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만원까지 치솟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영풍 “빚 2.7조 떠안을 것” 반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고자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 원으로 기존 대비 6만 원 인상했다. 고려아연의 지분을 1.85% 보유해 이번 분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기존 3만 원에서 3만5000원으로 끌어올렸다. 최 회장 측과 75년 동업을 끝내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에 돌일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 인상을 결정했다. 이달 4일에는 고려아연 주식 1주당 83만 원에 사들이겠다고 공모했으나, 이를 7.2% 인상한 89만 원으로 재공시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에는 전체 발행주식에 약 18%를 목표로 했으나 이번에는 약 20%로 확대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약 3조6852억 원에 이르게 됐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16.7% 올렸다. 최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이러한 내용을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했다. 만약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1.85%를 빼앗아 가져오는 식이 돼 사실상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불리는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수성에 나선 것이다.
최 회장 측이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올린 것은 공개매수 종료일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마감일은 각각 21일과 23일이다. 만약 공개매수 종료일을 열흘 미만으로 남긴 상황에서 매수가를 올리면 종료일을 연장하도록 규정이 돼 있다. 주말을 고려하면 11일에는 공개매수가를 올려야 종료일 변동이 없을 수 있기에 이날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주가 과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가만히 있다가는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 회장 측은 결국 매수가를 다시 올렸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자사주 매수가를 올렸음에도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방식이 투자자들의 절세 측면에서는 여전히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을 가봐야 승패의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지적이 나온 이튿날인 이달 9일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가 인상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에 증액된 공개매수 규모인 3조2000억 원(고려아연의 우군인 베인캐피탈의 매수 규모는 뺀 수치)은 고려아연의 지난 5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97.1%이고, 지난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152.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라며 “이사회의 이러한 결정이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고려아연은 2조7000억 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며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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