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사는 상어 DNA에서 찾은 장수 실마리

문세영 기자 2024. 9. 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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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의 한 종인 '그린란드 상어'는 400년을 산다.

과학자들이 그린란드 상어의 DNA를 분석해 장수 비결의 단서를 찾았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상어의 척수에서 조직 샘플을 채취·분석해 그린란드 상어가 인간보다 약 2배 많은 DNA 염기쌍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상어에서 DNA 복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네트워크 81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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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니츠 노화연구소
그린란드 상어는 400년을 생존하는 장수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제공.

상어의 한 종인 ‘그린란드 상어’는 400년을 산다. 과학자들이 그린란드 상어의 DNA를 분석해 장수 비결의 단서를 찾았다. 

그린란드 상어는 상어하면 떠오르는 날카로운 외형을 갖고 있지 않다. 시력은 거의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며 주둥이는 둥글다. 거칠거칠한 피부 표면에는 기생충이 매달려 있고 헤엄치는 속도는 느린 편이다. 외형은 빈약하지만 장수를 한다는 절대적인 강점이 있다. 

스티브 호프만 독일 라이프니츠 노화연구소 컴퓨터생명공학그룹 리더 연구팀은 그린란드 상어의 게놈(유전체) 지도를 만들어 상어의 장수 비결을 살핀 논문을 출판 전 논문 공개 웹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10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상어의 척수에서 조직 샘플을 채취·분석해 그린란드 상어가 인간보다 약 2배 많은 DNA 염기쌍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람의 DNA 염기쌍 수는 약 30억 개이며 그린란드 상어는 65억 개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염기서열이 분석된 상어 종 중 가장 큰 유전체 규모”라며 “이 정도로 규모가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놈의 3분의2 이상은 ‘전이 인자’ 또는 ‘점핑 유전자’로 알려진 유전자로 구성돼 있었다. 점핑 유전자는 게놈 내에서 위치를 이동할 수 있는 유전자다. 한 유전자에서 다른 유전자로 이동해 삽입된 뒤 복사 및 붙여넣기 메커니즘을 통해 스스로를 복제한다. 

점핑 유전자는 유전자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돌연변이를 유발해 생명체에 질병을 일으키거나 발달을 방해하는 문제 등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점핑 유전자는 기생충과 같다”며 “상어가 점핑 유전자와 같은 유해 유전자를 가지고도 오래 살 수 있다는 점에 궁금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상어에서 DNA 복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네트워크 81개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상어가 점핑 유전자 시스템을 이용해 DNA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병원이나 의약품과 같은 의료 서비스 없이 야생에서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복구 유전자 복제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손상된 DNA 복구에 관여하는 복제 유전자 네트워크 등 장수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초기 통찰력을 제시했다. 이는 질병 예방 및 치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높이고 질병 치료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자료>
doi.org/10.1101/2024.09.09.611499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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