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안 좋은데, 이동수단은 필요하다면… "경차는 어떠세요?"

끝이 보이지 않는 고물가와 고금리, 여기에 휘발유와 디젤 가격까지 다시 오름세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의 무게'는 갈수록 더 무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이나 생계, 자녀 등교 등 일상 속 이동은 결코 줄일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처음 사는 사람은 물론, 세컨드카나 업무용 차량을 고민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경차가 다시금 '실속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경차는 오랫동안 '작고 약한 차', 혹은 '운전 연습용' 등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인 대우 티코가 등장한 1990년대 초반부터, 티코의 크기나 성능을 조롱거리로 삼는 대중문화가 존재했으며, 이런 사회적 시선은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를 '자산'이 아니라 '필수 수단'으로 보는 흐름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고, 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비용 효율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도심주행 스트레스가 뚝... 주차, 운전, 골목길에 강하다!
경차는 그 크기 자체가 장점이다. 차체 폭 1.6m 미만, 전장 3.6m 이내라는 법적 규격에 맞춰 설계되는 경차는, 기본적으로 대부분 해치백 형태를 취한다. 그 결과 운전이 쉽고 시야 확보도 용이해 초보자뿐 아니라 도심지 운전이 많은 운전자에게도 유리하다. 특히 구도심의 비좁은 골목길이나 오래된 건물의 협소한 주차장에 접근할 때, 경차의 작고 민첩한 체격은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따로 마련된 곳도 많아, 주차난을 걱정할 필요가 크게 줄어든 것도 현실이다. 이는 좁은 공간에서의 운행 스트레스를 줄이고, 도심 주행의 피로도를 덜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유지비 부담은 최소, 총소유비용(TCO)에서 강점
자동차는 구입 이후의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 엔진오일 교환부터 타이어, 브레이크, 벨트류 등 각종 소모품 교환비까지 고려하면, 차를 굴리는 데 드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다. 이 점에서 경차는 확실한 장점을 지닌다. 가장 작은 배기량의 엔진을 사용하고, 가격대에 맞춘 간단한 구조의 부품을 사용하는 만큼 정비 비용이 저렴하다. 예컨대 쉐보레 스파크(2016~2022)의 경우, 공식 서비스센터에서의 엔진오일 교체 비용은 5만 원대에 불과하며, 일반적인 준중형차 대비 브레이크액, 팬벨트 교환 비용도 더 저렴하다. 타이어 교환 비용도 마찬가지다. 일반 중형차가 17~18인치 타이어를 쓰는 데 반해, 경차는 14~15인치 소형 타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교체 비용이 수십 퍼센트 차이 난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장기적으로 차량 운용에 드는 총소유비용(TCO)을 눈에 띄게 줄여주는 것이다.

유류세 환급부터 통행료 할인까지, 다양한 세제 혜택
정부는 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실질 혜택은 '경차사랑 카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유류세 환급이다. 단, 이 혜택은 1가구 1경차 조건을 만족해야만 적용되며, 연간 30만 원 한도 내에서 휘발유 리터당 250원, LPG는 리터당 160.82원의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자동차세는 배기량 1cc당 8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취득세 및 등록세 면제, 개별소비세 감면, 도시철도채권 매입 면제 등도 혜택으로 제공된다. 단순히 구매 시의 할인뿐만 아니라, 운용 전반에 걸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은 경차만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고속도로 통행료·주차비 50% 할인, 실질적인 체감 효과 커
경차는 각종 인프라 비용에서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는 경차일 경우 50%가 할인되며, 이는 민자도로를 포함한 거의 모든 유료도로에 적용된다. 최근 들어 민자도로의 통행료가 갈수록 인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 할인 혜택은 장거리 운전자에게는 분명한 체감 효과가 있다. 공영주차장에서도 50%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지하철 환승 주차장의 경우에는 8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주차비가 높은 서울·수도권에서 경차를 운행할 경우, 이로 인한 금전적 절감 효과는 결코 작지 않으며, 심지어 혼잡통행료도 50% 감면된다.

대기환경 규제에서도 예외… 정책적으로도 유리
경차는 친환경차는 아니지만, 정책적 차원에서 여러 환경 규제에서 예외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차량 10부제나 요일제 대상에서 경차는 기본적으로 제외되며, 미세먼지 고농도 계절의 비상저감조치 시에도 차량 2부제가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이는 운행 시간이나 이동의 자유를 제약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혜택으로 작용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 중고차 가격 방어에 유리
차량을 구매할 때는 구입 시 가격뿐 아니라, 되팔 때의 가치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경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해 감가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이는 곧 '가격 방어가 잘 되는 차종'이라는 뜻이다. 특히 사회초년생, 고령 운전자, 소상공인 영업용 등 다양한 수요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관계없이 중고차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수요가 유지된다. 즉, 불가피하게 차량을 처분해야 할 때에도 감가 손실이 적은 경차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불황기일수록 빛나는 '합리적 선택'
경차는 분명 완벽한 차량은 아니다. 작은 차체는 물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충돌 안전성과 동력 성능에서도 상위 차급 대비 제약이 있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이 빠르게 위축되고, 합리적인 소비가 중시되는 현재와 같은 시점에서, 경차는 실용성과 경제성, 기동성을 갖춘 '현실적인 선택지'다. 흔히 '단군이래 최대 국난'이라 일컬어지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동안 시장에서 '멸시'에 가까운 홀대를 받았던 경차가 크게 각광을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자동차는 더 이상 '자산', 내지 '사치품'이 아닌, 이동을 위한 도구이자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가성비'와 '총비용'을 따질 수밖에 없는 시대. 작은 차체 안에 실속을 가득 채운 경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