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도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면, 올해는 미래에셋컨설팅이 키맨을 맡은 양상이다.
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30일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같은달 23일부터 29일까지 5차례에 걸쳐 11만7503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미래에셋컨설팅이 보유한 미래에셋생명의 주식은 총 783만6795주가 됐다. 이는 전체 유통주식수의 6.01%에 해당한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의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입은 2년 전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3년에는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578만주, 663만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4.43%p, 5.08%p 높였다. 이어 지난해는 미래에셋컨설팅이 593만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2년 사이에 미래에셋컨설팅은 0.71%에서 6.01%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47%에서 21.45%로 지분이 증가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은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증권과 2대 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을 포함해 계열사 보유 지분이 78.47%까지 증가한 상태다.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0.25%를 더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소유 주식 수가 유통 주식의 78.72%에 달한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자사주 보통주를 매입하며 지분을 높였다. 이어 고비용 자본구조 해소를 명목으로 2021년 6월 우선주 2112만6760주를 취득했다. 우선주의 경우 지금까지 발행한 주식의 전량이 미래에셋생명 보유분으로 유통되는 주식은 없다. 미래에셋생명이 보유한 자사주 보유비율은 보통주 26.29%와 우선주 전량을 포함해 34.15%에 달한다.
2021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미래에셋생명의 자사주 매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 기간에 계열사에서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는 중이다. 이에 2021년에는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비율이 64.20%였으나 5년 사이에 거의 15%p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전개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그룹으로 완전 편입을 위한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자진상폐는 최대주주 등이 지분율 95% 이상이면 실현할 수 있다. 다만 미래에셋생명 측은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해 차익실현을 하기 위한 것이지 자진상폐를 목적으로 매입하지는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증권가에서는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으면 자산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여긴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PBR은 1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0.27배에 불과하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자기주식 보유를 늘리는데는 주가부양 외에 주가 변동성 완화와 급격한 금리변동에 대비할 목적도 있다"며 "금리변동에 따라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의 변동폭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등의 전략적 선택으로 자본건전성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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