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통째로 그림이다" 아카데미 4관왕 휩쓴 그 호텔 영화

사진=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분홍빛 호텔이 눈 덮인 산자락에 서 있습니다. 화면 한 컷 한 컷이 액자에 넣어 걸어 두고 싶을 만큼 정교하게 짜인 이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아트버스터라는 말을 유행시켰습니다. 2014년 작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바로 그 영화입니다. 한 번 보면 그 특유의 화면을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그런 종류의 영화입니다.

전설적인 컨시어지와 벨보이

무대는 가상의 유럽 국가에 자리한 최고급 호텔입니다. 전설적인 컨시어지 구스타브와 그를 따르는 벨보이 제로가 유산 상속을 둘러싼 소동에 휘말리면서 이야기가 굴러갑니다. 액자 속 액자 구조로 시간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 덕분에, 짧은 러닝타임인데도 한 시대를 통과한 기분이 듭니다. 랄프 파인즈를 비롯해 이름난 배우들이 짧게나마 줄줄이 등장하는 재미도 큽니다.

사진=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의 미학

연출을 맡은 웨스 앤더슨은 대칭으로 꽉 짜인 구도와 파스텔 색감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온 감독입니다. 이 작품은 그 미학이 가장 화려하게 만개한 결과물로 꼽힙니다. 시대에 따라 화면 비율까지 달리한 연출은 형식 자체가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줬습니다. 소품 하나까지 직접 제작해 채워 넣었다는 점에서 미술의 완성도가 특히 돋보입니다.

사진=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기술 부문을 싹쓸이한 아카데미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과 분장상, 미술상에 이어 음악상까지 받으며 4관왕에 올랐습니다. 같은 해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버드맨과 나란히 최다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고, 결국 기술 부문을 싹쓸이했습니다. 화면과 음악의 완성도를 공인받은 셈입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만든 경쾌한 음악은 영화의 리듬을 그대로 이끌어 갑니다.

사진=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웃기다가 쓸쓸해지는 이야기

경쾌한 코미디처럼 흘러가지만, 그 아래에는 사라져 가는 시대에 대한 쓸쓸함이 깔려 있습니다. 품위를 지키려 애쓰는 구스타브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끝내 뭉클한 이유입니다. 다 보고 나면 화려한 화면보다 그 여운이 더 오래 남습니다. 반복해서 볼수록 미처 보지 못했던 화면 속 장치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눈으로 먼저 즐기는 영화

줄거리를 몰라도 화면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영화라, 영화에 깊이 빠져 본 적 없는 분에게도 권하기 좋습니다. 국내에서도 특별전과 재개봉으로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색감 예쁜 영화가 보고 싶은 날, 이보다 좋은 선택은 많지 않습니다. 짧은 러닝타임도 부담이 없습니다.

사진=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Copyright © 그 시절 우리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