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볼품 없다고요? '몰라서' 그래요" 괴산 명품 단풍 트레킹 코스

-쌍곡구곡(雙谷九曲) 괴산 명소
-퇴계 이황, 송강 정철도 사랑한 곳

가을이면 괴산의 산자락이 붉게 물든다. 그중에서도 쌍곡구곡(雙谷九曲)은 단풍 여행자들 사이에서 ‘충북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곳이다. 길이 약 10.5km, 굽이굽이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호롱소·쌍벽·용소·쌍곡폭포·선녀탕 등 아홉 굽이를 지나며 한 폭의 동양화를 걷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길은 평범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 등 수많은 문인들이 풍류를 즐기며 자연의 이치를 노래하던 역사와 시의 길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 절벽 위로 기묘하게 자란 노송 한 그루, 그 곁을 따라 걷는 이들에게 쌍곡구곡은 말없이 계절의 정수를 들려준다.

이번엔 조선 선비들이 사랑한 풍경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자. 단풍이 흐르는 괴산의 구곡길, 그곳엔 오늘도 시간보다 느린 가을이 머문다.

호롱소·소금강
-첫 굽이에서 만나는 풍류의 시작

쌍곡구곡 /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쌍곡구곡의 여정은 ‘호롱소’에서 시작된다. 90도 커브로 휘어진 계곡물과 잔잔한 소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거울처럼 고요하다. 절벽 위 바위가 호롱불 모양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계절마다 빛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든다.

1.1km를 더 오르면 ‘소금강’이 기다린다. 마치 금강산의 한 조각을 옮겨놓은 듯한 절경 덕에 붙은 이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능선의 색이 달라져, 가을엔 불타는 듯한 단풍이 계곡물에 비쳐 또 하나의 금강을 만든다. 517번 지방도 옆에 자리해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병암·문수암
-전설이 깃든 바위의 길

쌍곡구곡의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떡바위’로 불리는 병암은 이름부터 정겹다. 기근의 시절, 이 바위 근처에 살면 먹을 걱정이 없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마을 사람 20여 가구가 이 바위를 중심으로 터를 잡고 살아간다.

바로 옆 문수암은 이름처럼 단단하고도 고요하다. 계곡물과 노송이 함께 어우러져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옛날에는 바위 밑 동굴에 문수보살을 모신 암자가 있었다 하니, 자연과 불심이 만난 자리가 바로 이곳이다.

쌍벽·용소
-계곡이 만든 천연 조각

기암괴석의 절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문수암을 지나면 갑자기 풍경이 달라진다. 양쪽 절벽이 평행으로 마주 선 ‘쌍벽’은 계곡의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꼽힌다. 10여 미터 높이의 바위가 5미터 간격을 두고 서 있는 모습은 자연이 만든 대형 미술관 같다. 그 끝에는 전설의 용소가 있다. 예전에는 명주실 한 꾸러미를 풀어도 닿지 않을 만큼 깊었다는 곳.

지금은 퇴적물이 쌓여 수심이 얕아졌지만, 그 깊은 물빛만큼은 여전히 신비롭다.

쌍곡폭포·선녀탕·장암
-비밀스러운 폭포와 선녀의 흔적

쌍곡구곡의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절말에서 살구나무골을 따라 오르면 부드럽게 떨어지는 쌍곡폭포가 나온다. 쌍곡의 전체 풍경이 거칠고 웅장한 데 반해 이 폭포만큼은 유독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가을의 붉은 빛이 폭포수에 비치면 마치 수줍은 얼굴처럼 은근한 매력을 드러낸다.

폭포를 지나 400m쯤 더 오르면 선녀탕이 나오는데, 달밤이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맑은 물이 10m 너비의 소를 이루고, 바람이 불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 제9곡 ‘장암(마당바위)’은 쌍곡구곡의 대미를 장식한다. 계곡 전체가 40m 너비의 반석으로 이루어져 마치 마당처럼 넓다. 조선시대 대표 문인들도 쌍곡의 산수경치를 사랑하여 소요했다고 전해지는 괴산 여행지. 올가을은 괴산에서 고즈넉한 추억을 쌓아보는 건 어떨까?

✔ 정보
위치: 충북 괴산군 칠성면 쌍곡로 245
입장료: 없음
대중교통
동서울 → 괴산 직행(1일 18회, 약 1시간 50분)
괴산 → 칠성·쌍곡 시내버스(1일 4회, 약 30분)
자가용: 중부고속도로 → 증평 IC → 괴산 → 칠성 → 쌍곡
주차: 별도 주차장 없음 (길가 여유 공간 이용 가능)
추천 시기: 10월 말~11월 초 단풍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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