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보호한다더니 대주주만 출구?… 의무공개매수안에 운용사들 반발

김지영 2026. 9. 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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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의 처리 보류를 촉구했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50%를 넘는 경우에는 일반주주에게 공개매수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지적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비례적 공개매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함께 공개매수에 응모하고 같은 비율로 주식을 파는 방식이다.

새로운 지배주주 아래에서 투자를 이어가려는 일반주주의 선택권에 대해서는 "공개매수에 응모하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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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주’ 유지하되 지배주주 선행매수 배제 촉구
이창환 "최소 매수 기준일 뿐… 100% 공개매수도 협상 가능"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30일 열린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지영 기자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의 처리 보류를 촉구했다. 지배주주는 보유 지분을 먼저 모두 팔고 나갈 수 있지만 일반주주는 일부만 매각하거나 매도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다. 운용사들은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모든 주주에게 같은 가격과 비율로 매도 기회를 주는 '비례적 공개매수' 방식으로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개 운용사는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긴급 공동성명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정무위원회안에 대한 재논의를 요구했다.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일반주주 보호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용사들이 문제 삼는 것은 선행매수와 부분 공개매수를 함께 허용하는 구조다.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우선 매수한 뒤 '50%+1주' 확보에 부족한 물량만 일반주주에게서 사들이면, 같은 매수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팔 수 있는 비율은 달라진다.

가령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회사라면 인수자는 이 지분을 모두 사들인 뒤 일반주주에게서 약 10%만 추가로 매수하면 된다. 일반주주는 전체 지분의 60%를 보유하고도 그중 일부만 팔 수 있는 셈이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50%를 넘는 경우에는 일반주주에게 공개매수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지적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비례적 공개매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함께 공개매수에 응모하고 같은 비율로 주식을 파는 방식이다. 같은 사례에서 모든 주주가 응모한다면 지배주주에게서 약 20%, 일반주주에게서 약 30%를 매수해 각각 보유 주식의 절반가량을 팔 수 있도록 한다. 인수자가 확보하는 총지분과 주당 매수 가격을 유지하면 매수 대금도 늘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현행안이 일반주주에게 매도 기회를 확대하려는 시장의 흐름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주주 주식까지 전량 매수하는 자발적인 거래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지배주주 선행매수를 허용하면 차등적인 매도 구조를 제도로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이 법은 중단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비례적 공개매수 원칙을 보장한 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원칙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현행안을 도입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비례적 공개매수가 지배주주의 지분 매각을 어렵게 해 인수합병(M&A)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질문도 나왔다. 지배주주 역시 일반주주와 같은 비율로 주식을 팔아야 한다면 일부 지분을 남긴 채 경영권을 넘겨야 할 수 있어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50%+1주는 미니멈"이라며 "지배주주도 다 팔고 싶다고 하면 협상 시 100% 공개매수를 하도록 하면 된다"고 답했다. 최소 매수 기준을 정하는 것이지 그 이상의 매수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모펀드(PE)에서 M&A를 경험한 이 대표는 "기존 지배주주가 지분을 남겨놓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M&A는 클린 엑시트만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수자가 기존 지배주주의 협조를 원하거나 기존 주주가 향후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해 지분 일부를 유지하는 거래도 있다는 취지다. 새로운 지배주주 아래에서 투자를 이어가려는 일반주주의 선택권에 대해서는 "공개매수에 응모하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들이 관리하는 펀드의 투자금 회수 조건도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민국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는 "바로 저희가 원하는 게 그 부분"이라고 답했다. 고객 자산의 회수 조건을 개선하는 것 역시 운용사의 수탁자 책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에 대한 책임, 맡은 부분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도 일반주주 보호를 자본시장의 기본 인프라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배권 거래에서 주주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문제는 운용사 고객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의 재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운용사들은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법안 처리를 서두르기보다 공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마음이 조급하다. 당장 내일이기 때문"이라며 "다시 새로 법을 만들 때는 몇 년이 걸리기에 절박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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