라는 클럽의 역사를 살펴보면, 제로 토크 퍼터만큼이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신기술 그리고 신제품이 있었습니다.

사용금지까지 이르렀던 퍼터 - 스케넥터디 퍼터
골프는 장비로 인해 너무 큰 이득을 얻는 것이 금지되어 온 대표적인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이득을 주는 장비에 대해서는 제한이 가해지기도 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스케넥터디 퍼터입니다. 발음조차 어려운 이 단어는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이 살았던 곳의 지명입니다.
1903년, 미국의 아마추어 골퍼이자 엔지니어였던 아서 프랭클린 나이트는 당시 보편적이던 블레이드형 퍼터, 특히 힐 쪽에 샤프트가 꽂혀 있던 퍼터의 성능에 한계를 느꼈고, 중앙에 샤프트가 꽂힌 말렛 형태의 새로운 퍼터를 고안해 냈습니다.
1904년 월터 트래비스가 이 퍼터로 브리티시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최초로 미국인 우승을 차지하자, 영국 골프계는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고, 전통적 퍼터와 확연히 다른 디자인이 과도한 이점을 준다고 여긴 R&A는 곧바로 센터 샤프트 퍼터를 금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규제는 1950년대 초가 되어서야 해소가 되었는데요. 거의 반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이 금지 규정이 풀리자마자, 많은 제조사들이 이 설계의 퍼터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말렛형 퍼터가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말렛형 퍼터는 조금 두꺼운 블레이드 형태로 띠고 있어서, 지금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전통적인 퍼터의 모양을 벗어난 제품으로 인해 골프 용품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앤서' 퍼터의 등장
우리가 퍼터의 모양이라고 인지하는 친숙한 형태, 특히 블레이드 형태의 퍼터는 1960년대 이후에 그 디자인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앤서 퍼터의 등장입니다.
클럽 헤드의 토우와 힐 쪽에 무게를 배분하고, 샤프트와 클럽 헤드가 닿는 위치를 바꿔주면서 퍼터의 직진성을 혁신적으로 향상한 모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언으로 본다면 일종의 캐비티 백 (Cavity Back)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퍼터를 개발한 사람이 바로 카르스텐 솔하임인데요, 우리가 아는 'Ping' 브랜드의 창업자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퍼터의 이름과 관련된 것인데요. 'Anser'라는 모델 명은 퍼터의 '답'을 찾았다는 의미의 'Answer'에서 기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은 이 퍼터 이후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했으니, 퍼터의 '답'과 같은 모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죠.
'인서트' 기술과 얼라인먼트 기술의 발전
보통 클럽 페이스 하면 드라이버의 티타늄 혹은 아이언의 일반적인 금속 클럽 페이스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퍼터는 반드시 금속 재질의 페이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 인서트(Insert)' 페이스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Face Insert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이는 금속으로 일체 제작된 기존 퍼터와 달리 퍼터의 페이스면에 부드러운 합성소재 패드를 삽입하는 새로운 제작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페이스면의 무게를 감소시킬 수 있고, 이 절약된 중량을 헤드 주변으로 재배분함으로써 관성모멘트(MOI)를 높인 것이죠. 특히 임팩트시에 부드러운 타구감을 제공함으로써 퍼터 역사에서는 획기적인 발전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밀링 처리되어 있는 금속성 재질을 선호하는 골퍼도 있지만, 부드러운 타구감과 인서트 재질을 통해 얻게 되는 관용성까지, 페이스 인서트 기술은 지금까지도 계속 활용되고 있는 것이죠.
이 인서트 기술에 있어서 가장 독보적인 퍼터가 바로 캘러웨이가 가진 오디세이 퍼터인데요. 이 퍼터는 이러한 인서트 기술 이외에도 골프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투 볼 퍼터'라고 볼리는 퍼터입니다. '투 볼(Two Ball)이라는 것은 단순한 퍼터의 이름이기보다는, 퍼터에 있어서 '정렬(Alignment)'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하나의 전환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투볼 퍼터의 등장은 이후 퍼터 디자인 트렌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오디세이는 이후로도 거의 모든 퍼터 신제품군에 투 볼 모델을 포함시킬 만큼 이 콘셉트를 확장시켰고 다른 회사들 역시 이를 본떠 상단에 하나 혹은 세 개의 원, 사각형, 화살표, 색상 라인 등 다양한 정렬 보조 패턴을 넣은 대형 말렛 퍼터들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최근의 제로 토크 퍼터만큼이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0년대: 긴 퍼터 열풍과 ‘앵커링’ 퍼팅 규제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골퍼들 사이에 일명 ‘롱 퍼터’나 가슴에 끝을 붙이는 ‘벨리 퍼터’를 사용하여 퍼팅 스트로크 시 클럽을 몸에 고정(anchor)시키는 독특한 기법이 유행했습니다.
이러한 앵커링 퍼팅은 손목 힘을 배제해 일관성을 높이고 긴장감을 완화하는 효과 때문에, 특히 퍼팅 입스(yips)로 고심하던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골프 규제 당국은 퍼터를 몸에 붙여 고정하는 행위가 골프의 전통적 스트로크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2013년 말 R&A와 USGA는 앵커링 스트로크를 금지하는 규정(규칙 14-1b)을 발표했고,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1월 1일부로 공식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스케넥터디 퍼터 이후, 거의 한 세기 만에 중대한 또 하나의 규제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일부 프로 선수들은 퍼터 길이를 줄이고 앵커링 없이 스트로크 하는 방법으로 회귀하거나, 카운터밸런스 퍼터나 팔에 붙여 고정하는 암락(arm-lock) 퍼터 등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퍼터 분야의 기술 발전이 때로는 골프 규칙과 골프의 고유 정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준 또 하나의 사례가 된 것이죠.
현재 제로 토크의 열풍이 앞으로 몇십 년 이후에 어떻게 기록 혹은 기억이 될지 모르겠지만, 골프 장비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주요 사건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혁신적인 기술의 퍼터가 나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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