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이무진
Walking in Singapore
아름답고 거대한 도시 정원 풍경부터 알찬 미식의 세계까지. 매 순간 특별했던 뮤지션 이무진의 싱가포르 버스킹 여행기. 탁 트인 싱가포르강에 그의 목소리가 퍼졌을 때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환호했다.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National Gallery Singapore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아트 갤러리. 과거 싱가포르 대법원과 시청으로 쓰였던 쌍둥이 건물이 2015년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로 재탄생되었다.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두 건축물에서는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의 고유 예술 및 문화유산 등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컬렉션을 전시한다.
에메랄드 힐 로드
Emerald Hill Road
역사적인 싱가포르 건축양식의 페라나칸 하우스 밀집 지역.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혼합되어 생성된 싱가포르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도심 한가운데 한적한 거리에서 여유를 만끽하며 산책하기 좋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Gardens by the Bay
마리나 베이 워터 프런트에 위치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장소라 할 수 있다. 101헥타르에 걸쳐 3개의 공간(베이 사우스 가든, 베이 이스트 가든, 베이 센트럴 가든)으로 구성된 녹색의 오아시스에는 60여 종의 3만 2천 개가 넘는 식물이 살고 있다.
마리나 버라지
Marina Barrage
마리나 해협 어귀에 지어진 마리나 버라지는 1만 헥타르에 달하는 다목적 댐으로 평범한 저수지를 넘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레크리에이션 공간이기도 하다. 마리나 베이 샌즈와 싱가포르 플라이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현지인들의 피크닉 장소로도 인기 있다.
에스플러네이드-베이 극장 Esplanade-Theatres on the Bay
다양한 문화와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 펼쳐지는 아트센터, 에스플러네이드-베이 극장을 배경으로 펼쳐진 감성 버스킹 무대. 여행객도 현지인도 하나가 되는 마법 같은 순간.
아티젠 싱가포르
Artyzen Singapore
싱가포르 고유의 문화유산과 보태니컬한 정취를 모던하게 풀어낸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 펜트하우스는 조명과 예술작품, 넓은 거실과 서재, 개인용 짐, 테라스 정원까지 갖추고 있다.
마마 디암
Mama Diam
마마 디암은 한때 싱가포르에 동네마다 한두 개씩 있던 구멍가게를 지칭하는 말이다. 빈티지 진열대 벽장을 밀고 들어가면 모던한 콘셉트의 바가 숨어 있는 스피크이지 바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매일매일 곡 작업을 하고 있어요. 어떤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게 좋을까, 고민해요. 전 컨디션 영향을 잘 받는 편이거든요. 컨디션이 좋을 때 최대한 많이 작업해서 지인들에게 들려주고 반응을 보면서 폐기할 건 폐기하고, 넣어둘 건 넣어두죠. 음악 하며 바쁘게 지내요.
Q 싱가포르 문화와 색채가 가득한 아티젠 싱가포르 호텔에 묵었죠. 어제 잠은 잘 잤어요? 굉장히 자연 친화적이고 예술적인 호텔이라 그런지 첫인상이 강렬했어요. 엘리베이터의 벽화나 호텔에 깔린 러그 등 구석구석 감각적이라 눈이 즐거웠고요. 옆방에 매니저님이 묵었는데, 방음이 너무나 잘 된다는 걸 확인하고는 노래 연습도 실컷 했어요.(웃음)
Q 잠자리가 편했다니 다행이에요. 싱가포르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요. 첫 싱가포르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나요? 해외 스케줄을 이토록 즐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웠어요. 보통 정신없이 일만 하다가 주변을 눈에 담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싱가포르 관광지 곳곳을 둘러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요.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Q ‘이무진’ 유튜브 채널에 이번 싱가포르 여행기가 공개되죠. 꼭 넣고 싶은 장면이 있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궁금해지네요. 호텔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커다란 정원처럼 예쁜데, 그중에서도 가든스 바이 더 베이요! 화보 촬영으로 전망대에 올랐을 때 비현실적으로 우뚝 솟은 슈퍼트리 그로브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가 있었잖아요. 속 시원해지는 멋진 풍경이었어요. 너무 재밌었고요. 유튜브 카메라에도 잘 담겼을 거예요.
Q 친구에게 싱가포르 여행을 추천한다면? 여기서 꼭 이건 해봤으면 좋겠다, 대망의 1위가 있나요? 멀라이언 파크의 싱가포르강 풍경이 아름다웠어요. 시원하게 풍덩 몸을 던져 다이빙하는 상상을 해봤죠. 저도 못했지만 친구도 못할 것 같아요.(웃음) 아! 저녁에 산책하면서 본, 하늘 높이 올라가는 놀이기구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저도 한번 도전해볼까 했다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니 문득 바지에 실수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높이가 무시무시하더라고요. 싱가포르강과 도시 야경이 섞인 풍경을 하늘에서 바라보면 정말 예쁠 거예요.
