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딸은 친정에 올 때마다 빈 반찬통을 몇 개씩 챙겨 갔습니다. 반찬을 담아 가려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그런데 며칠 뒤 그 통들이 다시 제 부엌으로 돌아왔습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저는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빈 통을 챙기던 딸
딸은 올 때마다 싱크대 아래에서 빈 통을 골라 가방에 넣었습니다. 반찬을 싸 주겠다고 해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저는 그저 살림에 쓸 통이 부족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한 번은 왜 빈 통만 가져가느냐고 물은 적도 있습니다. 딸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돌아온 통 속의 음식
일주일쯤 지나 딸이 다시 왔을 때 가방이 묵직했습니다. 식탁에 올려놓은 통마다 반찬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자주 해 주던 멸치볶음과 장조림, 오이무침이었습니다. 통 뚜껑에는 드시기 편하게 간을 약하게 했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해 주던 반찬을 이제는 딸이 저에게 해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딸이 전한 한마디
저는 이런 걸 언제 다 배웠느냐고 물었습니다. 딸은 엄마가 해 준 맛을 기억해서 몇 번이나 다시 만들어 봤다고 했습니다. 혼자 드시는 날이 많으니 반찬 걱정은 덜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고맙다는 말 대신 딸의 손을 한참 잡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빈 통은 우리 둘 사이를 오가는 작은 편지가 되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건네던 것이 어느새 자식의 손을 거쳐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 순간 부모는 자식이 잘 자랐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됩니다.오늘 부모님 댁에 들를 계획이 있다면 작은 반찬 한 통을 챙겨 가 보시면 어떨까요. 음식보다 그 마음이 먼저 전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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