Q 강심장이면 그 풍경을 즐길 수 있겠죠.(웃음) 싱가포르는 미식의 도시로 유명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를 꼽는다면? 태어나 처음 먹어본 것들이 많았거든요. 걱정했는데 모든 음식이 입에 너무나 잘 맞았어요. 싱가포르 전통 음식 바쿠테, 카야 토스트, 꼬치 요리인 사테, 훠궈도요! ‘싱가포르는 미식의 도시’란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제 인생의 맛의 세계에 새로운 챕터가 열린 기분이에요.
Q 전통 음식은 여행을 풍부하게 해주죠. 맞아요! 첫입에 이건 내공이 다르다고 느꼈어요.(웃음)
Q 여행 좋아해요? 이무진만의 여행 스타일은 어때요? 굉장히 좋아해요. 실행력이 강해서 마음먹으면 곧장 떠나요. 즉흥적이죠. 새벽에 혼자 반포 한강공원을 산책하거나 을왕리 해수욕장에 가서 사람과 바다 구경을 하고 와요.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다가도 누군가 “스키 타고 싶다”는 말을 꺼내면 거리낌 없이 출발해요. 친구들의 결이 다 비슷해서 스키장 얘기가 나오자마자 다들 알고 있죠. 20분 뒤면 우리가 스키장으로 향할 것을요. 즉흥적인 삶에 서로 전염되어 익숙해요.
Q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떠나면 재밌겠어요.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가 많이 벌어지니까.
Q 즉흥적인 ‘이무진스러운’ 여행에서 어떠한 영감을 얻곤 하나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힘을 얻어요. 농담처럼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하거든요. 정말 ‘음악을 그만두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 너무나 좋은 이 삶이 언젠가는 되려 독이 되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도 공존해요.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갑자기 쉬는 연습’과도 같아요. 언젠가 거친 웨이브를 맞이했을 때 쉽게 받아들이는 힘을 기르는 느낌이랄까? 저에게 여행은 마음속에 여유란 바다를 계속해서 키우는 방법이에요.
Q 음악을 쉬는 이무진을 상상하고 싶진 않네요. 음악을 놓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에요. 누구나 슬럼프가 오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럴 때 건강하게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련 없이 내려놓고 잠깐 떠나갔다 다시 돌아올 힘을 충전하고 오는 거죠. 꼭 필요한 연습이라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요. 많은 이들이 ‘이무진’을 떠올리면 자유롭게 버스킹하는 장면을 연상해요. 아일랜드의 어느 카페 앞, 마카오의 에펠탑 앞, 홍콩의 강가, 강남역 한복판 등 음악과 도시 풍경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죠. 이번에 에스플러네이드-베이 극장이 보이는 곳에서 버스킹을 한 소감은요? 싱가포르에서 이무진이 노래하고 있을 거라 상상하긴 어려우셨을 텐데요. 저를 아는 분들도 계셨어요! 실수를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이 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경청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Q 실수가 많았다고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요. 거리이기에 허락된 무대 분위기였어요. 콘서트에서 그런 실수를 했다면 프로가 아니죠 .
Q 버스킹은 공간에 있던 모두가 하나가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더라고요. 히잡을 쓴 소녀가 멀리서부터 “이무진!!” 하고 소리 지르며 달려왔을 때도, 지나가는 아저씨가 “I Love You”라고 외쳐서 모두가 웃었던 일도 예상치 못했으니까요. 버스킹은 정제되지 않은 공연이라 날것이 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생기곤 해요.
Q 관객으로서 버스킹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어요. 당신에게 버스킹의 의미란? 나만의 무기는 무엇일까 짚어볼 때, ‘거리에서 갑작스레 만난 사람들과 나만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버스킹은 제게 뮤지션의 자아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Q 기념비적인 첫 버스킹이 기억나요? 어렸을 적부터 좀 별난 놈이었어요. 음악을 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고등학생 시절, 음악 선생님께서 낙원상가 포장마차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라 하셨죠. 그런데 아무도 노래하는 절 쳐다보지 않는 거예요. 그분들에겐 자신들의 하루를 술잔에 푸는 뜻깊은 시간이었던 거예요. 자만심을 깨닫고 충격받았죠. ‘더 열심히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건강한 의지를 다진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Q 버스킹을 준비하면서, “곡 <신호등>을 부르고 나면 사람들이 일어나는 일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리 잡으면 부르곤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처럼 버스킹 할 때 특히 신경 쓰는 디테일이 있나요? 어느 무대나 노래를 잘하는 것이 1순위예요. 지나가다가 잠시 멈춰서 듣는 공연이기 때문에 뮤지션은 그에 상응하는 여유를 가져야 하죠. 그게 참 어려워요. 전 누구보다 공연을 잘하고 싶으니까요.(웃음) 조급함을 버리는 대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공연하려고 노력해요. 여유가 있어야지 재치도 생기거든요. 너무 편하게 생각하거나 각 잡고 힘을 줘도 과유불급이라 힘 조절이 정말 중요해요.
Q 최근 명품 보컬리스트들이 국내 곳곳에서 버스킹하는 <더 리슨: 너와 함께한 시간>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귀가 호강하는 프로그램이더군요. 남성 솔로 가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서 거리에서 노래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이었어요.
Q 솔로 뮤지션으로서 그룹을 이루는 경험은 어땠어요? 그룹에 대한 로망은 오래됐어요. 먼데이키즈, 울랄라세션, 스윗소로우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제가 또 화성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요. 자꾸 제 자랑을 하는데, (웃음) 프런트맨으로 앞장서는 것만큼 메인 보컬이 빛나게 받쳐주는 것도 자신 있어요. 그래서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정말 재밌었어요.
Q 당신의 노래를 들으면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져요. 화자의 특별한 순간이 마치 내 얘기처럼 대입되죠. 보편적 감성을 이무진스럽게 잘 풀어내요. 아티스트로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나요? 곡을 쓸 때 나만 아는 개인사는 자제해요. 지금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래서 “그의 다음 앨범이 기대돼”란 소리를 들었으면 해요. 훗날에는 100% 제 이야기만으로도 모두의 감정을 이끄는 가수가 되고 싶지만요.
Q KBS K팝 채널 웹예능 <리무진 서비스> 반응이 좋아요. MC로서 초대된 뮤지션의 무대를 이끌죠. 스스로 MC 자질에 대해선 평한다면? 시작하기 전에 음악 프로그램의 역대 MC를 모니터링 했어요. 나만의 방법을 찾고 싶어서요. 유희열 선배님처럼 재치 있거나, 이소라 선배님처럼 잔잔하며 진중하거나, 윤도현 선배님처럼 파워풀해야 하나 고민 많았는데요. 제 장기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음악적인 분석이란 결론을 얻어서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려 해요.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서 많이 늘었지만, 정말 갈 길이 멀어요.
Q 유튜브 댓글에선 훈훈한 이야기만 가득한 점이 흥미로웠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죠. 당신을 가장 신나게 춤추게 하는 칭찬은 무엇인가요? 보컬에 대한 칭찬요. 노력해서 의도한 기술 포인트를 알아봐주시면 너무 기뻐요.(웃음) 근데 사실 댓글을 의도적으로 잘 안 봐요.
Q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일희일비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말엔 해이해지고, 안 좋은 말에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것도 웃기고요.
Q 당신이 경계하는 것이 또 있나요? <싱어게인> 프로그램의 경연이 끝난 뒤 승윤이 형이 제게 이런 말을 해줬어요. “거만해지기 너무 좋은 환경이다”라고요. 그 말이 정신 차리게 해줘요. 연예인이란 환경 속에서 모두가 저를 위해주면 어지러워지기 충분하거든요. 싱가포르 올 때도 비즈니스 좌석의 호사를 누린 것처럼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려고, 교만해지지 않으려 신경 써요. 주변 사람들 멀어지지 않게 살피고요. 제가 인복이 정말 좋아요. 그들이 제가 자칫 들뜨지 않도록 잘 잡아주고 지켜주죠. 주변에서 어느 순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게 될 때, 그걸 가장 경계해요.
Q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따르죠. 이무진의 20대는 찬란해요. 데뷔 이후 쉼 없는 하루하루를 달리고 있잖아요. 훗날 20대를 돌아보았을 때, 어떤 단어로 채워지면 좋을까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지만, 후회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인간이겠습니까?(웃음) 다 실수하고 배우는 거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를 예상할 지언정 그조차 후회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살고 싶어요.
Q 이무진의 내일, 기대되는 것을 골라볼까요? 오래전부터 했던 말이긴 한데, 중간보다 살짝 낮은 지점에서 오래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습작 중에 ‘수면 바로 아래’란 곡이 있거든요. 몸이 둥둥 떠서 코만 물 밖에 나와 있는 상태인 거죠. 크게 튀진 않아도 숨을 쉬듯 음악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PHOTOGRAPHY BY LEE S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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